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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 뚫는다?”…비댁스 “장기 보유 법인, 지금부터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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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규 기자

구글 퀀텀 AI 연구팀은 256비트 타원곡선 이산로그 문제(ECDLP-256)를 푸는 데 필요한 물리 큐비트 수가 기존 추정치의 약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구글 리서치]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양자컴퓨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암호체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지만, 디지털자산을 장기간 보유하는 기업은 양자내성암호(PQC) 전환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전문기업 비댁스(BDACS)는 30일 양자컴퓨터 발전에 따른 디지털자산 보안 위협을 분석하고, 향후 핵심 과제로 기존 자산을 새로운 암호체계로 옮기는 ‘자산 마이그레이션’을 꼽았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타원곡선 암호(secp256k1)를 기반으로 한 전자서명을 사용한다. 현재 컴퓨터로는 공개키를 확보하더라도 개인키를 역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규모 오류 정정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쇼어(Shor) 알고리즘’을 구동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이론적으로 공개키에서 개인키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존 암호체계를 무력화하는 데 필요한 양자컴퓨터의 성능 문턱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구글 퀀텀 AI 연구팀은 지난 3월 256비트 타원곡선 이산로그 문제(ECDLP-256)를 푸는 데 필요한 물리 큐비트 수가 기존 추정치의 약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런 공격이 가능한 수준의 양자컴퓨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댁스는 장기간 디지털자산을 보유하는 기업일수록 향후 암호체계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블록체인에 이미 공개된 정보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비트코인의 P2PKH·P2WPKH 주소는 자산을 전송하면 공개키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이더리움 외부 소유 계정(EOA)도 한 차례 이상 거래하면 서명값에서 공개키를 복원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개된 정보를 미리 수집한 뒤 양자컴퓨터 기술이 발전했을 때 공격에 활용하는 ‘지금 수집하고 나중에 해독하는(Harvest Now, Decrypt Later)’ 방식의 공격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공개키가 이미 노출된 비트코인이 약 600만개로, 유통량의 28.6%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온체인 분석기업 글래스노드는 초기 코인과 주소 재사용 등에 따른 ‘구조적 노출’ 물량을 약 192만 BTC로 집계했다.

양자컴퓨터 공격에 대비한 기술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4년 양자내성암호 관련 표준을 발표했다. 이더리움 재단도 2029년 완전한 양자내성 전환을 목표로 하는 ‘린 이더리움(Lean Ethereum)’ 로드맵을 제시했다.

비댁스는 새로운 암호체계가 도입되면 기존 디지털자산을 옮기는 ‘마이그레이션’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봤다. 공개키가 노출된 기존 지갑의 자산을 양자내성 주소로 이전하는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 이 과정은 더 복잡하다. 담당자 교체와 다단계 결재, 수십~수백개 지갑의 전환 현황 관리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자산을 새로운 지갑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운영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기관급 커스터디의 역할도 암호체계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비댁스는 다자간 연산(MPC) 기반 수탁 인프라를 통해 하나의 완전한 개인키를 두지 않고 분산된 키 셰어(Key Share)로 서명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MPC 자체가 양자컴퓨터 위협을 해결하는 기술은 아니다. 최종 서명에는 기존 타원곡선 암호체계가 사용되는 만큼 양자내성 전환을 위해서는 블록체인 프로토콜과 지갑 인프라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비댁스는 대규모 디지털자산을 장기간 운용하는 법인일수록 암호체계와 지갑 기술 변화에 대응할 조직과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준영 비댁스 고객성장 파트장은 “커스터디의 가치는 단순히 키를 대신 보관하는 데 있지 않고, 변화하는 기술과 위협 속에서도 자산을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있다”며 “장기 보유 자산의 양자내성 전환 방안을 아직 조직 차원에서 논의하지 않았다면 지금이 그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남규 기자
ng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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