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ESS가 당긴 LFP 전환…K-배터리 3사 양산 경쟁 본격화 [위클리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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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사진=SK온]
[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국내 배터리 3사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경쟁이 본격적인 양산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먼저 생산 기반을 확보한 가운데 삼성SDI와 SK온도 수주와 현지 생산라인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죠. 그동안 중국 업체들이 주도해 온 LFP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추격전도 한층 빨라지는 모습입니다.
특히 북미 ESS 시장이 이러한 전환을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전력망 투자 증가로 대규모 ESS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다 미국의 비금지외국기관(Non-PFE) 공급망 요구까지 강화되면서 현지 생산이 가능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SK온은 미국 ESS 기업 네오볼타 파워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총 9GWh 규모의 ESS용 LFP 파우치 배터리 셀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배터리는 SK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입니다.
이번 계약은 SK온이 북미 ESS 시장에서 장기 공급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전기차용 하이니켈 배터리에 집중해 왔던 제품 포트폴리오를 LFP 기반 ESS로 본격 확장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입니다.
양사의 협력 규모는 향후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SK온은 연내 별도 계약을 통해 네오볼타 파워에 9GWh 규모의 ESS용 LFP 셀을 추가 공급하고 이를 활용해 생산한 팩을 다시 공급받는 사급 방식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계약이 체결되면 양사 간 협력 규모는 총 18GWh까지 확대됩니다.
SK온 입장에서는 단순한 신규 매출 확보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장기간 안정적인 ESS 물량을 확보하면 미국 현지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고, 전기차 시장 둔화로 발생한 유휴 생산능력도 ESS로 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SK온은 북미 ESS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을 꾸준히 마련해 왔습니다. 지난해 9월 미국 재생에너지 개발사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향후 진행될 6.2GWh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협상권도 확보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텍사스에서 고객 초청 행사를 열고 ESS 브랜드 '그리드온(GRIDON)'도 공개했습니다. 이번 네오볼타 계약까지 더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연간 20GWh 규모의 ESS 셀을 공급하겠다는 목표에도 한층 가까워졌습니다.
미국 내 생산 기반 역시 이미 갖춰져 있습니다. SK온은 SK배터리아메리카와 SK온 테네시, 현대자동차그룹과 합작한 HMG-SK 배터리아메리카 등을 통해 미국에서 약 10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삼성SDI 역시 미국 인디애나주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내에 LFP 배터리 생산라인 2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기존 전기차용 생산능력 일부를 ESS용 LFP로 전환해 확대되는 미국 수요에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제너럴모터스(GM)와 추진했던 시너지셀즈도 향후 ESS 생산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삼성SDI가 GM이 보유한 지분을 전량 인수해 단독 운영 체제로 전환하기로 한 만큼 생산계획을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삼성SDI 기흥 본사 [사진=삼성SDI]
삼성SDI의 북미 ESS 수주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미국 에너지 인프라 업체와 약 2조원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1월에는 테슬라로 추정되는 고객사와 또 다른 LFP 공급계약을 맺었습니다. 3월에는 미국 에너지 기업과 1조5000억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계약을 추가했고 최근에는 또 다른 글로벌 ESS 업체와 LFP 배터리 공급 협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SDI는 기존 각형 배터리 경쟁력을 LFP에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ESS에서는 셀 가격뿐 아니라 안전성과 수명, 시스템 효율성이 중요해지는 만큼 기존 각형 제품에서 축적한 생산 경험을 LFP 시장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LFP 양산과 생산거점 확보에 나선 상태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의 기존 생산라인을 전환해 ESS용 LFP 파우치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혼다 합작법인과 캐나다 넥스트스타에너지 등 북미 생산거점에서도 ESS 생산능력을 확대해 왔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주 랜싱 공장 전경 [사진=얼티엄셀즈]
최근에는 미시간주 랜싱 공장까지 본격 가동하며 북미 ESS 생산망을 더욱 확대했습니다. 랜싱 공장은 연산 35GWh 이상 규모로 ESS용 LFP와 전기차용 삼원계 배터리를 함께 생산할 수 있는 복합 생산기지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말까지 북미에서 50GWh 이상의 ESS용 LFP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다른 두 업체와 비교하면 이미 생산과 수주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는 단계라는 점이 강점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북미 ESS 수주잔고가 약 140GWh에 달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3조원 이상의 신규 계약을 확보했습니다. ESS 사업 매출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ESS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6배 증가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 후반까지 높아졌습니다.
하반기에는 신규 생산거점의 가동에 따라 ESS 생산량이 상반기보다 최소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4분기에는 미국 생산세액공제 효과를 제외하고도 북미 ESS 사업 자체에서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의 LFP 경쟁은 이제 개발 단계를 넘어 실제 양산능력과 고객 확보를 겨루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선 양산 경험과 대규모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선두를 지키고 있고, 삼성SDI는 각형 제품과 Non-PFE 공급망을 토대로 생산체계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SK온은 이번 네오볼타 계약을 시작으로 장기 공급 물량을 확보하며 후발주자의 약점을 빠르게 줄이고 있습니다.
LFP는 하이니켈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가 낮지만 상대적으로 원가가 낮고 수명이 길어 ESS와 보급형 전기차에 적합합니다. 특히 ESS에서는 높은 에너지밀도보다 가격과 수명, 안전성이 중요해 LFP의 활용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대규모 전력 소비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망용 ESS와 자체 전력망 구축 수요가 늘어나면서 북미 시장의 배터리 발주 규모 자체가 커지고 있어서죠. 미국의 공급망 정책 역시 국내 업체에 기회입니다. 중국산 배터리와 소재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질수록 현지 생산시설과 비중국 소재 공급망을 갖춘 국내 업체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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