‘커피값 돌려내’ vs ‘프사할래’… AI아바타 실제 만들어보니 [디지털in生]

신제인 2023.01.28 09:12:24

-신흥 SNS 놀이’된 AI아바타 만들기...국내외 인기
-얼굴 데이터 무단 활용 가능성도...우려 지속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최근 AI아바타 생성 서비스가 인스타그램 등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인증하는가 하면, 프로필 사진으로도 사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개인화 경험이 디지털 이용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또 한번 증명되고 있다. 

현재 카메라 보정 앱 스노우가 제공하는 AI아바타 생성 서비스는 기본 4500원에서 9900원 정도의 인앱결제를 필요로 한다. 

아바타를 생성해 SNS에 업로드 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활용 방안이 있지 않음에도 온라인에서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실제로 스노우는 지난 20일 기준 출시 보름만에 20만 명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최소 요금인 45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보름동안 최소 9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스노우 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스노우의 AI아바타 생성 서비스가 유행하기 앞서 지난 12월 미국에서도 한차례 AI아바타 바람이 불었다. 

인공지능 기반 카메라 보정 앱 렌사(Lensa)가 ‘Magic Avatar’라는 서비스를 선보이자, 당시 렌사는 연 29.99달러(약 37000원)의 구독료에도 불구하고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 직접 해보니 ‘뜬금’ 없는 이미지도…“이게 나라고?”

그렇다면 AI아바타 생성 서비스는 인기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제공하고 있을까? 직접 스노우 앱을 이용해 AI아바타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우선 다양한 각도와 표정의 얼굴 사진 업로드가 필요했다. 스노우는 10장에서 20장의 사진을 업로드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사진이 많을수록 실제 얼굴과 유사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20장을 채워 넣었다. 

그 다음엔 성별을 결정한다. 여성과 남성 이외에도 ‘선택하지 않음’ 버튼을 둬 다양성을 존중하고 있다. 여성을 선택하고, 10개의 스타일로 총 100개의 AI아바타를 만들어주는 옵션으로 6000원을 결제한 뒤, 20여분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림의 결과는 다소 아쉬웠다. 100장 중 ‘그나마 닮았다’고 생각되는 사진은 2~3장에 불과했다. 대부분 현실과 큰 괴리감이 느껴졌다. 

아바타의 모습이 실제 얼굴보다 너무 미화된 탓도 있었지만, 분명 여성을 선택했음에도 남성의 모습을 한 이미지가 나오기도 했고, 개중에는 화질이 정교하지 못하거나 미완성인 듯한 것들도 눈에 띄었다. 

SNS를 둘러보니 누리꾼들의 반응도 두 가지로 나뉘었다. “재미는 있지만 같은 값이라면 커피 한 잔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에 못 미친다” ”불쾌한 골짜기 같다”라며 실망하기도 하고, 일각에서는 “이 얼굴로 살아보고 싶다” “부캐같은 느낌”등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AI아바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환불은 어렵다. 

스노우는 “AI가 학습을 진행중인 단계로, 일부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다”라며 “계속 할 경우 이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라고 미리 안내한다. 

앞서 스노우보다 먼저 인기를 끌었던 렌사도 마찬가지다. 렌사는 팔이 세 개가 달리는 등 기형적인 모습이 나올 수 있다며 불완전한 결과물을 공개했다. 

◆ AI학습에 사용되는 ‘내 얼굴’…선정성 논란도
한편 ‘페이스 ID’로 송금도 가능한 오늘날, 중요한 생체 데이터인 ‘얼굴’을 여러 장 업로드하는 데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가벼운 놀이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아바타를 생성하는 AI가 ‘아직 학습단계’라는 사실은 이용자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토대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스노우는 “업로드한 사진은 아바타 생성 이후 서버에서 즉시 삭제된다”라고 안내하고 있으며, 렌사의 경우도 “이용자가 올린 사진은 24시간 이내에 삭제한다”고 안내한다. 

다만 사진을 업로드하고 AI아바타를 만드는 과정이 곧 데이터 학습이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자기 돈을 내가며 머신러닝에 필요한 원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AI아바타가 인종이나 성 차별적인 고정관념을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렌사가 남자 이용자들의 아바타는 우주비행사, 탐험가 등의 이미지로 보여주는 반면 여자 이용자들의 사진을 과도하게 선정적인 이미지로 바꾸는 경우가 포착된 것이다.

피부색의 다양성도 학습하지 못해 유색인종을 일괄적으로 흰 피부를 가진 모습으로 표현한다는 문제도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대에서 AI를 연구하는 아일린 칼리스칸(Aylin Caliskan) 교수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별로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AI는 데이터셋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라며 “노출이 심한 여성들의 이미지와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을 반영한 이미지가 인터넷에 넘쳐나면 AI가 이를 학습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제는 AI의 학습 데이터를 어떻게 얻고 관리하는 지 이용자들의 관심과 견제가 필요할 때다. 김기응 KAIST AI 대학원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AI 코드 기술의 진입장벽은 높지 않고, 그걸 활용해 누가 더 데이터를 많이 확보해 더 좋은 모델 학습을 시키느냐가 선두와 후발의 격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