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와인 한 잔을 여행으로…캘리포니아를 맛보는 새로운 방법

히로 테지마 캘리포니아 와인협회(CWI)북아시아 대표(왼쪽)와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생산한 와인을 들고 있다. [사진=장주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프랑스 와인이 세계 최고라는 인식이 당연했던 1976년. 프랑스 심사위원들이 미국과 프랑스 와인의 상표를 가린 채 평가하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1위를 차지한 것. 미국 와인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린 ‘파리의 심판’이다.
반세기 전 세계 와인 지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캘리포니아가 이제는 와인 한 잔을 ‘여행’으로 확장하고 있다. 포도가 자라는 밭을 걷고 와인에서 느껴지는 향을 직접 맡는 것은 물론, 지역 식재료를 맛보고 포도밭에서 숙박하는 경험까지 더한다. 와인을 마시러 와이너리를 찾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와인 산지 자체를 여행하는 ‘와인 투어리즘’이다.

지난 9일 캘리포니아 관광청과 캘리포니아 와인협회(CWI)가 주최한 ‘클럽 캘리포니아·캘리포니아 와인 나잇’에서 발언 중인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 [사진=장주영 기자]
지난 9일 캘리포니아 관광청과 캘리포니아 와인협회(CWI)는 서울 반포한강공원 무드서울에서 ‘클럽 캘리포니아·캘리포니아 와인 나잇’을 열어 17개 수입사와 함께 180여종의 와인을 선보이고, 진화하는 캘리포니아 와인 투어리즘을 소개했다.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는 행사에 참석해 캘리포니아가 가진 문화·산업적 영향력이 와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할리우드는 전 세계의 대중문화를 이끌었고 실리콘밸리는 세상을 바꾼 산업을 탄생시켰다”며 “캘리포니아의 포도밭은 평범한 계곡을 지구상 가장 훌륭한 와인 산지로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캘리포니아 와인은 점점 더 양국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제 미국 고향과 제가 태어난 도시 서울을 이어주고, 와인 농가와 여러분의 식탁을 연결하며 태평양 반대편에 있는 두 경제를 하나로 묶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캘리포니아 관광청과 캘리포니아 와인협회(CWI)가 주최한 ‘클럽 캘리포니아·캘리포니아 와인 나잇’에서 발언 중인 히로 테지마 CWI 북아시아 대표 [사진=장주영 기자]
CWI 역시 와인을 단순한 주류가 아닌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콘텐츠로 보고 있다. 히로 테지마 CWI 북아시아 대표는 “캘리포니아가 1850년 9월9일 미국의 31번째 주가 된 역사는 ‘새로운 가능성과 변화’를 받아들이는 지역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와인 메이커들의 창의성과 재배자들의 헌신, 한 병의 와인에 담긴 다양한 사람과 지역은 이러한 캘리포니아의 정신을 잇고 국가와 지역을 연결하는 매개체로도 발전할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 현지에서도 와인이 캘리포니아 여행의 출발점이 돼 미식과 숙박, 자연까지 동선을 넓히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 나파밸리에서는 와이너리 시음은 물론 포도밭 안에 자리 잡은 숙박시설에서 머물거나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즐기는 쿠킹 클래스 등 직접 참여하는 미식 체험이 이어진다.
천연 온천과 미네랄 풀, 요가와 명상, 하이킹, 자전거 등을 결합한 웰니스 여행도 가능하다. 와이너리마다 건축과 포도밭 환경, 음식 페어링, 프라이빗 투어 등을 달리해 여러 곳을 방문해도 경험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 9일 캘리포니아 관광청과 캘리포니아 와인협회(CWI)가 주최한 ‘클럽 캘리포니아·캘리포니아 와인 나잇’에서 발언 중인 홍광현 소믈리에 [사진=장주영 기자]
특히 나파밸리는 50년 전 파리의 심판에서 화이트와인 부문 정상에 올랐던 샤토 몬텔레나의 농장이 있는 곳이기도 한다.
현장에 참석한 홍광현 소믈리에는 올해 나파밸리 샤토 몬텔레나 농장을 찾아 1972년산 샤르도네를 맛봤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엔 50년 넘은 와인이다 보니 ‘이게 괜찮을까’ 싶었다”며 “그런데 장담컨대 제 인생 최고의 와인 중 하나였다”고 찬사했다.
함께 와인을 맛본 신동혁 소믈리에 역시 당시 상황을 “세계 각국에서 온 와인 전문가 50여명이 한동안 모두 침묵할 정도의 충격이었다”고 회상했다.
나파 밸리 인근 소노마 밸리도 유명 와인 생산지다. 특히 소노마 밸리의 ‘켄달 잭슨’ 농장에서는 책에서만 읽고 예상하던 와인의 향을 실제 식물로 맡아보고 체험해볼 수 있다.
농장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피노 누아, 샤르도네 등 와인에 사용되는 포도 품종을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와인의 맛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과일과 허브, 채소 등의 향을 실제 식물로 심어 와인의 향을 몸소 익히게끔 했다.

지난 9일 캘리포니아 관광청과 캘리포니아 와인협회(CWI)가 주최한 ‘클럽 캘리포니아·캘리포니아 와인 나잇’에서 발언 중인 신동혁 소믈리에 [사진=장주영 기자]
신 소믈리에는 “와인의 풍미나 향기 설명을 듣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잎과 열매를 보고 냄새를 맡으며 향을 익힐 수 있게끔 했다”며 “와인을 마실 때 이야기하는 플레이버 프로파일도 한곳에 모아놔 직접 뜯어서 맛보고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와인 여행의 풍경도 달라진다. 산타크루즈에서는 와인과 바다, 레드우드 숲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지역에는 70개 이상의 와이너리와 200여개의 소규모 포도밭이 자리한다. 특히 규모가 작은 와이너리가 많아 와인 메이커나 생산자와 직접 대화하는 경험이 가능하고, 딸기와 사과 등 지역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와인과 연결할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 관광청은 와인 한 잔에서 출발한 여행이 산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으로 갈라진다는 점 또한 캘리포니아만의 와인 투어리즘이라 설명한다. 같은 캘리포니아 안에서도 고도와 해양의 영향에 따라 재배되는 품종과 와인의 스타일이 달라지고, 와인을 둘러싼 음식과 풍경, 여행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캘리포니아 관광청과 캘리포니아 와인협회(CWI)가 주최한 ‘클럽 캘리포니아·캘리포니아 와인 나잇’ 내부 전경. 마치 캘리포니아 와인농장처럼 꾸며져 있다. [사진=장주영 기자]
이미 한 차례 캘리포니아로 와이너리 투어를 다녀온 두 소믈리에는 ‘캘리포니아 와인’을 하나의 맛으로 생각하기보다 직접 지역을 옮겨 다니며 차이를 경험해보는 여행을 제안했다.
신 소믈리에는 와인 투어리즘을 위해 캘리포니아를 찾는다면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는 로드트립을 권했다.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소노마에서 지역의 채소와 과일을 활용한 음식과 와인을 맛보고, 나파밸리에서는 보다 고전적인 스타일의 와인을 경험한 뒤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 자연 관광지를 함께 둘러보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그가 추천한 것은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다. 같은 품종이라도 캘리포니아 안에서 어느 지역에서 자랐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와인이 된다는 점을 비교해보라는 것이다.

홍광현 소믈리에와 신동혁 소믈리에가 함께 추천하는 캘리포니아 산지의 샤르도네 와인 [사진=장주영 기자]
신 소믈리에는 “캘리포니아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성”이라며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를 지역별로 마셔보면서 같은 품종의 와인이 지역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경험해보는 것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소믈리에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타블라스 크릭, 샤르도네 등을 추천하면서 캘리포니아 와인 여행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와이너리뿐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앞으로는 단순히 와인을 가져다 놓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경험을 줘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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