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데이터·인력 중국이 압도적, 한국은 1대 100으로 싸워야"… 섬뜩한 경고
中, 정부 주도로 로봇 데이터 수집·표준화…상용화 속도↑
"정부가 데이터 공유 마중물 놔야…규제 특례·공공 수요 필요"

최서호 현대차그룹 RH PMO 사업기획담당 전무가 9월4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윤서연 기자]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중국은 로봇 데이터뿐 아니라 기업과 종사자 수에서도 압도적입니다. 한국이 1대 100으로 싸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최서호 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수소(RH) 프로젝트매니지먼트오피스(PMO) 사업기획담당 전무가 글로벌 로봇 경쟁에서 중국과 한국의 격차에 대해 내놓은 진단이다. 중국이 정부 주도로 로봇 데이터를 확보하고 제조·양산·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만큼 국내에서도 기업 간 데이터 공유를 촉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4일 최 전무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로봇 강국 대한민국 넥스트무브’ 세미나에서 ‘현대차그룹의 AI 로봇 생태계 구축 전략과 정책적 제언’을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최 전무는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수소(RH) 프로젝트매니지먼트오피스(PMO)에서 로봇 사업 기획을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로보틱스·수소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고 기존 조직을 본부급으로 격상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직속으로 로봇·수소 등 미래 신사업 추진과 투자 집행을 조율하는 조직이다.
◆ "美·中 로봇 속도 경쟁 치열…車 기술 활용해 로봇 경쟁력 확보"
최 전무는 미국과 중국이 로봇 밸류체인 전반에서 속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판단·제어 등 원천 기술에서 앞서 있다면 중국은 제조·양산·상용화 과정에서 빠르게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많은 원천 기술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지만 제조·양산이나 상용화 과정에서 데이터를 만드는 속도는 중국이 압도적으로 빠르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의 경쟁력으로 데이터와 산업 저변을 꼽았다. 최 전무는 최근 중국 현지에서 파악한 내용을 소개하며 "중국 측에서는 완성 로봇 회사가 200개이고 2만5000대가 출하됐다고 했다"며 "로봇 손을 만드는 회사도 미국에는 7개인데 중국에는 25개가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수도 많고 로봇에 종사하는 인원도 훨씬 많다"며 "한국이 1대 100으로 싸워야 하는 게 현재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격차를 가르는 핵심은 데이터다. 생성형 AI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발전한 것처럼 로봇 역시 실제 작업을 수행하려면 대규모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미 존재했던 텍스트와 달리 로봇용 데이터는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필요한 데이터 규모도 작업 난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단순히 뛰거나 움직이는 동작보다 빨래를 개거나 제품을 포장·조립하는 작업을 학습하려면 수십배에서 수백배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게 최 전무의 설명이다.
그는 "로봇도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큰 AI 모델을 학습시키면 일을 잘하게 된다"며 "텍스트 데이터는 널려 있었지만 로봇이 학습할 데이터는 없다. 상당한 비용을 들여 데이터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여러 기업의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표준화한 뒤 다시 로봇 학습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현장에 투입한 로봇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데이터를 다시 수집해 학습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도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공급망을 활용해 로봇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내재화한 차량 제어 기술을 로봇에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자동차와 로봇의 구동기·센서 기술 기반이 유사한 데다 기존 계열사·부품사 밸류체인도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 전무는 "차량 제어 기술과 로봇 제어 기술은 공통점이 많고 자동차와 로봇의 구동기·센서 기술 근간도 같다"며 "부품사와 계열사가 가진 밸류체인까지 활용해 AI와 데이터를 결합한 실제로 일하는 로봇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거점도 넓히고 있다. 미국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국내에서는 로보틱스랩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도 소규모 로봇 개발 조직을 꾸리고 현지 연구에 착수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상표권을 출원한 ‘로보틱스랩’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조직으로 중국 현지에서 로봇 기술 개발과 연구를 담당한다.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국내 로보틱스랩에 이어 중국까지 연구개발 거점을 넓히며 지역별 로봇 개발 체계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데이터 확보를 위한 인프라도 확충한다. 로봇이 실제 작업을 반복하며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는 트레이닝센터를 구축하고 여기서 축적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 모델 학습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9월4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윤서연 기자]
◆ "로봇 데이터 선순환 만들어야"…규제 특례·공공 수요 촉구
최 전무는 국내 로봇 산업이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기업 간 데이터 공유 체계 구축·규제 특례·공공 수요 창출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개별 기업과 스타트업이 각각 데이터를 구축하는 방식으로는 중국의 데이터 확보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정부가 기업 간 데이터 공유·표준화를 이끌고 휴머노이드 등 새로운 로봇을 산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인증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초기 공공 수요를 통해 로봇 보급을 늘려 현장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도 강조했다.
최 전무는 "기업들끼리 모여 데이터를 만들고 공유하기는 쉽지 않다"며 "정부가 마중물을 놔 기업과 스타트업이 데이터를 함께 만들고 공유·표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을 현장에 투입해 데이터를 다시 모으고 이를 학습에 활용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도 로봇의 실제 현장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 인근에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를 열었다. 연말까지 해당 시설을 현재 규모의 10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2028년부터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지역별로 로봇 제조·학습·실증 생태계를 구축중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연구개발 기능을 지역으로 넓혀 새만금은 제조·데이터 학습 거점으로 육성하고 경북은 실증·인증 역할을 강화하는 구상이다. 새만금에는 로봇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관련 부품사를 유치해 제조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로봇 생산부터 데이터 확보·학습까지 한 지역에서 연결하는 구조다. 경북에는 실증·인증 기능을 집중해 지역별로 역할을 분담한다.
최 전무는 "새만금에 로봇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짓고 로봇 부품 회사를 유치해 제조 클러스터를 확보하고 제조·학습·실증이 모두 이뤄지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을 새만금에서만 할 수는 없기에 지역을 나눠 전체적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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