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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조 자사주가 받친 삼전닉스…10월 ‘수급 안전판’ 사라지나 [증시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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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 기자

9월 4일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강기훈기자] 미국 반도체주가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가 장내에서 진행 중인 총 5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을 흡수하며 주가 하단을 받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현재 매입 속도가 이어지면 예정된 자사주 물량이 10월 중순쯤 조기에 소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만큼 이후 외국인 수급과 반도체 실적이 증시의 다음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지난 4일(현지시간) 2.92% 오른 1만1683.5로 마감했다. 하루 만에 반등했지만 지난달 17일 1만2621.0과 비교하면 여전히 7.4% 낮다. 지난달 18일 4.98%, 19일 2.12%, 24일 2.70%, 28일 3.47% 하락한 데 이어 이달 1일에도 2.14% 내리는 등 최근 변동성이 커졌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도 해외 증시 충격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다만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시작된 이후 외국인과 기관이 내놓은 물량을 기업이 직접 받아내면서 새로운 수급 안전판이 생겼다는 평가다.

지난 4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20% 오른 25만5500원, SK하이닉스는 3.20% 상승한 164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도 1.64% 오른 6687.21로 마감했다.

자사주 매입 규모가 가장 큰 곳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9일 40조원을 투입해 보통주 2407만주를 장내에서 매입한 뒤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발행주식의 약 3.3% 규모로, 취득 기간은 8월20일부터 11월19일까지다. 회사는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임직원 주식보상을 위해 15조원 규모의 자사주 5328만5968주를 장내에서 매입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달리 소각을 목적으로 한 주주환원 자사주는 아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기업의 직접 매수 수요로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이와 별도로 올해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방안도 내놨다. 3분기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나머지 주주환원 규모와 방식은 내년 1월 이사회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조합해 확정할 예정이다.

매입 속도도 빠르다. 지난 3일까지 삼성전자는 예정 물량의 37.2%인 1980만주, SK하이닉스는 32.4%인 780만주를 각각 사들였다. 현재 속도가 유지된다고 단순 계산하면 삼성전자는 10월8일쯤, SK하이닉스는 10월16일쯤 예정 물량을 모두 채울 수 있다. 당초 공시한 11월 종료 시점보다 한 달가량 빠른 셈이다.

실제 자사주 매입은 기존 투자자의 매도 물량을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다. 지난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 기관이 모두 순매도한 가운데 기타법인은 1조5634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물량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자사주 매입으로 지수 하단도 당분간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매크로 불확실성과 실적 모멘텀 약화에도 반도체 자사주 매입이 코스피의 급격한 하락을 막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자사주 매입이 끝난 이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달 18일 장중 50%를 넘어섰고 종가 기준으로도 49.14%에 달했다. 코스피 절반을 차지하는 두 종목에서 대규모 직접 매수세가 사라지면 지수 전체 수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탄력적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현재 매입 속도가 유지될 경우 3분기 실적 시즌 전까지만 수급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라는 확정적인 매수세가 빠진 자리를 반도체 실적 개선과 외국인 자금이 채우지 못하면 두 종목뿐 아니라 코스피 역시 상승 탄력이 둔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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