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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조선업 수주 공세에…K-조선 '해외 생산'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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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사진=AI 생성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김유진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해외 조선소를 활용한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조선업계가 낮은 선가를 앞세워 글로벌 선박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하고 해외에서는 상대적으로 건조 기술이 표준화된 범용 선박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동남아 등 해외 생산 거점은 국내보다 낮은 인건비와 유지비용 등을 바탕으로 중국과 원가 격차를 줄이면서 생산 능력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K-조선의 새로운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 中 조선업, 선박 수주 독주…K-조선과 격차 확대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8월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420만CGT(표준선 환산톤수·125척)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국은 전체 수주 물량의 85%인 359만CGT(107척)를 쓸어 담았다. 한국은 31만CGT(10척)를 수주해 점유율 7%에 그쳤다. CGT 기준 수주량만 놓고 보면 중국이 한국보다 약 11.6배 많은 물량을 가져간 셈이다.

올해 누적 기준으로도 중국의 우위는 뚜렷하다. 1~8월까지 중국은 4539만CGT(1672척)를 수주하며 전체 시장의 7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938만CGT(243척)로 전년 동기보다 55% 수주량이 늘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16%에 그쳤다. 중국과 한국의 올해 누적 수주량 격차는 약 4.8배다.

중국의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진 배경에는 대규모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등 범용 선박 수주량에서 2022년 이후 5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압도적인 생산 능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여기에 최근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국내 조선업계의 소위 '텃밭'이라 불리던 고부가가치 선종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 내 LNG 운반선 건조 가능 조선소는 과거 1곳에서 현재 5곳으로 확대됐다.

국내 조선업계가 해외 생산 거점 확대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중국의 가격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국내 조선소의 한정된 도크와 높은 인건비 부담을 감안하면 모든 선종을 국내에서 건조하는 방식만으로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LNG 운반선과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등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선박은 국내에서 건조하고 벌크선·컨테이너선 등 상대적으로 기술이 표준화된 범용 선박은 해외 조선소에서 생산하는 '투트랙' 전략이 점차 자리 잡고 있다.

해외 조선소를 활용할 경우 국내보다 낮은 인건비·유지비용을 비롯해 현지의 세제 혜택 등을 활용해 선박 건조 원가를 낮출 수 있다. 국내 조선소의 생산 능력을 직접 확장하지 않고도 해외 야드를 통해 추가 생산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 해외 야드 키우는 K-조선…원가 낮추고 생산 능력 높인다

HD현대는 대표적으로 동남아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해외 조선소 활용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HD현대는 2025년 12월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했다. 싱가포르 법인은 HD현대베트남조선·HD현대중공업필리핀·HD현대에코비나 등 해외 생산거점을 관리하는 동시에 신규 야드 발굴과 사업 협력 등을 총괄하는 해외사업 허브 역할을 담당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필리핀은 2025년 3분기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2024년 수주한 11만5000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 4척 가운데 첫 번째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HD현대베트남조선도 설비 확장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연간 건조 능력을 기존 16척에서 25척 안팎으로 확대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생산 거점을 단순한 보조 생산기지가 아니라 본격적인 선박 건조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HD현대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해외 야드를 활용해 벌크선과 탱커 등 중국 조선사들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 상선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해외 조선소를 활용한 '글로벌 오퍼레이션'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25년부터 베트남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베트남과 조선 분야 협력을 추진하며 현지 선박 블록 제작과 해양플랜트 기술 협력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 해양엔지니어링 기업 팍스오션과도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삼성중공업은 실제 수주한 선박 건조를 페트로베트남이나 팍스오션이 보유한 중국 지역에 있는 조선소에 맡기는 방식으로 해외 생산 네트워크를 활용 중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생산 원가를 낮추기 위해 수주 선박을 해외에서 건조하고 우리는 기술 지원을 하는 식의 글로벌 오퍼레이션 전략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이라며 "고도의 기술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범용 선박은 건조 기술이 표준화돼 있고 인건비도 국내보다 저렴하므로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조선소 활용이 단순히 원가 절감만을 위한 전략은 아니다. 국내 조선소의 제한된 생산 능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삼성중공업 올해 2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조선 부문 가동률은 100.2%에 달했다. 국내 도크가 사실상 꽉 찬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가 몰릴 경우 범용 선박을 건조할 생산 여력은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배경이 국내 조선업계가 해외 조선소로 눈을 돌리는 이유기도 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국내 도크는 한정돼 있고 고부가가치 선박만 만들게 되면 다른 기술이 사장되는 문제도 있다"며 "LNG 운반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만 골라서 수주할 수는 없는 만큼 범용 선박 등은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해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euge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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