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포스2026] 베니오프 CEO “사스포칼립스? 사람이 모든 일 하는 SW의 종말”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9월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드림포스2026에서 기조연설에 나서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사스포칼립스는 소프트웨어의 종말이 아니라, 인간에게 모든 일을 시키는 소프트웨어의 종말일 수 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대체할 것이라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논쟁에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사라지는 것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정보를 찾고 판단하며 실행하는 과정을 모두 떠맡아야 했던 기존의 사용 방식이라는 주장이다.
베니오프 CEO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드림포스2026’ 기조연설에서 최근 수개월간 이어진 SaaS 종말론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가 기업 시스템에 축적된 데이터와 업무 규칙을 활용해 실제 일을 수행하는 구조로 소프트웨어 산업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단순히 SaaS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방어 논리를 넘어선다. AI 시대에도 살아남으려면 소프트웨어가 사람에게 작업 도구만 제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생존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 “모델만으로 기업 운영 못 한다”…추론과 실행의 역할 분담
베니오프 CEO는 “모델만으로는 기업을 운영할 수 없다”며 AI의 확률적 추론을 기업 시스템의 결정론적 데이터·업무 규칙과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답을 생성하는 능력과, 기업이 정한 권한·정책에 따라 기록을 관리하고 업무를 실행하는 능력을 구분한 설명이다.
이날 기조연설에서는 클로드 코워크로 만든 애플리케이션에 잘못된 숫자가 표시됐다는 지인의 사례도 소개했다. 베니오프는 해당 문제가 기업의 기준 데이터인 ‘단일 진실 공급원’에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그럴듯한 화면과 답변을 만드는 능력보다, 그 답변이 어떤 기업 데이터와 규칙에 근거하고 있는지였다.
이 관점에서 기존 기업 소프트웨어는 AI가 없애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AI가 의존해야 할 업무 기반이 된다. 고객정보와 거래 이력뿐 아니라 누가 어떤 정보를 볼 수 있고, 어떤 조건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지가 이미 시스템에 정의돼 있기 때문이다.
세일즈포스는 AI의 추론은 개방적일 수 있지만 기업 업무의 실행에는 예측 가능한 통제가 필요하다며, 기업의 데이터·정책·권한·실행 기능을 재사용할 수 있는 기반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9월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드림포스2026에서 기조연설에 나서고 있다.
◆ 기존 시스템을 버리는 대신 ‘갇혀 있던 가치’ 활용
베니오프 CEO는 ‘갇혀 있던 가치(trapped value)’라는 표현을 통해 기업이 오랜 기간 시스템에 투자하며 축적한 데이터와 메타데이터, 업무 지식이 기존 화면과 사용 방식에 묶여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스위스 로잔에서 주요 고객과 약 3시간 동안 회의한 뒤 새로운 기술을 시연한 경험을 소개했다. 기존 시스템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구성하자 고객이 메타데이터와 시스템 안에 갇혀 있던 가치가 실제 기업 가치로 전환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사례에서 세일즈포스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기존 시스템의 전면 교체가 아니다. 이미 구축한 데이터와 업무 규칙을 AI가 더 넓고 빠르게 활용하도록 해 과거의 투자를 새로운 생산성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클로드포스는 클로드에서 질문하고 판단하더라도, 레코드 수정과 다단계 워크플로 실행은 세일즈포스를 거치도록 설계됐다. 사용자가 만나는 인터페이스와 기업 업무를 처리하는 기반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베니오프는 AI 도입과 기업 전환 사이의 간극도 지적했다. 개인적으로 챗GPT나 클로드를 사용하면서도 회사에서는 기존과 같은 애플리케이션과 업무 방식에 머무는 고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수백명의 고객을 만나며 AI 활용 수준의 불균형을 확인했다며, 일부 고객은 여전히 파일럿과 실험 단계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이는 AI 모델을 구매하거나 직원에게 챗봇 계정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전사적 생산성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문제의식이다. AI를 실제 데이터와 업무 실행 과정에 연결해야 변화가 일어난다는 주장으로, 세일즈포스가 자신을 모델 공급사가 아닌 기업 운영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5억달러 ‘영업기회’ 제시…매출·완전자율 성과와는 구분
세일즈포스는 자사 운영 사례를 변화의 근거로 제시했다. 베니오프 CEO는 영업 에이전트인 헌터와 파이퍼 등을 활용해 지난 분기 5억달러 규모의 영업 파이프라인을 창출했다고 밝혔다. 고객지원 에이전트 케이시는 약 18개월 동안 500만건의 고객 서비스 문의에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AI가 기존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에 저장된 정보를 활용해 영업기회를 발굴하고 고객 대응을 확대한다는 논리다. 단순한 문서 작성이나 정보 검색에서 비용 절감과 매출 기회 창출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니오프는 실적도 종말론에 대한 반박 근거로 내세웠다. 공식 실적자료에 따르면 2027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했고, 향후 매출로 전환될 단기 잔여계약가치(cRPO)는 335억달러로 고정환율 기준 14% 늘었다는 설명이다.
베니오프의 발언은 SaaS 종말론을 부정하면서도 기존 SaaS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소프트웨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주장과 소프트웨어 기업의 기존 사업모델이 안전하다는 주장은 다르다. 드림포스2026에서 그가 제시한 생존의 기준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제품에 로그인하느냐보다, 그 제품이 사람과 함께 얼마나 많은 업무를 실제로 완수하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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