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묻어두면 수익률 161%”…퇴직연금 국채, 증권사 유치전 불붙었다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9일부터 DC·IRP 첫 청약…10년물 59.3%·20년물 161.3%
국가가 원리금 지급하지만 장기투자·중도환매 제약 따져야
[디지털데일리 강기훈기자] 퇴직연금으로 개인투자용 국채를 직접 살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증권사들의 고객 유치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가가 원리금을 지급하고 20년 만기 보유 시 세전 누적수익률이 161%를 넘는다는 점이 눈길을 끌지만, 높은 수익률에는 10~20년의 긴 보유기간이 따라붙는다. 은퇴 시점과 자금 운용 계획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오는 15일까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통한 개인투자용 국채 첫 청약이 진행된다. 신한·하나·NH농협은행과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KB·NH투자증권 등 8개 금융회사에서 가입할 수 있다. 퇴직연금으로는 10년물과 20년물에 투자할 수 있다.
9월 개인투자용 국채 전체 발행액은 2300억원이다. 이 가운데 10년물 1100억원, 20년물 650억원으로 퇴직연금 투자 대상인 장기물에만 1750억원이 배정됐다.
10년물은 표면금리 연 4.415%에 가산금리 0.35%포인트를 더한 연 4.765%, 20년물은 연 4.570%에 0.35%포인트를 더한 연 4.920%가 적용된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세전 누적수익률은 각각 약 59.3%, 161.3%다.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증권사들의 고객 유치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을 통한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액은 올해 1~8월 누적 약 2조2900억원으로 모집액 1조4000억원 대비 평균 경쟁률 1.62대 1을 기록했다. 그동안 개인투자용 국채 전용계좌 판매를 맡아온 경험을 퇴직연금 시장으로 확장하는 셈이다.
삼성증권은 오는 12월 31일까지 IRP·DC 계좌에서 개인투자용 국채를 청약해 배정받은 고객 가운데 500명을 추첨해 1만원 상당의 포인트 쿠폰을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도 다른 금융사에서 DC·IRP를 이전하는 고객에게 3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다. NH투자증권 역시 국채 청약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국채 판매 자체보다 퇴직연금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10~20년짜리 장기상품이다. DC·IRP 고객을 유치하면 장기간 고객 관계를 유지하면서 다른 연금상품 거래로 연결할 수 있다. 은행보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작은 증권사에는 안정형 자산을 선호하는 연금 고객을 끌어올 기회이기도 하다.
투자자에게도 장점은 있다. 국가가 원리금을 지급하고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운용수익에 대한 과세가 인출 시점까지 미뤄진다. 위험자산 70% 한도에도 포함되지 않아 예금과 함께 안정형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20년물의 ‘연평균 수익률 8%대’라는 숫자는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적용금리는 연 4.920%다. 만기 누적수익률 161.31%를 20년으로 단순히 나누면 연평균 8.06%가 되지만, 매년 8%대 복리 수익을 주는 상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10년물도 실제 적용금리는 연 4.765%이며 누적수익률 59.28%를 단순 환산한 연평균 수익률은 5.92%다.
돈이 장기간 묶인다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일반 국채처럼 시장에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없다. 중도환매는 발행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가능하지만 정부가 매달 정하는 한도 안에서만 이뤄진다.
9월부터는 전용계좌와 8개 퇴직연금 사업자의 환매 신청액을 한도에 맞춰 비례 배정하는 방식이 적용돼 환매를 신청하더라도 원하는 금액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중도환매하면 가산금리와 복리 혜택도 받을 수 없다.
퇴직연금형 개인투자용 국채는 안정성을 중시하고 은퇴까지 충분한 시간이 남은 가입자에게 예금과 함께 고려할 만한 장기 운용 수단이다. 반대로 중간에 자산배분을 바꾸거나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면 59~161%라는 만기 누적수익률보다 10~20년의 보유기간과 중도환매 조건을 먼저 살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판매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 숫자보다 자신의 은퇴 시점과 자금 운용 계획을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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