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교위, 교육정책 혼란만 줄거면 폐지하는게 낫다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가 열린 6월4일 대구 동구 청구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10월 발표 예정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에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의 이목이 쏠려 있다. 국가의 10개년 교육계획 시안 발표를 앞두고 국교위는 9일과 17일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에 담을 대입제도 개편 방향을 주제로 워크숍을 갖는다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된 수학능력시험 서술·논술형 문제 출제, 수능 및 내신 절대평가 등과 관련해 지엽적인 문제보다는 인공지능(AI) 시대 미래인재를 육성할 대입제도의 큰 그림을 제시했으면 한다.
지난 8월 5일과 12일에 각각 있었던 국교위의 대통령 및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일선 교육 현장과 동떨어진 교육 정책을 예고해 학부모와 학생, 교사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혼선을 줬다.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교위 임시회 회의에서는 서술·논술형 평가와 관련해 국교위 위원들 간 엇갈린 견해가 제시됐다고 한다.
서술·논술형 수능 찬성론을 제기한 위원은 객관식 수능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떨어뜨린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다른 위원은 객관식 중심 교육 때문에 사고력이 낮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들이 문제 해결력과 창의적 사고력 부문에서 높은 성적을 거둬온 점을 예로 들었다.
인공지능(AI) 채점의 신뢰성 문제도 제기됐다. 1차로 AI를 통해 서술·논술형 문제 채점을 하게 한 뒤 교사 등이 확인하게 한다는 국교위의 복안과 관련해서다.
AI로 채점했을 때의 정답과 교사의 최종 판단이 다를 경우 학부모의 민원이나 소송 가능성이 있는 점도 제기됐다. 교사는 AI가 제시한 결과를 점검해야 하기에 채점 부담이 줄어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수능 서술·논술형 평가는 일본에서 이미 10년 전 도입하려다 포기한 제도다. 일본에서는 제도를 시행하기 전 3~4년 검토 과정을 거친 끝에 없던 일로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차정인 국교위 위원장은 교육위 업무보고때 "10년 전 일본과 지금의 한국 AI는 다르다"면서 AI를 이용한 1차 수능 채점 강행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방향성을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준비 기간과 채점의 공정성과 신뢰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수능을 통해 창의성과 독창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라면 서술·논술형 출제 문제로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대입 제도를 대학에 맡기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수능이 문제가 있다면 자격고사화하거나 아예 폐지하고 대학이 알아서 선발하게 하는 등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국가기관이 어설프게 입시에 개입하면서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는 커녕 학생들을 골병들게 하고 있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내신을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했지만 교실에서는 등급 경쟁이 치열하다.
국교위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업시간 문제까지 손을 대려하고 있다.
국교위가 지난 3일 주최한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와 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 포럼'에서는 초등학교 1·2학년의 정규수업 시간을 우선 3·4학년 수준으로 늘리고, 효과를 확인한 뒤 5·6학년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국교위는 국가교육발전계획에 이런 내용을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초등학교 1·2학년 수업을 6·7교시까지 확대하려는 주 목적은 돌봄 공백 해소라고 한다.
저학년을 오후 3시까지 학교에 있게 해도 학부모가 직장에서 퇴근하는 시간과는 공백이 생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 수업 시간이 짧다는 점도 도입 이유로 제시됐다. 하지만 수업 방식이나 학급 당 학생 수 등의 요인을 배제하고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일선 교사들은 지적한다.
학교 수업을 2교시 더 늘리는데 1단계에 약 5430명, 2단계에 약 1만290명의 추가 교원이 필요하고 연간 추가 인건비도 5200억원에서 9800억원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맞벌이 부부나 한부모 가정이 겪는 돌봄 공백을 국가가 해소해 하지만 돌봄 수요가 없는 가정의 아이들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부는 2024년부터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해 늘봄학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초등학교 1·2학년에게 2시간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돌봄 공백과 정규 수업 확대를 연결하는 것이 설득력이 약한 이유다. 늘봄학교가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문제점은 없는지를 전수 조사해 개선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교육 비전과 중장기 정책 방향, 교육제도 개선 등에 관한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할 의무가 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도 확보해야 한다. 국가교육계획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 교육 난제를 풀어야 설립 취지에 맞다고 할 수 있다.
2022년 출범한 국교위는 2021년 설치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옥상옥(屋上屋)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원래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적용할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했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2년 늦춰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교육부 소관 법정계획 30개 가운데 14개는 국가교육발전계획 확정 이전에 차기 계획 수립에 착수해야 한다”면서 “이로 인해 별도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계획 간 상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국교위가 공백기를 거치는 바람에 우려되는 부작용이다.
국교위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가교육발전계획은 국가균형발전, 저출생‧고령화, AI대전환 등 국가적 의제와 연계해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책이 이런 국가적 의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 지, 국교위의 의중을 헤아리기 어렵다.
국교위는 국가의 10년 교육계획을 수립하는 곳이다. 국교위 업무가 교육부나 교육청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과제와 다르지 않는다면 존재 가치가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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