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인중개사 본인 집 직거래 ‘불법’이지만”…대법원, 이미 체결한 계약은 ‘유효’

  • 가
  • 가
김남규 기자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공인중개사가 집을 구하러 온 고객에게 자신이 소유한 주택을 직접 파는 것은 현행법상 금지돼 있지만, 이미 체결한 매매계약까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주목된다. 법을 위반한 공인중개사는 별도의 제재를 받을 수 있지만, 직거래 금지 규정 위반만으로 매수인이 계약을 무효로 돌릴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4일 부동산 투자·컨설팅 업체 밸류업이노베이션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7년 2월3일 선고한 2016다259677 판결에서 개업공인중개사와 중개의뢰인 간 직접거래를 금지한 공인중개사법 조항을 ‘강행규정’이 아닌 ‘단속규정’으로 판단했다.

사건은 주택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사무소를 찾은 매수인이 해당 공인중개사 소유의 주택을 소개받으면서 시작됐다. 매수인은 공인중개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50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매수인은 공인중개사가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한 것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인 만큼 계약 자체가 무효라며 계약금 반환 소송을 냈다.

1·2심은 매수인의 손을 들어줬다. 공인중개사법상 직접거래 금지 조항을 ‘강행규정’으로 보고, 이를 위반해 체결한 매매계약 역시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직접거래 금지 조항은 ‘강행규정’이 아닌 ‘단속규정’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

두 규정의 차이는 계약 효력에 있다. 강행규정을 위반하면 해당 법률행위 자체가 무효가 되지만, 단속규정은 위반자에게 행정·형사상 제재를 가하더라도 이미 이뤄진 계약의 사법상 효력은 인정된다.

대법원은 직접거래 금지 조항의 입법 목적에도 주목했다. 공인중개사가 거래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 중개의뢰인의 이익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인 만큼,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거래 상대방과 맺은 계약까지 무효로 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공인중개사가 자신에게 매물을 구해달라고 의뢰한 고객에게 본인 소유 부동산을 직접 파는 것은 금지되지만, 이를 이유로 이미 체결된 매매계약이 자동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매수인 역시 직거래 금지 규정 위반만을 이유로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다만 계약이 유효하다고 해서 공인중개사의 법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직접거래 금지 규정을 위반한 공인중개사는 계약의 효력과 별개로 공인중개사법에 따른 행정·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는 “이 판례는 ‘법을 위반한 계약은 무조건 무효’라는 통념이 실제 법리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부동산 거래에서 법 위반 여부와 계약의 사법적 효력은 별개의 문제로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을 매수인과 중개사 모두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규 기자
ng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