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서열’ 갈등 결국 지노위로…파업 가능성 열려

대한항공 B747-8i 항공기.[사진=대한항공]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오는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조종사 서열을 둘러싼 갈등이 결국 노동위원회로 넘어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통합을 석달여 앞두고 파업 가능성까지 불거졌다.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은 지난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갈등의 핵심은 통합 이후 양사 조종사에게 적용할 서열순위다. 서열은 기장 승격 시점부터 대형기 전환 순서·교관과 검열 보직·각종 수당 등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통합 이후 조종사의 인사와 처우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린 사안이다.
노사 간 갈등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2024년 단체협약과 2025년 임금협약을 두고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지난해 8월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되면서 재교섭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12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해당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다시 결렬됐다.
당시부터 양측 입장은 팽팽했다. 노조는 단체협약 제24조에 회사가 노사 합의로 정한 운항승무원 서열순위제도를 준수하도록 명시돼 있다며 통합 서열 역시 교섭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서열 결정이 고유 인사권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특히 대한항공 민간경력 조종사의 입사 시점을 두고 이견이 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채용 단계부터 요구한 비행경력이 다르다. 대한항공은 1000시간을 요구한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250시간을 기준으로 삼았다. 노조는 비행경력 1000시간을 채우고 입사한 뒤 장기 양성과정을 거친 조종사의 최초 입사일이 아닌 정사번 부여일을 서열 기준으로 삼으면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열을 둘러싼 갈등은 양사 조종사노조 간 충돌로도 번졌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5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측을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 7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을 불러 조사하는 등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대한항공은 중립적인 서열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양사 조종사 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안전운항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노조는 회사가 제시한 안의 산출 근거와 시뮬레이션 전제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객관성을 검증하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노사는 이후에도 교섭을 이어왔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8월24일 서울지노위에 정식 조정에 앞선 ‘조정 전 지원’을 신청했다. 노사 양측의 동의가 필요한 절차였지만 회사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결국 본 조정 신청으로 넘어갔다.
서열 외에도 임금과 휴식시간·비행수당을 둘러싼 이견이 남아 있다. 노조는 임금 3.3%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제시안은 2.7%다. 10시간 이상 비행할 경우 현지에서 30시간을 쉬도록 하는 기준을 미주뿐 아니라 유럽 등 모든 노선에 적용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비행수당 역시 출두시각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대한항공 본사 앞·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등에서 집회를 열며 압박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조정기간은 신청일부터 15일이며 노사 합의로 15일 더 연장할 수 있다. 조정이 불성립하면 지난 4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친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다.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에도 임금 협상 결렬로 조종사들이 일주일간 파업에 들어갔다. 다만 항공운수사업은 필수공익사업인 만큼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하는 운항은 유지해야 한다.
문형철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조종사 서열은 조종사 손으로 정해져야 한다”며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회사가 양쪽 조종사 어느 누구와도 협의하지 않고 서열을 정해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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