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능력, 반듯한 처신, 수평적 리더십”…KB금융 ‘이재근 시대’ 예고

이재근 KB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 [사진=KB금융그룹]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으로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을 낙점했다. 연임 가능성이 거론됐던 양종희 현 회장 대신 세대교체를 택했다. 30년 넘게 KB에서 재무·전략과 영업, 은행 경영을 두루 경험한 ‘정통 KB맨’으로, 검증된 경영 능력에 반듯한 처신과 수평적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11일 양종희 현 회장과 이 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 최종 후보 3명을 대상으로 2차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이 부문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를 이끌 적임자로 이재근 부문장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재무·전략에서 영업·은행장까지…30년 KB에서 쌓은 내공
1966년생인 이 부문장은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장과 재무총괄(CFO) 상무,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대표와 영업그룹대표 등을 거치며 재무·전략에서 영업 현장까지 경영 전반의 경험을 쌓았다.
2022년 국민은행장에 오른 뒤 2024년까지 3년간 은행을 이끌었다. 첫 임기 2년을 마친 뒤 1년 연임에 성공했다. KB금융은 당시 이 부문장의 영업·재무·전략 분야 경험과 현장 이해도, 조직관리 능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
은행장 임기를 마친 뒤에는 지주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과 자산관리(WM), 중소기업금융(SME) 부문을 총괄했다. 은행 경영에 이어 지주에서 그룹 사업을 바라보는 경험까지 더한 셈이다.
회추위도 이 부문장이 은행장과 지주 부문장을 맡으며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고, 재무·전략·글로벌 분야에 대한 식견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은행과 지주를 오가며 쌓은 경력이 경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세대교체를 추진할 수 있는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은 현재 WM과 기업투자금융(CIB),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와 인공지능 전환(AX)을 중장기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 부문장이 직접 WM과 글로벌 사업을 맡아온 만큼 향후 그룹 전략에서도 이들 분야의 비중이 한층 커질 가능성이 있다.
KB금융이 마련 중인 2027~2029년 중장기 경영전략에는 WM·연금 사업모델 재설계와 중소법인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CIB·자본시장 협업, 보험과 투자운용 역량 강화, AX 가속화 등이 주요 과제로 담겼다.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과 금융소비자 보호, 내부통제 강화 기조에 맞춰 성장전략과 경영관리 체계를 함께 손보는 것도 차기 회장의 몫이다.
◆조문도 조의금도 사양…금융권이 기억한 ‘반듯한 처신’
이 부문장은 금융권에서 처신이 반듯한 인물로도 통한다.
국민은행장 재임 당시 모친상을 당했을 때 그는 외부 조문을 사양했고 조의금도 받지 않았다. 현직 시중은행장이라는 자리 특성상 거래 기업과 금융권 관계자들의 조문이 이어질 수 있었지만 처음부터 선을 그었다.
금융권에서는 이 일화를 이 부문장이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성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한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자기 관리와 처신을 보여준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회추위는 업무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KB금융의 비전과 가치관 공유, 장·단기 건전경영 노력 등 5개 항목과 25개 세부 기준을 토대로 후보들을 검증했다.
개인의 일화가 회장 후보 선정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볼 근거는 없지만, 오랜 기간 금융권에서 쌓아온 평판과 조직 안팎의 신뢰는 이 부문장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대리급도 회의 테이블로…현장 듣고 움직이는 ‘수평적 리더십’
이 부문장의 또 다른 특징은 직급보다 현장을 중시하는 조직 운영 방식이다. 간부 중심으로 회의를 꾸리기보다 실제 업무를 맡은 대리급 실무자까지 회의에 참여시켜 의견을 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행장 시절에는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있다’는 뜻의 ‘우문현답’ 캠페인을 통해 직원들의 건의사항과 애로사항을 직접 들었다. 은행장에 오른 뒤에도 직원들에게 국민은행에 바라는 점을 묻는 방식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려 했다.
KB금융은 이 부문장을 국민은행장 후보로 추천할 당시 ‘현장에 스며드는 열린 소통’과 MZ·디지털 세대의 감성을 아우르는 수평적 리더십을 강점으로 꼽았다.
실행을 중시하는 경영 스타일도 뚜렷하다. 이 부문장은 은행장 취임 당시 ‘불조심’이라는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난로 옆에 모래주머니를 쌓고 소화기를 두는 식의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취지로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B금융 역시 그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실행력을 주요 강점으로 평가했다.
차기 KB금융은 WM과 CIB를 중심으로 자본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AX를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KB금융은 1000억원 규모의 ‘KB AX디지털자산 펀드’를 조성하고 AI 기업 투자와 내부 인재 육성에 나서는 등 이미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 부문장은 관계 법령상 임원 자격요건 심사와 이사회 추천 등을 거쳐 오는 11월 2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주총에서 선임안이 통과되면 KB금융은 30년 넘게 그룹 안에서 성장한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에게 다시 한번 지휘봉을 맡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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