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광화문 거리로 나선 금융노조 3만명…“영업점 고객도 돌려보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가 9월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1차 총파업 집회를 열고 금융공공기관 지방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이호연기자]
‘지방이전 반대’ 총파업...산은·기은 인력만 6000여명
임금 6% 인상·주4.5일제도 촉구...시민들 반응 엇갈려
[디지털데일리 이호연기자] “저희 지부는 전국 조합원 대부분이 참여해 일부 영업점에서는 고객을 돌려보내기도 했습니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막기 위해 투쟁을 이어갈 방침입니다.”
3대 국책은행(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노조가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규모 총파업 집회에 나섰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전국 각지서 올라온 금융노조는 시청역부터 종로구 동화면세점 거리 일대를 가득채웠다. 이들은 ‘총파업’이라고 쓰인 붉은색 머리띠를 둘러매고, 금융공공기관 지방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건 지난해 9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금융노조에는 시중은행을 비롯한 지방은행, 국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43개 지부가 소속돼 있다. 노조 측은 이번 집회 참여자를 3만여명으로 신고했다. 특히 이번 총파업에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실제 이전이 검토되고 있는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소속 조합원들이 가장 많이 참여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은 기업은행 9000여명, 산업은행 2250여명, 수출입은행 1100여명이다. 이날 집회에는 기업은행에서 3500~4000명, 산업은행에서 2000명가량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도 1000~2500명이 참석해 은행별 참여 인원이 50~100명 안팎에 그쳤던 지난해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경찰이 추산한 이날 총파업 집회 참여 인원은 1만5000여명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집회장을 찾은 것 같다”며 “지방 이전이 더 이상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직원들의 참여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석구 노조 위원장은 “뉴욕이나 런던, 도쿄, 홍콩 등 주요 금융선진국 도시에 금융기관이 집약돼있고 서울도 그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며 “금융산업의 특성을 무시할 뿐 아니라 정치적 이유에서의 지방 이전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주 4.5일제 도입을 통해 노동자에게는 재충전의 시간, 청년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며 “정부는 1차 공공기관으로 인한 지역 경제 효과, 이전 기관의 인력 이탈과 정주 문제 개선 여부 등 그 결과부터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금융공공기관 이전 추진 중단 외에도 주 4.5일제 도입과 임금 6% 인상 등을 요구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가 9월 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1차 총파업 집회를 열고 금융공공기관 지방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이호연기자]
이날 집회에는 이학영·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등도 참석했다. 김형동 의원은 연대사에서 “노동자를 위한 입법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금융 공기업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우 의원은 주 4.5일제 도입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금융노조는 사측과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2차 총파업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전날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350여 개를 세종과 지방으로 옮기고, 공공기관 109개를 통폐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2차 이전·기능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초미의 관심사였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10월 이후로 미뤘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공공기관이 밀집한 서울을 떠나면 감독 공백으로 금융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1983년 미국에서는 지역 금융감독기관 본부 이전 과정에서 감독 인력 48명 중 37명이 퇴사했고, 감독 약화 속 금융사들의 고위험 부동산 투자가 급증했다. 결국 저축대부조합 24곳이 파산해 예금보험기금이 약 54억달러를 부담했다.
다만, 시민들의 시선은 엇갈렸다. 서울에 거주하는 권모씨는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어 분산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면서도 “직원들의 생활 기반을 고려하지 않은 강제 이전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에 거주하는 의료계 종사자 손모씨는 “공공기관 등이 서울에 몰려 있으니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고, 지방 주민들도 수도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정부 방침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의료계에는 주 5일제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종사자가 많은데 금융권이 주 4.5일제를 요구하는 데에는 상대적 박탈감도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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