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포 10년, 역대 의장 한자리에… “AI 시대 공정한 경쟁 환경 만들어야”

9월9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출범 10주년 ‘넥스트 챕터’ 미디어데이에서 역대 의장들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박재욱 3대 의장(쏘카·에이펙스모빌리티 대표), 김재원 5대 현 의장(엘리스그룹 대표), 김봉진 초대 의장(그란데클립 대표·우아한형제들 창업자), 한상우 4대 의장(위즈돔 대표). [사진=디지털데일리 구아현기자]
[디지털데일리 구아현기자] 출범 10년을 맞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이 인공지능(AI) 시대 스타트업의 성장 조건으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제시했다. 막대한 인프라 비용으로 자본력 격차가 커지는 만큼 정부의 첫 구매로 시장 진입을 돕고, 투자 회수와 인재 보상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김재원 코스포 의장 겸 엘리스그룹 대표는 9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넥스트 챕터’ 미디어데이에서 AI 스타트업의 경쟁 여건에 대해 “자본도 중요하지만 자본에 너무 치우치지 않는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봉진 초대 의장(그란데클립 대표·우아한형제들 창업자), 박재욱 3대 의장(쏘카·에이펙스모빌리티 대표), 한상우 4대 의장(위즈돔 대표), 김재원 5대 현 의장이 참석했다. 최지영 코스포 대표가 진행한 특별대담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과제를 논의한 뒤 김 의장이 향후 10년 비전을 발표했다.
코스포는 2016년 9월 50여개 스타트업이 모여 시작해 2018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현재 회원사는 3000여개로 늘었다. 규제 대응에서 출발한 활동도 정책 제언과 교육·네트워킹, 글로벌 행사 ‘컴업’ 등으로 확대됐다. 데이터 3법과 규제 샌드박스, 인앱결제 강제 금지, 복수의결권 도입, 비대면 서비스 제도화 등 제도 개선 과제를 정부·국회에 전달해왔다. 코스포 집계 기준 지난 10년간 회원사가 만든 일자리는 약 5만6000개,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29조원이며 유니콘 기업은 17개다.
◆ “보조금 넘어 시장으로”… 공공 첫 구매가 성장 발판
김 의장은 AI 인프라 비용이 스타트업과 빅테크의 경쟁 격차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자본 규모가 작은 기업도 기술과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법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의 첫 구매를 제시했다. 지방자치단체부터 중앙부처까지 혁신 제품을 도입해 스타트업에 실증과 납품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감사나 정책상 부담으로 구매가 어려운 부분을 개선하고, 일괄 매입 외에 월 구독 방식 등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 구매 이후의 성장도 강조했다. 공공시장 확보에만 매달리는 기업을 늘리자는 취지가 아니라, 첫 납품 실적을 바탕으로 민간·해외 고객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첫 고객이 되되 기업은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김 의장은 이러한 ‘시장’을 비롯해 ‘혁신·확산·성장·유산’을 다음 10년의 다섯 방향으로 제시했다. 새로운 기술이 고객을 만나고, 자본과 인재가 모이며, 성공 경험이 다음 창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겸 엘리스그룹 대표가 9월9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코스포 출범 10주년 ‘넥스트 챕터’ 미디어데이에서 시장·혁신·확산·성장·유산을 축으로 향후 10년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구아현기자]
◆ 기술 변화에 맞춘 제도·투자·인재 선순환 중요
‘혁신’의 과제로는 기술 변화에 맞춘 제도 정비를 꼽았다. 신기술 실험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필요한 부분을 규율해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확산’은 투자금이 다음 투자로 이어지는 흐름에 초점을 맞췄다. 초기 창업 지원은 늘었지만 기업이 커질수록 자금 조달과 투자 회수가 어려워지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수합병(M&A)과 구주 거래를 활성화하고 해외 투자자와의 연결을 넓혀 창업·성장·회수·재투자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성장’의 중심에는 인재를 뒀다.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보다 현금 보상 여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려면 기업의 성장 성과를 구성원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톡옵션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 일부 창업자·임원에 그치지 않고 함께 위험을 감수한 구성원에게 제공되도록 법과 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질의응답에서는 고용과 근로시간의 경직성도 지적했다. AI 확산으로 업무 시간과 성과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지만 관련 제도는 제조업 중심의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이다. 김 의장은 대기업 중심으로 설계한 규제가 스타트업에도 적용돼 사업 운영의 유연성을 제약하고 재도전의 부담을 키운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과제인 ‘유산’은 창업가의 경험과 자본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데 맞췄다. 후배 창업가에게 투자하고 인재를 키우며, 기술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페이잇포워드’ 문화를 확산하자는 구상이다. 실패 경험도 다음 창업가가 같은 시행착오를 줄이는 자산으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역대 의장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가능한 사회 만들어야”
역대 의장들의 대담에서도 공정한 경쟁과 창업가의 책임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한상우 전 의장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시켜달라”며 “우리는 시장에서 승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기업과의 거래나 기존 직역단체와의 관계에서 스타트업이 불공정한 환경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공정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면 대기업의 인수합병으로 이어져 창업가에게 새로운 회수 기회도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재욱 전 의장은 혁신을 뒷받침할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타다 운영 당시 빠른 성장 속도에 비해 사회를 설득하고 협력 관계를 만들 시간이 부족했다고 돌아봤다. 신산업과 기존 산업의 갈등을 두 집단의 싸움으로만 다루기보다 미래를 위한 선택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의 보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선배 창업가의 지원이 갖는 의미도 짚었다. 박 전 의장은 타다의 규제 문제를 알리는 과정에서 김봉진 전 의장이 관계자들을 연결해주는 등 도움을 줬다며, 당시 경험이 코스포 의장을 맡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김봉진 전 의장은 콜버스 규제 문제를 계기로 창업가들이 모였던 출범 당시를 회고했다. 인력이 부족한 작은 기업은 규제에 홀로 대응하기 어려워 함께 힘을 모아야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규제가 주요 의제로 남아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동시에 창업가 스스로 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공한 창업가가 나눔과 기부에 나서 창업이 늘면 산업뿐 아니라 사회도 좋아진다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김재원 의장은 “증명의 10년을 넘어서 성장의 10년으로” 나아가겠다며, 창업가의 도전과 경험이 세대·지역·산업을 넘어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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