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 매각 놓고 ‘평행선’…현대모비스 노사 갈등 어디까지

5월18일 금속노조가 현대모비스의 램프사업부 매각 추진에 반발하며 총력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금속노조]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현대모비스가 램프사업부 매각을 추진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노사 갈등은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생산직 노조와 고용안정 방안에 합의하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사무연구직 노조가 매각 중단을 요구하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프랑스 자동차 부품사 OP모빌리티와 램프사업부 매각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는 지난 1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상반기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맺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7월과 8월을 거쳐 일정이 잇따라 미뤄지면서 현재까지 본계약 체결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매각 작업이 길어지는 사이 노사 갈등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기지부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는 지난 8일 경기 용인시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에서 열린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기술교류회 현장에서 램프사업부 매각에 반대하는 기습 집회와 피케팅을 벌였다.
당시 현장에는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과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기아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노조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매각 중단을 요구했다.
노조가 문제 삼는 핵심은 매각 과정과 전적이다. 사무연구직지회는 램프사업부 매각과 소속 변경 과정에서 당사자인 구성원과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성원의 동의 없는 전적에도 반대하고 있다.
◆ 23일 전면 파업 끝냈지만…꺼지지 않은 갈등
램프사업부 매각을 둘러싼 노사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현대모비스의 램프 생산 자회사 현대아이에이치엘(IHL) 노조는 지난 4월27일부터 23일간 전면 파업을 벌였다. 현대모비스의 램프사업 매각 결정에 반발해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면서다.
갈등은 지난 5월 노사가 고용안정 방안에 의견을 모으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당시 합의안에는 OP모빌리티와 본계약을 체결할 경우 현대아이에이치엘 생산인력의 고용을 100% 승계하고 기존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유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국내 램프 연구소 거점과 연구인력 규모를 유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다만 합의 과정에서도 내부 이견은 적지 않았다. 현대아이에이치엘 노조가 실시한 조합원 찬반투표에는 전체 399명 가운데 358명이 참여했다. 찬성 187표·반대 169표·무효 2표로 찬성률은 52.2%였다. 불과 18표 차이로 합의안이 통과된 셈이다.
생산직을 둘러싼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사무연구직 문제는 남았다. 생산인력과 달리 현대모비스 본사에 소속된 램프사업부 사무연구직 직원들은 사업 매각 과정에서 새 회사로 소속을 옮기는 전적 문제와 고용 안정 방안을 놓고 회사와 대립하고 있다. 매각 대상 인력의 전적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본계약 협상 과정에서도 풀어야 할 사안으로 거론된다.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가 9월8일 현대·기아 기술교류회 현장서 ‘일방 매각 규탄’ 기습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사진=금속노조]
◆ 사무연구직 반발 확산…사업재편까지 영향 주나
문제는 갈등이 장기전으로 접어들 가능성이다. 사무연구직지회는 지난 8일 피케팅을 계기로 대응 수위를 더욱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해외 완성차·협력사와 연대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국내연락사무소(NCP) 이의제기 등 법적·제도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램프사업부 매각은 현대모비스가 추진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현대모비스는 램프처럼 독립 운영이 가능한 사업을 정리하고 전동화·자율주행 등 미래 핵심부품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램프사업 매각 규모는 약 2조원으로 거론된다.
당초 상반기로 계획했던 본계약이 9월까지 넘어오면서 사업재편 일정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생산직과의 합의 이후에도 사무연구직의 반발이 계속되는 만큼 계약 체결 이후 실제 조직을 분리하는 과정에서도 노사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노조는 램프사업뿐 아니라 현대모비스가 추진하는 다른 사업 재편 과정에서도 구성원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무연구직지회는 "밀실·졸속 매각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노·사와 협력사가 참여하는 실질적인 대화 창구를 마련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모비스 입장에서도 램프사업 매각을 얼마나 원만하게 마무리하느냐가 향후 사업재편 과정의 부담을 좌우할 전망이다. 생산직과의 갈등을 23일간의 파업 끝에 봉합했지만 사무연구직이라는 또 다른 고비가 남았기 때문이다. 램프사업부를 둘러싼 노사 간 간극을 좁히지 못할 경우 8개월째 이어지는 매각 작업과 현대모비스의 사업재편 구상 모두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램프사업부 매각 진행 상황에 대해 "현재 세부적인 사안을 계속 협의하고 있으며 추가로 밝힐 만한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라며 "특정 시점을 정해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측과는 진행 단계에 따른 필요한 설명과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져왔다"며 "다만 서로 요구하는 사항이 달라 의견 차이가 있는 상황이고 지속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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