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설툰설] "정답은 없잖아"…'종이호랑이' vs '멸망 이후의 세계'
일상 속 여유로운 틈을 타 웹툰과 웹소설을 보며 잠깐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당신, 콘텐츠 홍수 속에서 흥미로운 볼거리를 찾고 있나요? 시간을 순삭할 정주행감 콘텐츠를 탐색하고 있다면 <툰설툰설>을 들여다보세요. 판타지·액션·코믹·공포·스포츠·순정·스릴러 등 여러 장르의 웹툰·웹소설을 다양한 각도로 분석합니다. <편집자 주>

[사진-네이버웹툰]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살다 보면 이미 누군가 만들어 놓은 정답을 따라가야 할 것 같은 순간이 있습니다. 좋은 학교에 가고 번듯한 직장을 얻은 뒤 적당한 때 결혼하는 삶처럼 사회가 만들어 놓은 모범답안도 있고 '원래 다 그렇게 산다'는 말 한마디로 받아들이게 되는 선택도 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옳다고 말하는 길이 언제나 나에게도 정답일까요. 때로는 익숙한 이야기를 의심하고 이미 정해진 결말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자신의 삶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네이버웹툰 '종이호랑이'와 '멸망 이후의 세계'는 전혀 다른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만납니다. 하나는 우리가 알고 있던 옛이야기를 뒤집고 다른 하나는 모두가 택한 '회귀'를 거부합니다.
◆내가 알던 콩쥐·심청이가 아니네?…'종이호랑이'
웹툰 '종이호랑이'는 '몹시찰진우럭' 작가와 '영목' 작가가 함께 만든 액션 판타지 웹툰입니다. 떠돌이 요괴사냥꾼 박갈이 의문의 소녀 콩쇠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2024년 10월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현재 매주 목요일 독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첫인상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총과 도검을 든 요괴사냥꾼이 활보하고 인간과 요괴가 뒤섞인 세계 위로 한국의 전래동화와 설화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냅니다. '콩쥐이야기'를 시작으로 ▲심청전 ▲선녀와 나무꾼 ▲춘향전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동화 소재들이 차례로 등장하죠.
흥미로운 점은 작품이 익숙한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독자가 알고 있는 전래동화의 기억을 일종의 밑그림으로 사용한 뒤 인물의 역할, 관계, 사건의 의미를 과감하게 비틀어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종이호랑이'를 읽다 보면 아는 이름이 등장할수록 오히려 다음 이야기를 예측하기 어려워집니다.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구원받는 사람과 벌받는 사람이 이미 정해져 있을 것이라는 기대부터 흔들기 때문입니다. 전래동화에서 익숙하게 소비됐던 인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고 그들에게 새로운 욕망과 사연을 부여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정말 전부였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현대적인 무기와 한국적 설화를 한데 섞은 세계관도 독특합니다. 요괴와 퇴마라는 동양적 소재에 총기와 기계 같은 이질적인 요소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면서 과거와 현대, 설화와 액션 판타지의 경계를 허뭅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방식 자체가 이 작품의 가장 큰 재미인 셈이죠.
◆모두가 돌아갈 때 혼자 앞으로 걸었다…'멸망 이후의 세계'
웹툰 '멸망 이후의 세계'는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잘 알려진 '싱숑'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네이버웹툰입니다. 언데드딸기 작가와 언데드감자 작가가 웹툰 제작에 참여했으며 현재 매주 화요일 연재되고 있습니다. 작품을 관통하는 설정은 공식 소개 문구에 압축돼 있습니다. 모두가 과거로 돌아갈 때 마지막까지 회귀하지 않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재환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어느 날 정체불명의 탑이 등장하고 인류는 생존을 위해 그곳을 오릅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가운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선택지가 등장하지만 재환은 이를 따르지 않습니다. 실패를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대신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죽어간 사람들의 흔적이 남은 현재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택하죠.
회귀물이 익숙한 웹툰 독자라면 이 선택은 더욱 낯설게 다가옵니다. 장르 문법에서 회귀는 흔히 실패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기회로 활용됩니다. 미래를 알고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은 이전 생에서의 실패를 피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하며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 갑니다.
그런데 '멸망 이후의 세계'는 바로 그 편리한 선택부터 의심합니다. 시간을 되돌린다고 내가 살아온 시간이 없어지는 것인지, 실패한 과거를 버려야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재환에게 중요한 것은 더 좋은 조건에서 다시 출발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세계를 끝까지 바라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재환의 싸움은 강한 적을 쓰러뜨리는 액션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모두가 믿는 규칙과 세계를 움직이는 시스템 자체를 의심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선택지를 고르는 대신 선택지 자체가 옳은지를 묻는 인물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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