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클로즈업] 삼성·네이버 손잡은 미스트랄 AI… 韓 기술 조직 구축 속도

미스트랄 로고. [사진=미스트랄]
[디지털데일리 구아현기자] 삼성전자·네이버클라우드와 잇달아 손잡은 프랑스 인공지능(AI) 기업 미스트랄 AI(Mistral AI)가 서울에서 고객사 AI 구축을 담당할 기술 인력을 채용하며 한국 조직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파트너에 모델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데이터와 업무 시스템에 AI를 직접 적용하는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스트랄 AI는 현재 서울에서 수석 배포 전략가와 응용 AI 엔지니어, 응용과학자 등을 채용하고 있다. 이들 직군은 고객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솔루션 조직 소속이다. 미스트랄 AI는 수석 배포 전략가 채용공고에서 서울 거점을 ‘한국 초기 사무소’로 표현했다. 최근에는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홍보 활동도 시작하며 한국 시장에서 대외 접점을 넓히고 있다.
미스트랄 AI는 아직 별도 한국 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상태다. 법인보다 먼저 고객과 사업 기반을 확보하고 이를 뒷받침할 기술 인력을 현지에서 늘리는 형태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셈이다. 이에 향후 한국 법인 설립 여부와 시점에도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네이버·삼성 잇단 협력…한국 진출 본격화
미스트랄 AI가 한국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최근 잇달아 확보한 국내 대형 협력이 있다. 지난 7월 네이버클라우드와 제조 AI 시장을 공동 공략하는 파트너십을 맺은 데 이어 이달에는 삼성전자와 반도체 특화 AI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모델 공급을 넘어 제조·반도체 현장에서 AI를 실제 적용할 사업 기반까지 국내에서 확보했다.
자본 관계도 맺었다. 미스트랄 AI는 삼성전자가 주도한 시리즈D 투자 라운드에서 총 30억유로(약 4조7000억원)를 유치했다. 투자 이후 기업가치는 210억유로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개별 투자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요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양사 관계는 기술 협력을 넘어 자본 협력으로 확대됐다.
양사 협력은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을 계기로 공식화했다. 지난 8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아르튀르 멘쉬 미스트랄 AI 최고경영자가 투자협약서를 교환했다. 같은 날 열린 한·프랑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도 삼성전자와 미스트랄 AI 간 전략적 투자 협력이 양국 AI 분야 주요 협력 사례로 제시됐다.
삼성전자와 미스트랄 AI는 삼성전자 DS부문의 반도체 기술·제조 데이터와 미스트랄 AI 모델을 결합해 반도체 설계·제조에 특화된 AI를 공동 개발한다. 삼성 내부 인프라에서 구동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구축해 핵심 반도체 데이터를 외부로 이전하지 않고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양사는 반도체 업무 전반에 맞춘 AI 모델과 플랫폼을 구축해 생산성과 정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네이버클라우드와 협력도 한국 사업 확대의 또 다른 축이다. 양사는 제조 AI를 첫 전략 시장으로 정하고 네이버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해 미스트랄 AI의 모델과 플랫폼 등 풀스택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미스트랄 AI 전방배치 엔지니어를 국내 고객 현장에 직접 투입하고 양사 연구진이 제조 현장의 AI 과제를 발굴해 검증·고도화한다.
삼성전자를 전략적 기술 파트너이자 투자자로, 네이버클라우드를 국내 사업·기술 파트너로 확보하면서 이를 지원할 현지 기술 조직의 필요성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 글로벌 격전지 된 韓… 모델 넘어 산업 현장까지
미스트랄 AI의 행보에서 주목할 부분은 한국에서 단순 영업 인력이 아니라 기업 AI 구축을 담당할 기술 인력을 직접 확보한다는 점이다. 수석 배포 전략가는 고객의 AI 도입 전략과 실제 활용을 연결하고 응용 AI 엔지니어는 미스트랄 AI 제품의 고객사 배포와 복잡한 기업용 AI 구축을 담당한다. 응용과학자 역시 실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와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글로벌 AI 기업의 국내 사업 방식이 모델·API 공급을 넘어 실제 구축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존에는 기반모델 기업이 모델을 제공하고 국내 클라우드나 시스템통합 업체가 고객 시스템에 이를 구축하는 역할 분담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모델 기업이 현지 엔지니어를 직접 두고 고객 데이터와 시스템 연결까지 관여하면서 역할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캐나다 AI 기업 코히어 역시 한국에서 고객사 현장에 직접 투입할 전방배치 엔지니어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코히어 측은 앞서 본지 취재에서 온프레미스 환경에 AI를 설치하고 기업 데이터베이스와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해 에이전트와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고객사 내부에서 함께 작업하는 기술 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다른 글로벌 AI 기업도 한국 법인 조직을 중심으로 기업 고객과 파트너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 시장이 단순히 챗봇 이용자를 확보하는 소비시장을 넘어 기업용 AI를 실제 산업에 적용하는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업체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배경에는 한국의 산업 구조가 있다. 반도체·전자·자동차·조선·배터리 등 복잡한 생산 공정과 대규모 산업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 밀집해 있다. 보안상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하기 어려운 사업장도 많아 온프레미스와 맞춤형 AI 구축 수요가 크다. 삼성전자와 미스트랄 AI의 반도체 AI 협력, 네이버클라우드와 제조 AI 협력이 대표적이다.
결국 한국 시장의 경쟁은 어떤 모델의 벤치마크 점수가 더 높은지를 넘어 누가 대기업의 실제 업무와 생산 현장에 들어가 AI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느냐를 둘러싼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 국내 AI, 국방·금융서 돌파구
글로벌 기반모델 기업이 한국에서 기업용 AI 구축 영역까지 사업을 넓히면서 국내 AI 기업에도 경쟁 압력이 커지고 있다. 모델 성능뿐 아니라 고객 데이터 연결과 온프레미스 구축, 서비스 최적화와 운영 경험까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AI 기업들도 글로벌 업체의 시장 확대를 경쟁 심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돌파구로는 국방·금융 등 보안과 규제 장벽이 높은 산업이 거론된다.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하기 어렵고 폐쇄망이나 내부 인프라에서 AI를 구동해야 하는 데다 산업별 규정과 업무 체계까지 반영해야 해 모델 성능만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AI 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AI 기업들이 국내 시장 공략을 확대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국방·금융처럼 보안과 규제 장벽이 높아 상대적으로 글로벌 기업이 단기간에 진입하기 어려운 산업에서 먼저 레퍼런스를 쌓고 고객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국내 기업에는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폐쇄망과 현장 구축 경험을 쌓고 있다. 마키나락스는 국방과학연구소 관련 AI 에이전트 개발환경 구축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코난테크놀로지도 국방·공공 영역을 중심으로 특화 AI와 온프레미스 구축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제조·국방처럼 데이터 접근 자체가 제한적인 시장에서는 고객 환경과 도메인에 대한 경험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도 비슷하다. 금융권은 생성형 AI 도입을 확대하는 동시에 일반 산업보다 강한 책임성과 위험관리, 보안 체계를 요구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금융분야 AI 7대 원칙’을 담은 금융분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했고, 7월에는 프런티어 AI의 보안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국내 AI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모델과 범용 성능만으로 정면 승부하기보다 금융·국방처럼 국내 규제와 고객 시스템, 폐쇄망 운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장에서 기존 강점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으로 내세워온 산업별 구축 경험과 고객 현장 접근성이 글로벌 모델 기업의 직접 진출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승현 라이너 AI 에반젤리스트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내 모델의 성능 자체가 글로벌 수준에서 크게 뒤처지는 것은 아니지만 서비스 경험과 최적화, 튜닝 측면에서는 프런티어 모델을 따라가기 위해 보완할 부분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AI 기업의 과제는 새로운 승부처를 찾는 데 있다기보다 이미 확보한 산업 현장의 강점을 얼마나 빠르게 깊게 만들 수 있느냐에 있다. 국방·금융 등에서 축적한 규제 대응 경험과 폐쇄망 운영 능력, 고객 데이터와 구축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글로벌 모델 기업이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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