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AI예산 해부 ④] 불어난 예산, ‘염불보다 잿밥’ 주의보…“과기부 거버넌스·사후관리 시험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7년 AI 예산은 9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4.3% 늘었다. GPU·데이터 등 공통 인프라 확충에 더해 프런티어AI, 모두의AI, 피지컬AI 등 굵직한 정책도 동시에 몸집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제 ‘얼마를 확보했느냐’에서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이냐’로 옮겨간다. <디지털데일리>는 전문가와 정부·업계관계자를 통해 내년도 예산 편성 배경을 분석하고 숫자 속에 담긴 정부 정책 향방을 전망해본다.<편집자>

[사진=제미나이 나노바나나2가 생성한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인공지능(AI) 예산 9조4000억원을 확보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제 ‘돈 쓰는 실력’을 시험받게 됐다.
AI예산은 1년 만에 84.3% 늘었지만 사업을 수행할 기업·연구자부터 정책을 기획·평가·관리할 전문인력과 행정조직까지 같은 속도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예산 집행 조직이 AI 예산만 다루는 것도 아니다. 기초과학 연구개발(R&D) 사업과 통신·정보화 사업 등 AI 외 정책도 신경 써야 한다.
결국 과기정통부가 받아든 시험지는 사업을 얼마나 ‘많이’ 만드는지가 아니다. 한정된 기업·인력·행정역량 속에서 ‘제대로’ 된 사업을 가려내고 성과가 부족하면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관리체계를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제언이다.
◆예산 84% 늘었는데 수행역량도 늘었나…“사후관리 더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AI 예산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부분으로 ‘수행·관리 역량’을 꼽았다. 국가 차원 공격적인 AI 투자는 고무적이지만 예산 증가 속도만큼 인력, 현장 수요, 점검체계가 단기간에 함께 고도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재정 규모만 앞서갈 경우 새로 늘어난 예산을 소진하기 위한 사업이 만들어지거나, 한정된 수행기관에 사업이 과도하게 몰려 제대로 된 집행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김숙경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AI 예산이 80% 이상 늘어나는 시점부터는 액수 자체보다 사업이 잘 굴러가도록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며 “산업 수요가 예산 증가 속도만큼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대된 ‘예산을 소진하기 위한 사업’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사후관리 중요성은 한층 높아졌다. AI 기술은 변화 속도가 빨라 사업 기획 당시 유망했던 기술이 1~2년 뒤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예상보다 빠르게 성과가 나타난 분야는 추가적인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 유연하고 기민한 예산 집행 능력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성과 지표도 GPU 확보량이나 데이터 토큰 수, 모델 벤치마크 순위 같은 지표에서 한발 더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 투자가 실제 민간 후속투자와 생산성 향상, 사업화·매출·수출 여부를 중점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산업 진흥을 위해 예산 편성 검토를 빠르게 추진했다면 중간 성과 검증이나 사후 포트폴리오 관리는 더 강화돼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정부 지원이 끝난 뒤에도 어떤 기업이 국내에 남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에 맞는 거버넌스 보완 시급”…예산은 ‘폭증’, 책임·권한 ‘그대로’
‘권한과 책임의 불명확성’을 지적한 전문가도 있다.
물론 예산이 84% 늘었다고 해서 행정 부담까지 동일하게 84% 늘어난다고 단순하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예산이 늘고 수행 정책 과제 수도 늘어난 만큼 그에 들어가는 행정 소요를 감당할 준비가 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도승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와 관련된 사업을 수행할 사람이 함께 늘어난 건 아니지 않나”라며 “전문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인프라가 충분히 뿌리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만 급격히 늘어나면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 내부와 산하기관 업무 분장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김 교수 지적이다. AI 정책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대통령실과 국가AI전략위원회, 과기정통부를 비롯해 각 부처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등 산하기관까지 관련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내부에서도 AI 관련 조직과 업무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책 영역이 겹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어느 조직이 어떤 사업 최종 책임 여부가 불분명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예산은 결국 권한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행정 책임이 수반되는 영역”이라며 “AI 관련 권한 분장이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면 향후 집행의 책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처럼 AI 예산이 크게 확대되는 시점이 오히려 관련 조직과 기관 사이의 권한 분장과 책임 소재를 다시 명확히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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