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혜인 사퇴' 계기로 이참에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겸직 못하게 법을 바꾸자

용혜인 의원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용혜인 국회의원의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계기로 국회의원이 국무총리나 장관 겸직을 허용하고 있는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비례대표 의원은 국무위원 후보자로 지명되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관행인 반면 지역구 출신은 겸직하고 있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탐욕이라고 비판한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그리스 등은 내각제임에도 법으로 국회의원과 장관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대통령제이지만 현역 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임에도 불구하고 겸직을 허용하고 있어 준(準)내각제에 가까운 구조다. 특이한 권력 구조라 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의원·장관 겸직 문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길 바란다.국민의 눈 높이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표는 지난 14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 문제를 이제 제도로 해결하자"면서 "비례 의원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원들도 겸직하지 못 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국회법 개정 방안을 공론장에 올리자고 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2일 '권력분립 훼손하는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전면 금지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국회법의 예외 조항을 악용한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이 오랫동안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헌법 제43조는 국회의원은 법률로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법(29조 1항)은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을 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헌 또는 국회법 개정을 통해 겸직을 금지하면 된다.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직하게 되면 장관 보수를 받지만 의원실 운영비, 보좌진 인건비, 소모품비, 공공요금 등은 국회 예산으로 지급된다. 장관으로 겸직하는 동안에도 국회의원실은 정상 운영되는 것이다.
이번에 용 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는데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겠다고 했던 이유 중의 하나도 이런 예산 지원이 끊기게 될 경우 소수정당의 의원실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다.
헌법(7조1, 2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이 장관이 될 경우 국민 전체가 아닌 장관의 정치적 이해 관계를 우선시할 우려가 있다. 지역구 민원을 국가 전체 차원이 아닌 국회의원 입장에서 집행할 여지도 있다. 예산 심사와 집행 구분이 없어질 수 있다.
공직선거법에 의해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장관이 국회의원 선거(총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전 90일까지 장관직을 사퇴해야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다.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장관이 국정에 전념하기는 어렵게 된다. 장관직을 그만두는 날짜를 계산하면서 부처를 장악하기 힘들다.
임명권자는 현직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직하게 될 경우 당정 협의나 청문회 통과가 상대적으로 쉬운 점을 의식해 발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에서 겸직을 허용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정신을 훼손해 헌법 정신에 맞지 않다는 헌법학자들의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공직자가 의원 겸직을 통해 법 집행과 법률 제정을 하는 문제도 생긴다.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하게 되면 지역구 의정 활동에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지역구 유권자들은 의정 활동을 충실히 하라고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지, 법을 집행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용 의원의 장관 후보 자진 사퇴를 계기로 기형적이고 편법적인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2019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는 의원을 겸직하고 있던 여당 소속 장관들이 예산안과 부수법안 등 쟁점 법안을 표결할 때 국무위원석에서 의원석으로 돌아가 전자투표를 통해 찬성표를 던지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는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어느 한 쪽에 권력이 집중되게 해서는 안 된다. 삼권분립 정신이 훼손되지 않게 해야 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구분없이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지 못 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형평성과 공정성을 부르짖으면서 관행을 고수하는 것은 개혁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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