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공개시점 함께 정하면 담합 소지"…홀드백 자율협약 논란

[ⓒ 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정혜승기자] 영화가 극장 개봉 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IPTV 등에 공개되기까지 일정 기간을 두는 '홀드백' 자율협약이 공정거래 이슈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논쟁은 극장 산업 보호와 소비자 선택권 사이의 충돌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사업자가 '120~150일'이라는 동일한 유통 기준을 함께 정하는 행위 자체가 공정거래법상 경쟁 제한적 공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8일 홀드백 자율협약의 경쟁제한성과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산업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극장과 제작·투자배급사, OTT·IPTV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에서 홀드백 자율협약을 논의해왔다. 최근 논의에서는 극장 개봉 후 다른 플랫폼 공개까지 120~150일가량을 두는 방안이 거론됐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40조는 둘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하는 것을 '부당한 공동행위'로 규정한다. "상품·용역의 거래조건을 정하는 행위", "상품의 생산·출고·거래를 제한하는 행위" 등이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공정위도 가격뿐 아니라 거래조건이나 거래량을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카르텔이나 담합으로 본다.
이에 따라 영화의 OTT·IPTV 공급 시점이라는 핵심 거래조건을 여러 사업자가 "120일 또는 150일 이전에는 공급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맞추면 공동행위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별 영화마다 제작비와 손익분기점, 흥행 성적, 배급사 자금 사정, OTT 판권 계약이 다른데 '언제 어떤 플랫폼에 공급할 것인가'라는 영업 판단을 업계 공동기준으로 묶는다는 것이다.
이번 논의가 정부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도 공정거래법 적용을 자동으로 피할 사유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의 '행정지도가 개입된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은 행정지도가 부당한 공동행위의 원인이 됐더라도 그 공동행위는 원칙적으로 위법하다고 규정한다. 행정기관이 법령상 근거 없이 사업자들의 합의를 유도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공정거래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다른 법령에서 해당 공동행위를 구체적으로 허용하는 예외적 경우에만 법 적용이 배제된다.
결국 문체부가 협의체를 꾸리고 자율협약을 중재했다는 사실만으로 경쟁법상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홀드백 기간을 업계 공동기준으로 정할 법적 근거가 있는지, 참여 사업자가 이를 사실상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는지, 협약에 불참하거나 더 짧은 기간을 선택할 자유가 보장되는지, 위반 사업자에 대한 불이익이 있는지 등이 공정위 판단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의 기존 입장과도 비교된다. 앞서 국회에서 극장 상영 종료 후 6개월간 OTT 등 2차 유통을 제한하는 법안이 논의됐을 때 공정위는 "일률적인 홀드백 의무화가 OTT 사업자 간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선택권과 후생을 저해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냈다.
법률로 6개월을 정하는 것은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봤던 공정위가 민간 사업자들이 자율협약으로 120~150일의 사실상 공통 기준을 만드는 데 대해서는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법정 홀드백이든 자율협약이든 일정 기간 원하는 플랫폼에서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점은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홀드백의 정책 효과를 둘러싼 의문도 있다. 주요 멀티플렉스의 일반 2D 성인 관람료는 주말 기준 1만5000원 안팎이다. 높은 관람료가 극장 관객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가격이나 서비스 경쟁을 촉진하기보다 OTT 공개를 늦춰 유통채널 간 경쟁 자체를 줄이는 것이 적절한 해법이냐는 것이다.
중소·독립영화에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 대형 흥행작과 달리 극장 상영 기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작품은 상영 종료 후 IPTV·OTT에서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극장 상영 기회 확대 보장 없이 2차 유통 시점만 늦추면 오히려 제작·배급사의 수익 회수를 제한할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도 6개월 홀드백 법제화 논의 당시 중소영화의 수익 기반 약화를 우려한 바 있다.
소비자주권 측은 이번 공개질의로 홀드백 자율협약이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소비자 선택권과 플랫폼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공정위의 공식 입장을 요구했다.
향후 공정위가 '문화산업 정책'이라는 이유로 판단을 문체부에 맡길지, 유통시장의 경쟁조건을 사업자들이 공동 설정하는 문제로 보고 경쟁제한성 검토에 나설지가 주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홀드백의 필요성에 대한 찬반과 별개로 경쟁 관계인 사업자들이 동일한 유통 시점을 공동으로 정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상 가능한지는 충분히 검증된 적이 없다"며 "협약 체결에 앞서 공정위의 명확한 유권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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