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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민영화 시계 다시 돌까?…2대주주 한화에게 쏠린 눈 [헤비급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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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디지털데일리>는 한 주간 국내 중후장대 산업에서 영향력이 큰 이슈를 선별해 집중 조명합니다. 헤비급이라는 이름처럼 시장과 산업 구조를 흔드는 무게감 있는 핵심 사건에 집중합니다. 한눈에 산업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헤비급 브리핑> 매주 일요일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사진=한화그룹]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2012년 정부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민영화를 공식 추진했을 당시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그로부터 약 14년만에 KAI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기면서 민영화 가능성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화그룹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31일 한화그룹의 KAI 주식 취득에 대해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3개사가 KAI 지분 15.89%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현재 한화 측이 확보한 지분만으로 KAI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다만 한화가 향후 지분을 추가 취득해 최다출자자가 되거나 임원 겸임 등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면 새로운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 KAI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한 수출입은행이다. 국민연금 지분 8.75%까지 더하면 정부 측 지분은 35.16%다.

◆한화, 반년 만에 KAI 지분 15.89% 확보

한화는 불과 수개월만에 지분 15.89%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면서 향후 정부가 KAI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인수·통합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한화가 본격 KAI와 가까워지기 시작한 시기는 올해 초부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는 지난 2월5일 'K-방산 글로벌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핵심 사업 공동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와 당시 차재병 KAI 대표가 직접 체결식에 참석해 무인기 공동개발·수출, 국산엔진 탑재 항공기 개발, 글로벌 상업 우주시장 진출 협력에 합의했다. 특히 각사 협력사 공급망을 공유하고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미래 항공우주 전략위원회'를 정례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어 나흘 뒤인 2월9일에는 항공무장 사업협력 MOU를 추가로 맺었다.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비롯한 국산 항공무장 개발과 KF-21·FA-50 등 국산 항공기 수출 확대를 위한 내용이다.

이 자리에서도 각사 대표가 참석했다. 당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공대공·공대지·지대공 등 다양한 미사일 개발과제를 수행해 온 당사의 역량과 KAI의 전투기 체계종합 역량의 시너지로 국산 항공무장 개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와 차재병 KAI 대표이사가 2월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K-방산 글로벌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핵심 사업 공동 협력 협약'(MOU)을 체결식 이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협력에 이어 지분 확대도 빠르게 이뤄졌다. 한화는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등을 통해 KAI 지분 4.99%를 확보했다. 5월에는 KAI 지분을 5.09%까지 늘리면서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연말까지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KAI 지분을 사들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지분 확대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한화는 6월 중순 KAI 지분을 9.04%까지 늘려 국민연금을 제치고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장내매수를 이어가며 6월 말 11.21%, 7월 12.44%로 지분율을 높였다.

8월에는 15% 선을 넘었다. 한화시스템이 KAI 주식을 추가 매입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등 그룹 합산 지분율은 15.89%까지 상승했다.

◆내셔널 챔피언 외치는 한화 vs 우려하는 노조…민영화 키는 정부에게

과거 KAI가 매물로 나왔을 때도 한화는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됐었다. 하지만 실제 KAI 공개매각 본입찰에 뛰어들지는 않았다.

대신 한화는 2014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등 삼성 방산 계열사를 인수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당시 삼성테크윈은 KAI 지분 10%를 갖고 있었다. 2015년 삼성테크윈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한화는 자연스럽게 KAI 지분 10%를 보유한 주요 주주가 됐다.

그러나 한화테크윈은 2016년 1월 KAI 지분 4%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지분율을 10%에서 6%로 낮췄다. 이후 한화는 남은 지분까지 정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8년 7월 보유하고 있던 KAI 지분 5.99%, 584만7511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매각했다.

9월2일 KAI 노조는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화그룹의 KAI 지분 15.89% 취득 승인 결정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KAI 노조]

8년만에 KAI 지분 매입에 다시 나선 한화는 우주항공·방산 분야 결합을 통한 '내셔널 챔피언(국가 대표기업)' 설립이 필연적인 국가적 과제라고 밝혔다.

한화는 항공엔진·유도무기·레이더·위성 등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고 KAI는 국내 유일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이자 위성개발·공중전투체계 등 기술력을 갖췄다. 한화가 KAI를 품을 경우 지상·해양에서 항공·우주까지 연결하는 종합 방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 한국판 록히드마틴·스페이스X를 구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KAI 내부에서 한화 지분 확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KAI 노동조합은 지난 2일 세종시 공정위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화의 KAI 지분 취득에 대한 기업결합 승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노조는 한화와 KAI가 국내 항공우주·방산산업에서 긴밀한 공급 관계인 동시에 일부 사업에서는 경쟁하고 있는 점을 들어 한화가 KAI 경영에 참여할 경우 향후 거래 구조나 사업 경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국가 전략자산인 KAI가 특정 대기업에 편입될 경우 독립적인 항공우주산업 생태계와 협력업체 관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한편 KAI 민영화 키는 정부에 있다.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아직 KAI 지분 매각 방침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수출입은행이 최근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 용역'을 발주하면서 매각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수출입은행은 KAI 매각을 위한 용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최민지 기자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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