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사용료 개정안’ 의견수렴 끝…PP업계 “총액 축소 우려 여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케이블TV(SO) 업계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지급하는 콘텐츠 사용료 산정 기준을 한 차례 손질했지만, PP업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PP의 사용료가 급격히 줄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두고 콘텐츠 투자에 대한 보상도 늘렸지만, 산정 대가 총액 등을 두고선 이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매년 전년도 80% 우선 보장했지만…“전체 파이 줄면 효과 제한”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SO협의회는 지난 4일까지 ‘SO업계 콘텐츠 대가산정 기준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대한 콘텐츠사업자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앞서 SO업계가 처음 내놓은 안을 두고 PP업계는 반발했다. 여러 평가 기준을 떠나 결국 PP에 돌아가는 콘텐츠 사용료 전체 규모가 지금보다 줄어들 수 있는 구조라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에 SO업계는 이번 개정안에서 개별 채널의 사용료가 급격히 줄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보강하고, 콘텐츠 투자와 TV 우선 공개에 대한 보상도 강화했다.
대표적인 변화가 ‘최소보장 방식’이다. 기존안이 전년도 사용료의 80%를 시작으로 보장 비율을 매년 낮추는 구조였다면, 개정안은 매년 전년도 사용료의 80%를 우선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PP업계는 지급 총액을 줄일 수 있는 장치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개정안이 하한선을 둬 감소폭을 제한한 것과 별개로, ‘보정옵션’을 통해 총액을 조정하는 구조 자체는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안부턴 포함된 ‘보정옵션’은 SO의 콘텐츠 대가 지급률이 다른 플랫폼 평균보다 높으면 지급 규모를 낮추는 방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는 관련 매출의 약 90%를 PP에 지급하는 반면 IPTV는 약 30% 수준이다.
이에 SO업계는 IPTV와의 지급률 격차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PP는 현재의 지급 수준 역시 오랜 기간 양측의 계약과 영업전략이 누적돼 형성된 결과인 만큼 다른 플랫폼을 기준으로 지급률을 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다.
◆ 투자 인센티브 문턱·홀드백 감점도 쟁점
콘텐츠 투자 인센티브 기준을 두고도 PP업계에선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콘텐츠 제작·투자 확대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광고매출이 줄고 제작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매년 두 자릿수 수준으로 투자비를 늘리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콘텐츠 투자비를 전년보다 10% 이상 늘려야 첫 단계인 3%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홀드백(Holdback) 감점 기준에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여러 플랫폼에 같은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식이 이미 일반적인 유통 구조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동시 공개를 이유로 콘텐츠 사용료까지 깎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개정안은 TV에서 콘텐츠를 먼저 공개한 뒤 일정 기간 다른 플랫폼에 공급하지 않을 경우 가점을 주는 반면 OTT·FAST·유튜브 등에 동시 공개하면 7%, 방송 다음날 0시 이전 주문형비디오(VOD)를 공개하면 5%를 감점하도록 했다.
여러 플랫폼에 동일한 콘텐츠가 유통되면서 TV 콘텐츠의 희소성이 낮아진 만큼, TV에 우선 공급하는 사업자에 더 많은 보상을 주겠다는 취지다.
가점과 감점의 적용 문턱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PP업계에 따르면 감점은 단 1편만 기준에 해당해도 적용될 수 있는 반면 가점은 모든 콘텐츠가 예외 없이 홀드백 기준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
특히 신규 콘텐츠 편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전문·중소 PP의 경우 가점 요건을 충족하기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PP업계 관계자는 “방송광고 매출은 최근 감소하는 반면 제작비는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보정옵션에 따라 향후 콘텐츠 대가 총액이 줄어드는 구조가 적용될 경우 PP의 중장기 재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콘텐츠 제작 재원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수신료 매출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송 요금 인상이나 매출 다변화 등 근본적인 노력 없이 PP사업자에 부담을 전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 줄어드는 재원 속 접점 찾을까…정부 역할론도 부상
SO협의회는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최종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SO협의회 관계자는 “다양한 콘텐츠사의 의견이 접수됐으며, 면밀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제안은 최종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적극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료방송사와 콘텐츠사업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거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양측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최종안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SO와 PP 모두 업황이 악화한 만큼 자율 협상만으로 접점을 찾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은 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현실적으로 가격과 거래 조건을 조정할 수단도 제한돼 있다. 유료방송사는 콘텐츠 사용료가 올라도 이를 요금에 반영하기 어렵고, PP 역시 협상이 결렬됐다고 송출을 중단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지적이다.
학계에선 이런 구조에서 시장 자율만 강조해 온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본다. 자율 협상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제약은 그대로 둔 채 사업자 간 합의에만 맡겨왔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전문가는 “매체와 사업자마다 이해관계가 각각 다른 만큼 정부가 일률적으로 대가 수준을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사업자 간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와 원칙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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