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메리츠證 “AI 속도조절론, 투자 축소 아냐”…추론 집중해 수익 극대화 포석

  • 가
  • 가
강기훈 기자

메리츠증권 석판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강기훈기자] 오픈AI와 앤스로픽을 중심으로 불거진 인공지능(AI) 개발 ‘속도조절론’을 AI 투자 축소 신호로 볼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델 학습에 투입하던 컴퓨팅 자원을 실제 서비스인 추론으로 돌려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5일 보고서에서 “AI 속도 조절을 제안한 AI 프론티어 듀오폴리인 오픈AI와 앤스로픽의 이익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AI 학습에 들어가는 자원을 AI 추론에 집중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오픈AI와 앤스로픽의 비용 구조에 주목했다. 다른 사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AI에 투입할 수 있는 빅테크와 달리 두 회사는 AI 모델 개발과 판매 자체로 막대한 투자비를 회수해야 한다. GPU를 모델 학습에 투입하는 동안에는 해당 자원을 유료 추론 서비스에 활용하지 못해 기회비용도 발생한다.

오픈AI의 경우 이 비용이 연간 63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은 GPT-6 아스트라 학습에 블랙웰급 GPU 10만개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핵심 사전학습 기간을 10주로 가정할 경우 GPU를 추론에 사용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약 12억1000만달러로 계산됐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63억달러로, 메리츠증권이 추정한 오픈AI 연환산매출(ARR) 520억달러의 약 12%에 해당한다. 모델 학습 경쟁 속도를 일부 낮추고 GPU를 추론 서비스에 돌리면 그만큼 매출을 확대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IPO를 준비하는 AI 기업 입장에서는 외형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을 입증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황 연구원은 앤스로픽에 대해 “3분기 적자전환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는데 그 원인으로 AI 학습비용이 지목된다”며 “AI 학습 기회비용이 매출로 전환된다면 영업이익률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AI 역시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발 경쟁의 속도를 조절할 유인이 있다고 봤다.

이번 논란은 지난 12일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가 AI 개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면서 불거졌다. 개발을 중단하자는 것이 아니라 안전 연구와 통제 역량이 기술 발전을 따라갈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같은 날 이에 동조했다.

메리츠증권은 미국 AI 기업들이 속도조절에 나설 여건도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지난 7~8월 중국 AI 모델의 추격 우려가 커졌지만 최근 성능 평가에서 미국 모델들이 다시 상위권을 차지했고, 토큰 비용에서도 미국 저비용 모델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AI 개발 속도를 일부 늦추더라도 GPU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곧바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게 메리츠증권의 판단이다. 학습에 투입하던 컴퓨팅 자원을 추론으로 돌려 수익을 확보하고, 이를 다시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연구원은 “AI 수익화에 기반한 AI 인프라 투자라는 선순환을 본다면 이번 이슈를 가지고 AI 인프라 주식들에 대해 비관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며 “미국 AI 프론티어의 비즈니스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