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이어 2금융권까지 ‘초유의 해킹’…금융당국, 오늘 긴급소집

지난 10월 1일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호연기자] 신한은행에서 발생한 해킹 공격이 시중은행을 넘어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까지 번졌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이 금융업권을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면서 금융권 보안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4일 전 금융권을 긴급 소집해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
◆개인정보 6만5000명 줄줄이 샜다…금융권 보안망 ‘비상’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을 전후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BNK부산은행에서 외부 침입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라 확인됐다.
신한은행에서는 약 2만5000명의 고객 정보가 빠져나갔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도 각각 119명과 89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BNK부산은행에서는 외주 개발직원 11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피해는 제2금융권으로 번졌다.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약 4만명의 성명과 생년월일, 연락처 등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에서도 대출모집인 146명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간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개인정보 유출 규모만 6만5000명을 웃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도 비슷한 시기 해킹 시도가 포착됐지만 실제 정보 유출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짧은 기간 제1·2금융권을 가리지 않고 공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현재까지 증권·보험·카드업권과 일부 국책은행에서는 같은 유형의 침해 정황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격의 공통점은 인터넷·모바일뱅킹과 같은 핵심 금융거래 시스템이 아니라 직원용 업무지원 페이지나 대출모집인 서비스 등 주변 시스템을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관리가 느슨한 시스템이 공격 대상이 됐다.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용 간편조회 서비스가 뚫렸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BNK부산은행은 직원 등이 사용하는 업무지원 시스템에서 침해가 발생했다.
공격은 수십 시간 동안 집요하게 이어졌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8일 오후 6시 4분쯤 침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상 징후를 파악한 것은 다음 날 오전 9시 30분쯤이었다. 이후 해외 인터넷주소(IP)를 잇따라 차단했지만 공격은 계속됐고, 30일 오전 0시 15분쯤 마지막 접속 경로를 막은 뒤에야 멈췄다.
KB국민은행은 이보다 앞선 27일 오후 11시 19분쯤 공격을 받아 약 43시간 동안 침입이 이어졌다.
특히 공격 과정에서 AI가 활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한은행 사고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AI 기반 자율 침투테스트 도구와 관련된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AI가 취약점을 자동으로 찾아내고 차단될 때마다 공격 경로를 바꿀 경우 기존 방식보다 빠르고 광범위한 공격이 가능해진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번에 공격받은 모든 금융사에 동일한 AI 도구가 사용됐는지, 공격 주체가 동일한지 등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예가람 저축은행 [사진=예가람 저축은행]
◆경찰, 해킹 배후 추적…금융당국 오늘 전 금융권 소집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테러대응수사대는 지난 2일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BNK부산은행 등에서 발생한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입건 전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공격 주체와 침입 경로를 추적하는 한편 AI 기반 공격 도구가 실제 해킹에 사용됐는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도 대응 수위를 높였다. 금융위원회는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한 직후인 지난 2일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긴급 상황대응 회의를 열고 금융회사에 외부로 노출된 전산시스템 전반을 자체 점검하도록 주문했다.
이어 4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권 긴급 점검회의를 연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은행·보험·금융투자·카드·캐피탈·저축은행·상호금융·핀테크 등 각 업권 관계자와 침해사고가 발생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연휴 기간 업권별 자체 점검을 거쳐 오는 7일 후속 회의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피해 금융사가 빠르게 늘어나자 일정을 앞당겼다.
금융당국은 이날 회의에서 금융회사별 피해 현황을 공유하고 외부에 노출된 업무시스템과 인증·접근통제 체계를 전면 점검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정 금융회사에서 공격 흔적이 발견되면 관련 정보를 다른 금융회사와 신속하게 공유하는 공동 대응체계 강화 방안도 다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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