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못 한 장면도 AI로…kt ENA의 방송·콘텐츠 혁신

은재현 kt 스튜디오지니 AI사업추진팀장, 김종래 kt ENA AI콘텐츠팀장, 이태영 BC카드 AX팀장이 금융·미디어 AX 혁신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KT]
[디지털데일리 정혜승기자] "1년 전만 해도 실사와 인공지능(AI) 영상을 웬만하면 구분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저도 헷갈릴 만큼 달라졌습니다."
김종래 kt ENA AI콘텐츠팀장은 21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AI 영상 기술이 방송 콘텐츠 제작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촬영할 수 없는 장면을 재현하고, 세상을 떠난 인물을 되살리며, 예능 제작 전 과정에 AI를 투입하는 시도가 공개됐다.
이날 브리핑은 그룹사별 AI 전환(AX) 성과를 공유하는 'KT 그룹 커넥트 위크'의 다섯 번째 행사로 BC카드·kt ENA·kt 스튜디오지니가 금융·미디어 분야 사례를 발표했다.
◆ 촬영 못 하는 장면도 담는다…"부검·파묘 장면도 AI로"
kt ENA는 세 프로그램에 AI 기술을 적용했다. 김 팀장은 "AI가 콘텐츠 산업에 들어온 뒤 대부분 다큐멘터리·정보 프로그램에 국한됐는데, 예능에 생성형 AI를 적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하지 못한 말'에는 클로닝 AI를 적용했다. 화재·위장 사건의 부검·파묘처럼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장면을 AI로 시각화하고, 진행자로는 배우 겸 가수 유리의 음성과 초상을 복제한 클로닝 AI를 세웠다. 김 팀장은 "시청자가 만나는 유리는 실제 유리가 아니다"라며 "프리젠터가 부검대 위의 실체가 되기도 수술하는 의사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클로닝 AI는 초상권 문제도 풀었다. 김 팀장은 "연예인을 이미지 한 장으로 생성하면 앱의 초상권 제한 때문에 잘 안 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라며 "클로닝 AI가 연예인 초상권을 보호하면서 더 좋은 품질을 내는 데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다큐멘터리는 어디까지 진실인가'를 많이 고민한다"며 "한 방송사는 다큐 전체를 AI로 구현했다는데 생성형 AI만으로 다큐를 만드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터뷰만큼은 실제 사람의 인터뷰를 쓰고 나머지를 AI로 구현했다"고 했다. '하지 못한 말'은 11월 방송된다.
역사 토크쇼 '결이 다른 전쟁사'에는 시네마틱 AI를 적용했다. 정형돈과 고고학자 곽민수가 진행하며 문헌으로만 남은 전쟁의 결정적 순간을 영상으로 재현한다. 첫 회는 베트남전쟁을 다룬다.
김 팀장은 "서울에서 광주까지 길이(약 250㎞)에 달하는 베트남 구찌 땅굴에서 벌어진 지하 전투를 시네마틱 AI로 구현했다"며 "국내 방송에서 처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는 10월 중 방송 예정이다.
예능 '맡겨만 주십숏'은 국내 예능 최초로 생성형 AI 제작 과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AI팀(양세형·신동)과 휴먼팀(붐·곽범)이 2시간 안에 소상공인 홍보 영상을 만들어 겨루고 사장의 선택을 못 받은 팀은 100만원을 낸다. 기획·생성·편집·완성 네 단계를 모두 공개한다.
◆ '창작자 중심'으로…"AI만 만들 수 있는 콘텐츠로"
kt 스튜디오지니는 'AI 시네마 스튜디오'라는 제작 시스템을 공개했다. 은재현 kt 스튜디오지니 사업추진팀장은 "요즘 AI 콘텐츠라고 하면 자동으로, 대량으로, 싸게 생성하는 걸 많이 얘기한다"며 "우리는 창작자가 AI로 어떻게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지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나 싸고 빠르게 만들었냐보다 'AI만이 만들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인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시스템의 중심은 'AI 슈퍼바이저'다. 감독 등 창작자와 외부 AI 프로덕션 사이에서 장면별 AI 적용 방식을 설계하고 제작을 총괄하는 전문가다. 은 팀장은 "시장에 5~6명 규모의 작은 AI 부티크가 엄청나게 생기고 있다"며 "AI 슈퍼바이저가 현직 감독과 이런 AI 프로덕션을 연계해 고품질 콘텐츠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촬영 현장에는 '그리드월'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카메라 움직임과 공간의 깊이를 AI에 일관되게 전달한다. 은 팀장은 "예전엔 그린스크린에서 찍었는데 그리드월이 있으면 어떤 색이든 어떤 공간이든 그 벽만 있으면 AI 프로덕션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방송된 ENA 드라마 '신병4: 사보타주'에서는 배우를 블루스크린에서 찍고 배경을 AI로 입히는 하이브리드 방식과 대규모 전투 장면의 풀 AI를 함께 적용했다. 은 팀장은 "규모나 영화적 연출은 AI로 보여주되 AI 콘텐츠에서 늘 부족했던 사람의 공감은 배우 연기로 채웠다"고 말했다.
11월 공개 예정인 '무신귀환록'은 스튜디오지니의 첫 오리지널 지식재산(IP)이다. 글로벌 누적 4억뷰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협 숏폼 드라마다. 은 팀장은 무신귀환론의 특징으로 '압도적인 AI 액션'과 '배우의 살아 있는 연기'를 꼽았다. 촬영이 불가능한 화려한 무협 액션은 풀 AI로 구현하고, 배우 연기는 모션 트랜스퍼 기술로 살렸다.
배우가 연기하면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캐릭터가 움직이고 촬영하지 않은 앵글까지 생성하는 방식이다. 은 팀장은 "지난해부터 AI 영상 영화제를 다니며 어딘가 영혼이 빠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그 해법으로 AI 제작에 배우를 참여시켜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 BC카드, 폐쇄망에서 AI…"거대 모델 대신 최적화로"
BC카드 이태영 AI데이터본부 AX팀장은 금융권 특유의 폐쇄망(망분리) 환경에서 AI를 구현한 방식을 소개했다. 이 팀장은 "45년간 쌓인 결제 데이터는 결국 사람의 욕망과 소비의 기록"이라며 "이를 이해하면 그 사람이 앞으로 무엇을 할지까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BC카드는 거대 언어모델(LLM)을 직접 만들기보다 최고 성능의 오픈소스 모델을 최적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 팀장은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기보다 함께하는 방향을 택했다"며 "두 달마다 새 모델이 나오는 상황에서 자체 LLM을 만드는 건 따라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이미지 인식·생성·요약 등 용도별 소형 언어모델(SLM)을 묶어 쓰는 구조로 적은 투자로도 서비스를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GPU를 늘리기보다 추론 엔진을 최적화하는 데 집중했다.
BC카드는 한국어·금융에 최적화한 AI 모델 49종을 글로벌 AI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공개했다. 이 팀장은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모델을 공개했고, 월평균 15만건이 다운로드된다"고 말했다.
금융 특화 생성형 AI 플랫폼 'BCGPT'와 업무 자동화 솔루션 '모아이(MOA)'도 운영한다. 지난해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생성형 AI 기반 혁신금융서비스 7건을 지정받아 국내 카드사 중 최다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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