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인데 투자 잣대는 3G 시대"…통신 투자 평가 기준 개편론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정혜승기자] 정부의 통신 투자 평가 기준이 AI 시대의 투자 구조를 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내달 국정감사에서 설비투자 개념을 넓힌 'AI 투자 보조지표 체계' 도입과 AI 무형자산 세액공제 제도화를 촉구하겠다고 30일 밝혔다.
통신사의 망 투자를 평가하는 대표 지표는 기지국·전송 장비 등 유형 설비에 들인 돈을 합한 '설비투자(CapEx)'다. 통신 3사 설비투자는 2019년 약 9조6000억원에서 2025년 약 6조원으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약 7% 감소했다. 이를 근거로 "통신사가 AI에만 몰두하고 통신망은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해마다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조 의원은 이 수치가 '반쪽짜리 잣대'라고 지적했다. AI로 기지국 증설 없이 통신 품질을 끌어올리는 시대가 됐지만, 이런 AI 투자는 대부분 CapEx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AI 소프트웨어 개발비는 '연구비', 클라우드 서버 이용료는 '월 이용료', AI 기업 지분투자는 설비투자와 별개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통신 3사의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수조원대 AI 협력·지분투자 상당액이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 이유다. 기지국 수 중심의 평가 방식이 3G 전국망을 깔던 2000년대에 굳어진 뒤 그대로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해외에서는 이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버라이즌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설비투자를 발표하고, 프랑스 오렌지는 무형자산을 반영한 투자지표를 공시한다. 영국 오프젬은 설비투자와 운영비를 합친 총지출(TotEx) 모델을 운영한다.
이에 조 의원은 기존 설비투자 지표는 유지하되 무형투자와 AI 학습·운영 비용, 클라우드 이용, AI 연구개발(R&D), AI 기업 지분투자를 정기적으로 집계·공표하는 'AI 투자 보조지표 체계'를 연내 종합대책에 담을 것을 요구했다. 또 "조세특례제한법상 AI 무형자산도 실질적으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며 국정감사 이후 관련 법안 발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3G 시대에는 기지국을 몇 개 세웠느냐가 통신망 투자의 핵심이었지만 AI 시대에는 기지국 증설 없이도 AI로 통신 품질을 20~30% 높일 수 있다"며 "그런데도 통신사의 AI 투자가 CapEx 통계에서 빠져 있어 정부의 낡은 평가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잘못된 평가 기준은 잘못된 숫자로, 잘못된 숫자는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진다"며 "AI 강국을 지향한다면 그에 걸맞은 투자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기정통부는 연내 종합대책에 AI 투자 보조지표 체계를 포함하고 재정경제부와 함께 AI 무형자산 세액공제의 실효성을 높일 구체적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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