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속도도 ‘돈 낸 만큼’…보다폰쓰리, 슬라이싱 요금제 띄웠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영국 이동통신사 보다폰쓰리(VodafoneThree)가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앞세워 5G 수익화에 본격 나선다고 3일(현지시각) 밝혔다.
보다폰쓰리는 이날 영국에서 새 브랜드 ‘슈퍼모바일(SuperMobile)’을 공개했다. 슈퍼모바일은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인 ‘5G+ 패스트트랙’을 활용해 기존 보다폰 5G 요금제보다 최대 4배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5G SA(단독모드) 기반의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하나의 물리적 네트워크를 품질 조건에 따라 다수의 가상 네트워크로 분리해 제공하는 기술로, 해외 통신사들은 이를 통해 서비스 품질(QoS)을 차등화하고 추가 비용을 지불한 이용자에게 우선적인 네트워크 자원을 제공하는 방식의 수익모델을 구상해왔다.
맥스 테일러 보다폰쓰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고객이 5G+(5G SA) 커버리지에 있을 때 최소 다운로드 속도를 보장하는 전 세계 유일한 통신사”라며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고객이 위약금 없이 조기에 통신사를 떠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폰쓰리가 보장하는 최소 다운로드 속도는 15Mbps다. 5G SA 망 안에서도 이 속도를 제공하지 못하면 이용자는 약정 기간이 남았더라도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슈퍼모바일은 현재 월정액 요금제(SIM·단말기) 이용자와 직원 1~9명 규모 소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된다. 보다폰의 풀스피드 Xtra 요금제보다 월 3파운드를 추가하면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보다폰쓰리는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내셔널 비즈니스 슬라이스’ 고객을 위해 영국 전역에서 5G+ 용량을 별도로 확보한다. 일반 소비자 트래픽과 기업 트래픽을 분리해 기업 이용자에게 보다 안정적인 통신 환경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안드레아 도나 최고네트워크책임자(CNO)는 “보다폰 슈퍼모바일의 독특한 점은 파티셔닝, 슬라이싱, 우선순위 지정을 동시에 활용한다는 것”이라며 “슬라이싱을 통해 네트워크의 일부를 서로 다른 사용자에게 전용으로 할당할 수 있고 우선순위 지정을 통해 수요가 가장 높은 시점에 자원을 차등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품질 차등화’가 실제 소비자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상품으로 받아들여질지는 변수다. 통신사 입장에선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한 인프라 비용을 추가 회수할 수 있지만, 이용자 입장에선 그동안 기본적으로 제공받던 네트워크 품질을 추가 요금을 내고 구매해야 하는 구조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보다폰쓰리의 시도가 통신시장 경쟁의 축이 기존 ‘데이터 제공량’에서 ‘통신 품질’로 옮겨갈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특히 AI 서비스 확산과 고화질 콘텐츠 이용 증가로 안정적인 연결 품질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실제 요금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케스터 만 CCS 인사이트 소비자·커넥티비티 부문 디렉터 역시 “프리미엄 가격 정책이 통신사들에게 항상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연결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가 계속 커지고 있고 새로운 AI 활용 사례와 콘텐츠에 대한 끝없는 수요가 결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다폰쓰리의 접근 방식은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 정부도 네트워크 투자가 새로운 서비스와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투자 환경 개선에 나섰다. 국내에선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반 서비스가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 사업화가 쉽지 않은 만큼, 통신사 실증을 토대로 현행 규제를 어떻게 적용할지 검토하는 단계다. 망 중립성은 전송되는 정보의 종류나 양 등에 따라 데이터 전달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홍사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기획과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통신사의 투자 여력 자체보다 새로운 네트워크 투자가 이용자 편익과 신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며 “5G SA와 네트워크 슬라이싱, 초저지연 서비스를 활용한 B2B·피지컬 AI 서비스가 실제 시장에서 나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망 중립성 문제 역시 이론적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통신사별 실증을 통해 현행 규제를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3G 등 레거시망도 이용자 보호를 전제로 5G SA와 6G 투자를 위해 단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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