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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20년] 돈 많은 사장님 전유물서 생필품으로

채수웅
휴대폰 가격 500만원에서 공짜(?)·설치비 65만원에서 공짜. 기본료는 절반.

휴대전화가 시작된지 만 20년이 지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단순히 휴대전화 성능이나 이용요금의 변화 뿐 아니라 삶의 질, 의사소통의 패턴의 변화 등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20년간 휴대전화는 많은 것들을 변화시켜왔다.

◆걸어다니며 통화를 하게 되다=휴대전화, 이동전화는 말 그대로 호주머니에 폰을 집어넣고 집과 공중전화 박스가 아닌 자유로운 이동성을 보장했다.

휴대전화 서비스가 나오기 전에 대표적인 통신 서비스는 ‘삐삐’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무선호출서비스였다. 삐삐는 82년 12월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86년 전화번호 표시방식이 도입되면서 주요 도시로 서비스 지역이 확대됐다.

97년 최대 1519만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확보했던 삐삐는 이동전화 보급이 보편화되면서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동전화 서비스의 경우 서비스 초창기 너무 비싼 단말기 가격과 이용요금으로 특정 계층만이 향유하던 서비스였지만 96년 KTF, LG텔레콤, 한솔PCS 등 3개사가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시대를 열었다.

88년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가격 평균 400만원, 설치비 65만원, 장치비, 면허세, 기본료 등을 포함해서 약 470만원이 들었다. 고가였지만 프리미엄 때문에 치열한 청약경쟁이 벌어졌을 정도였다.

지금은 단말기는 보조금을 포함해 평균 20만원이면 사고 기본료도 절반 이상 내린 1만3000원 등 30만원 수준이면 휴대폰을 마련할 수 있다.

통화요금 역시 20년전에 비해 4분의 1수준, 물가를 감안하면 36분의 1수준이다. 당시에는 거리별로 요금제가 나뉘었다. 50km 이내는 10초당 25월, 100km는 5초당 25원, 100km 이상은 3.5초당 25원을 받는 형태였다.

초창기 이동전화는 단순 음성서비스 제공에 머물렀다. 당시 네트워크는 아날로그인 AMPS(Advanced Mobile Phone Service). 단순 음성에 100km 이상에서는 통화가 불가능했다.

96년 퀄컴에서 개발한 CDMA 방식을 도입하면서 이동전화는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게 된다. LG텔레콤 등 PCS 사업자들이 서비스를 시작하고 당시 88g의 무게로 공전의 히트를 쳤던 모토로라의 ‘스타택’은 전설로 남아있다.

◆소통의 방식을 바꾸다=2000년 초반까지만해도 셀룰러 및 PCS 서비스는 음성위주에 단순 데이터 서비스 제공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0년 3월 CDMA2000 1x 망이 제공되고 2002년 5월 CDMA2000 1xEV-DO 서비스가 도입되며 이동통신은 음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통의 도구로 자리를 잡게됐다.   

지금은 HSDPA/HSUPA, 와이브로 등이 제공되면서 음성과 데이터에서 영상 통화가 가능해졌고 데이터 서비스의 속도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게 됐기 때문이다.

소통의 변화는 21세기 들어 본격화됐다. 이동통신사들은 21세기를 열며 ‘디지털’이라는 화두를 세상에 던졌다.

당시만 해도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이란 단어는 생소했다. 깨끗한 통화품질에 반도체 기술 향상으로 인한 더 작고 가벼운 휴대폰의 등장, 무선데이터 서비스의 보편화 등 아날로그 휴대전화가 돈 많은 사장님들이 과시용으로 들고 다니는 것이었다면 디지털 휴대전화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것이었다.

휴대전화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소통의 방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삐삐’ 세대가 숫자로 소통했다면 휴대전화 서비스 도입으로 어느 곳에서나 음성 통화를 할 수 있게됐고, 문자, 화상 통화 등 휴대전화 도입으로 인해 소통 수단은 변화를 거듭해왔다.

산골소녀 영자가 휴대전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게 되고(LG텔레콤), 죽은 딸의 음성을 듣기 위해 휴대폰을 해지 못하는 중년신사(SK텔레콤), 영상통화를 통해 다 필요없다고 외치는 부모님까지(KTF) 이동통신은 단순한 통화 수단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채수웅 기자> 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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