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대신 챗GPT 켠다…유통업계 ‘쇼핑 첫 화면’ 쟁탈전

[사진=GS리테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상품을 사기 위해 포털이나 쇼핑앱 검색창부터 켜던 온라인 쇼핑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원하는 상품명을 직접 입력하는 대신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예산과 용도, 취향을 설명하고 추천받는 소비 방식이 확산하면서다. 유통업계도 자사 앱으로 고객을 끌어오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챗GPT 등 AI가 상품을 추천하는 단계부터 소비자와 만날 수 있도록 새로운 접점을 만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이달 자사 앱 ‘우리동네GS’와 챗GPT를 연동한 전용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용자가 챗GPT에 “초코우유 추천해줘”처럼 질문하면 실제 GS25와 GS더프레시, 와인25플러스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1+1 등 행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쇼핑앱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어느 정도 특정한 뒤 검색어를 입력해야 했다. 반면 생성형 AI에서는 상품명을 몰라도 “5만원대 선물용 와인”,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야식”처럼 상황이나 조건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탐색할 수 있다.
GS리테일은 향후 상품뿐 아니라 GS25와 GS더프레시 매장 위치와 영업시간, 부가서비스 등도 챗GPT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국 1만9000여개 매장까지 AI와 연결해 상품 탐색에서 오프라인 방문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우리동네GS의 지난 7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50만명이다.
CJ온스타일도 지난 5월 챗GPT 앱스(Apps)에 CJ온스타일 전용 앱을 출시하고, 고객이 챗GPT 안에서 상품 탐색부터 방송 정보 확인, 공식 앱 연결까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가 “선물하기 좋은 5만원대 뷰티 상품 알려줘”, “올여름 장마 부츠 추천해 줘”처럼 질문하면 상품과 방송 정보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특히 CJ온스타일은 챗GPT에 서비스를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데이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상품 정보를 ‘출근용 슬랙스’, ‘여름 하객룩’ 등 소비자가 실제 질문할 법한 표현으로 재구성하고 “소음이 적어요”, “피부 자극이 덜해요” 등 리뷰 데이터도 추천에 활용한다.
현재 챗GPT 내 전용 앱에 60만개 상품의 AI 최적화를 마쳤으며 연내 이를 100만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실제 챗GPT와 제미나이 등 대화형 AI 플랫폼을 통한 CJ온스타일 앱·웹 유입은 지난 5월 1~25일 기준 1월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생성형 AI가 일부 소비자의 정보 탐색 도구를 넘어 새로운 ‘쇼핑 입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판단에서 나온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챗GPT의 월평균 사용자 수는 20대에서 전년 동기 대비 46.5%, 30대에서는 65.4% 증가했다. 두 연령층 모두 조사 대상 앱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지난 7월 국내 챗GPT 앱 MAU는 2367만명으로 AI 챗봇 앱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감지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가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소비자 1만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I를 쇼핑 과정에서 도움을 받는 데 사용했다는 응답은 45%, 제품 조사에 활용했다는 응답은 41%였다. 제품 리뷰 확인은 33%, 할인·프로모션 검색은 31%로 나타났다.

[사진=메이크샵]
쇼핑의 출발점이 달라지면서 유통업체뿐 아니라 쇼핑몰 사업자들의 대응 방식도 변하고 있다. 과거 포털 검색 결과에서 얼마나 잘 노출되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AI가 질문에 답할 때 자사 상품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추천할 수 있도록 만드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커넥트웨이브의 자사몰 제작 솔루션 메이크샵은 15일 입점 쇼핑몰 상품이 챗GPT 등 AI 검색에서 노출될 수 있도록 생성형 엔진 최적화(GEO)·답변 엔진 최적화(AEO) 기술 적용을 완료했다. 별도 개발 작업 없이 상품 정보를 AI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는 온라인 판매자의 노출 경쟁이 기존 검색엔진최적화(SEO)나 키워드 광고에서 생성형 AI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가 검색 결과 수십 개를 직접 비교하는 대신 AI가 추려낸 소수의 상품부터 살펴보게 된다면 AI의 추천 후보에 포함되는 것 자체가 판매자에게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쇼핑 플랫폼을 AI 안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넓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챗GPT for Kakao’ 내 카카오툴즈에 다이소몰과 신세계면세점, LF몰 등 쇼핑 서비스를 추가했다. 챗GPT와 직접 상품 데이터를 연동하는 GS리테일·CJ온스타일과 구조는 다르지만 소비자가 대화형 AI 안에서 쇼핑 서비스를 탐색하도록 접점을 넓힌다는 방향은 맞닿아 있다.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AI 자체보다 AI가 차지하기 시작한 ‘첫 화면’이다. 포털 검색과 가격비교, 쇼핑앱을 차례로 거쳤던 구매 여정의 앞단에 생성형 AI가 자리 잡으면서 기존 검색 중심의 고객 유입 경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를 통한 상품 탐색이 늘어날수록 소비자의 질문을 실제 상품과 구매로 연결하는 역량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검색 결과에서의 노출 경쟁과 함께 AI가 제시하는 추천 결과에 자사 상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되느냐가 유통업계의 새로운 경쟁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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