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혜인 후보자, 국회의원 겸직이 장관 결격 사유 아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국회의원 (사진=연합뉴스)
용혜인 기본소득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마자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주택을 단기간에 거래해 2000만원의 차익을 올렸다는 주장에서부터 시작해 2023년 가족여행 때 공항 귀빈실을 이용했던 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찬성, 배우자 기본소득당 핵심 당직 인선 등이 예다.
용 후보자에 대한 공격은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는 것에 집중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일부에서도 의원직 겸직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형국이다.
용 후보자는 3일에도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 요구와 관련해 "인사 청문회에서 상세히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의원을 쉽게 내려 놓지는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2차례에 걸쳐 소수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데다, 1990년생으로 30대 여성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후보자여서 관심이 더욱 뜨거운 것 같다.
현행 국회법 상 국회의원은 장관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비례대표 출신은 장관이 되면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관례처럼 돼 왔을 뿐이다. 선출직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장관이 되더라도 의원직을 내려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비례대표직과 달리 유권자들이 있는 데다 선거로 후임을 뽑아야 하는 등의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례대표 출신 의원이라고 하더라도 용 후보자의 사례는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 힘 등 거대 정당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대 정당은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의원직을 내려놓더라도 정해진 순번에 의해 다른 사람이 이어 받는다. 의석수나 국고보조금 등에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용 후보자의 경우 의원직을 내려 놓게 되면 기본소득당은 국회의원이 단 한명도 없는 원외 정당이 된다. 더불어민주연합의 차순위 후보가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
거대 양당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의해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용 후보자는 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6번을 받아 재선에 성공했고, 선거가 끝난 이후에는 기본소득당으로 돌아갔다. 스스로 탈당한 것이 아니라 당에서 제명되는 형식으로 의원직을 유지했기에 '위장 제명 쇼'라는 지적이 나왔다.
용 후보자는 3일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는 것이 정당 국고보조금 때문인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앞서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는 "당 소속 유일한 국회의원인 제가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은 원외 정당이 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이 되더라도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를 희망하는 것은 국고보조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기본소득당 당 대표 선거에 단독 출마한 오준호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소수 정당 상황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용 후보자 입장에서는 기본소득당이 원외 정당으로 전락할 경우 보조금이 없어져 정당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정당보조금 가운데 기본소득당 몫은 연간 11억원 정도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내려 놓게 되면 이 돈은 민주당과 국민의 힘 등 다른 정당으로 추가로 재분배하게 된다. 다른 정당들이 나눠 갖고 국고로 귀속되지는 않기 때문에 국민 혈세가 낭비된다는 지적은 사실과는 다른 셈이다.
용 후보자의 의원직 겸직 논란을 계기로 정치권은 차분하게 머리를 맞대고 의석 수를 늘리기 위한 위성 정당 문제부터 손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비례대표 의원을 2차례 하는 등 특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비정상적인 제도 영향이 크다.
종국적으로는 지역구 선출직이든 비례대표든 구분 없이 국회의원과 장관직을 겸직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는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입법부는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지만 특정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장관직을 맡는 것은 의원내각제를 가미한 형태로 3권 분립의 취지에 맞지 않다.
국회는 인사청문회에서 용 후보자가 국회 상임위 활동에서 보여줬던 성평등가족부 관련 정책을 집중 점검해 장관으로서의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여성의 고용 평등, 저출산과 가족, 다문화 가족, 청소년 성장, 돌봄, 디지털 성범죄 등과 관련해 어떤 시각과 해법을 구상하고 있는 지 현미경 검증을 하기 바란다.
질서 있는 청문회로 소수 정당 출신의 청년 여성 장관 후보 지명이 혼탁한 정치 행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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