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설툰설] 왕자는 역사를 바꾸고 궁녀는 진실을 좇는다
일상 속 여유로운 틈을 타 웹툰과 웹소설을 보며 잠깐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당신, 콘텐츠 홍수 속에서 흥미로운 볼거리를 찾고 있나요? 시간을 순삭할 정주행감 콘텐츠를 탐색하고 있다면 <툰설툰설>을 들여다보세요. 판타지·액션·코믹·공포·스포츠·순정·스릴러 등 여러 장르의 웹툰·웹소설을 다양한 각도로 분석합니다. <편집자 주>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역사는 대개 왕과 권력자의 이름을 중심으로 기록됩니다. 누가 왕위에 올랐고 어떤 정책을 펼쳤으며 어느 전쟁에서 승리했는지가 한 시대를 설명하는 굵직한 줄기가 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시대를 실제로 살아간 사람들의 삶은 기록된 역사보다 훨씬 복잡했을 겁니다.
이미 정해진 역사를 바꿀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반대로 역사에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마주한다면 모른 척할 수 있을까요. 카카오페이지 웹툰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과 카카오웹툰 '세자, 죽이기'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조선 왕실을 바라봅니다. 한쪽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려는 왕자를, 다른 한쪽은 왕실의 그늘에서 살아남으려는 궁녀를 내세웁니다. 결국 두 작품이 향하는 곳에는 ‘역사를 살아가는 개인의 선택’이라는 질문이 놓여 있습니다.
◆미국으로 간 조선 왕자, 돈과 권력으로 역사를 바꾸다
웹툰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의 시작은 꽤 과감합니다. 재미교포 출신의 유능한 로비스트 박병준은 불의의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은 뒤 19세기 말 고종의 둘째 아들 '이강'의 몸에서 다시 눈을 뜹니다. 조선 왕자의 몸에 21세기 로비스트의 경험과 지식이 들어간 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이 곧장 조국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가 향하는 곳은 미국입니다. 미래의 역사와 경제 흐름을 알고 있는 그는 현대적인 협상 감각과 투자·사업 능력을 활용해 미국 정·재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갑니다.
단순히 '미래를 아는 주인공이 돈을 번다'는 회귀·빙의물의 성공 공식에 머무르지도 않습니다. 미국인들에게는 낯선 '조선 왕자'라는 신분과 현대 사업가의 수완이 결합하면서 개인의 성공은 점차 더 큰 목표로 확장됩니다. 막대한 부와 권력을 쌓아 궁극적으로 이루려는 목표가 바로 '조선의 독립'이기 때문입니다.
원작자인 누텔라(김수호) 작가는 '조선, 내가 바꾼다', '킬방원 동생이 되었다' 등을 통해 대체역사·역사 판타지를 꾸준히 선보였습니다. 원작 웹소설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은 문피아에서 누적 조회수 약 430만회를 기록한 완결작으로, 2022 지상최대 웹소설 공모전 특선에도 선정됐습니다.
웹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타루(최재연) 작가가 각색과 콘티를 맡았습니다. '66666년 만에 환생한 흑마법사', '흑역사를 없애는 법', '그 악녀 인생, 제가 한번 살아 볼게요' 등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방대한 대체역사 서사를 빠른 호흡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청불(한수연) 작가는 작화를 맡아 19세기 미국과 조선을 오가는 시대적 배경과 정치·비즈니스 장면, 대규모 시대극의 풍경을 시각적으로 구현했습니다.
◆왕실의 그늘에서 사라진 사람들, 궁녀가 목소리를 듣다
웹툰 '세자, 죽이기'는 정반대의 자리에서 왕실을 바라봅니다. 왕도 세자도 아닌 궁중 하녀 '모제비'가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제비는 동궁 침방의 나인 남모란을 모시며 평온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거처를 옮긴 모란의 행방이 갑자기 묘연해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제비가 몰래 동궁에 숨어들면서 이야기가 급변합니다. 그곳에서 제비는 동궁에 감춰져 있던 끔찍한 비밀을 엿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구중궁궐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권력과 거리를 둔 궁녀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제비는 동궁의 비밀에 희생된 궁녀들을 끝내 외면하지 못합니다. 죽은 궁녀들의 혼백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은 익숙한 사도세자 이야기를 궁녀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봅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왕실의 비극을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그 주변에서 이름 없이 사라졌을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방식입니다. 동궁의 비밀을 목격한 제비가 진실을 좇는 과정에는 궁중 전략극의 긴장과 미스터리·서스펜스가 함께 녹아 있습니다.
특히 혼백이라는 장치는 단순한 초자연적 소재를 넘어 역사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남기기 어려웠던 여성들의 삶과 죽음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외면하지 않기로 선택하면서 이야기는 생존을 넘어 연대로 확장됩니다.
작품을 그린 오리발 작가는 전작 '하렘생존기'로 카카오웹툰에서 누적 조회수 약 5600만회, 좋아요 82만6000개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세자, 죽이기 역시 공개 이후 카카오웹툰에서 누적 조회수 330만회 이상을 기록하며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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