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체계론 제대로 세금 못 매긴다”…가상자산 과세 4개월 앞두고 ‘전면 개편론’

9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윤정기자]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일괄 과세하는 현행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매매·교환부터 스테이킹·대여·예치·에어드롭까지 거래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거래의 경제적 실질에 따라 소득을 구분해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와 한국조세법학회가 공동 주관한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가상자산 과세를 단순히 세율이나 시행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거래 유형별 소득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계산할 수 있는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매매부터 스테이킹까지”…기타소득 일괄 과세 한계
현재 가상자산 과세제도는 2020년 소득세법에 가상자산을 기타소득 과세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마련됐다. 당초 2022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과세자료 확보와 신고·납부 지원체계, 이용자 보호, 과세 인프라 및 취득가액 산정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유예됐다. 그러나 시행 시기만 조정됐을 뿐 양도·대여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일괄 분류하는 기본 틀은 유지됐다.
현행 제도에서는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에서 연 250만원을 공제한 뒤 나머지 소득에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실질 세율은 22% 수준이다. 2027년 발생 소득에 대한 최초 신고는 2028년 5월 이뤄진다.
문제는 가상자산 거래가 단순 매매·교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채굴, 스테이킹, 랜딩, 예치, 유동성 공급, 에어드롭, 하드포크 등 거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이를 기타소득 하나로 묶어 과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매나 교환 지급은 충분히 양도로 해서 양도소득으로 과세 가능하다”며 “사업적으로 하는 채굴은 사업소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여나 소비대차는 이자, 수익분배형은 배당, 사업적 채굴 행위는 사업소득, 일시적 보상은 기타소득 등으로 구분하고 복합 거래는 각 거래 요소별로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세 중립성 문제도 제기됐다.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래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20%, 이월공제 불허, 250만원 공제)로 과세되는 반면 동일한 기초자산을 직접 가상자산으로 거래하면 기타소득(22%, 가상자산 간에만 통산)으로 과세되는 등 투자 경로에 따라 소득 분류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국내 상장주식 소액주주의 장내 양도차익이 원칙적으로 비과세되는 것과의 형평성도 거론됐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가상자산 투자소득세’를 제안했다. 가상자산이라는 명칭을 기준으로 소득을 일괄 분류하는 대신 경제적 거래 유형에 따라 임금·이자·배당·사업·양도·기타소득 등 현행 소득세 체계에 맞춰 구분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손익 통산과 손실 이월공제를 검토하고, 지급 주체와 원천징수 의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 원천징수를 적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9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 김병일 강남대 前 교수가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윤정기자]
◆“총평균법 현실성 떨어져”…취득가액·해외거래 정보 확보 관건
과세 인프라 구축 역시 과제로 꼽혔다. 총평균법을 적용하려면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에서 취득한 동일 가상자산의 수량과 취득가액을 모두 연결해야 하지만, 실제 거래에서는 여러 거래소와 지갑을 오가는 경우가 많아 납세자가 직접 이를 계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경아 한양사이버대 세무학과 교수는 거래 과정에서 취득가액 정보가 지속적으로 승계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거래소 간 자산을 이전할 경우 자산 종류와 수량뿐 아니라 취득 시기·취득가액·부대비용·거래 식별정보 등을 전달하도록 표준화된 ‘취득가액 정보 이전 명세서’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에 대한 정보 확보도 문제다. 2027년부터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의 거래자료가 국세청에 제출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의 정보는 비교적 체계적으로 확보할 수 있지만,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 거래는 정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OECD의 암호자산 정보교환 체계(CARF) 역시 국가별 이행 시점 차이가 있어 해외 거래정보 확보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2020년과 현재의 과세 환경이 달라졌다는 점을 짚었다. 당시에는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상품으로 보기 어려웠고 다양한 대여 소득을 포괄할 필요성 등을 고려해 기타소득으로 분류했지만, 이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제정되고 가상자산 기본법 논의가 진행되는 등 제도적 환경이 크게 변했다는 것이다.
김 조사관은 특히 기타소득으로 분류할 경우 양도소득에 적용되는 일부 조세회피 방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등 별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행 전 관련 규정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과세 시행을 앞두고 거래 유형별 소득 분류와 함께 총평균법에 따른 취득가액 산정, 국내외 거래자료 연계, 손실 공제 및 이월공제 등 세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결국 가상자산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납세자가 실제로 신고할 수 있는 수준의 과세 인프라를 함께 마련하는 것이 2027년 과세 제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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