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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신약개발 20~30% 빨라졌다…“한국도 의료AI 실행 속도 내야”

왕진화 기자

크리스 티엠 BMS APAC 비즈니스 인사이트 & 테크놀로지 전무이사가 9월3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2026 제17회 암참 보건의료혁신 세미나’에서 AI를 활용한 보건의료 정책 및 환자 치료 성과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왕진화기자]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인공지능(AI)이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에서 실험 단계를 넘어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질병 진단과 치료, 환자 모니터링까지 실제 의료 현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AI와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신약 발굴 속도를 기존보다 20~30% 끌어올렸다는 구체적인 성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 역시 우수한 반도체·의료 인프라를 갖춘 만큼 AI 의료기술을 실제 환자에게 연결하기 위한 규제와 데이터 활용 환경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크리스 티엘 BMS APAC 비즈니스 인사이트·테크놀로지 전무는 3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2026 제17회 암참 보건의료혁신 세미나’의 세션 3 ‘보건의료의 미래를 위한 AI 및 정책’에서 “AI는 더 이상 하나의 트렌드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하는 모든 일의 일부가 됐다”고 밝혔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는 약 2년 전부터 연구개발(R&D)을 비롯한 사업 전반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술기업과 협력해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을 신약 연구에 활용한 결과 AI 기반 신약 발굴 속도가 20~30% 빨라지는 효과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티엘 전무는 AI의 활용 영역을 ‘진단·치료·모니터링’ 세 축으로 제시했다. 심혈관질환의 경우 기존 의료기기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질환 가능성을 찾아내고 의료진의 판단을 보조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암 진단에서도 AI 영상 분석이 실제 의료기관에 대규모로 적용되고 있으며 고위험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AI로 조기에 감지해 환자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AI가 의료진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티엘 전무는 “지금까지 회사에서 AI로 인해 사람이 대체된 사례는 없다”며 오히려 임상의와 과학자, 연구인력 등 더 많은 전문인력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독립적인 의사결정 주체가 아닌 의료진의 판단을 돕고 연구 역량을 증폭시키는 도구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기술 발전 속도를 제도와 의료 생태계가 얼마나 빠르게 따라갈 수 있느냐다. 티엘 전무는 의료AI 확산을 위해 정부와 규제기관, 제약업계뿐만 아니라 기술기업까지 참여하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AI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명확한 관리·규제 기준을 마련하고 실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공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AI는 통제되고 관리돼야 한다”며 “실사용데이터 등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공유 프레임워크가 없다면 작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가진 산업적 강점을 의료AI로 연결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국은 강력한 반도체 산업과 의료 인프라, 정책적 기반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글로벌 의료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디비아 메타 가던트헬스 AMEA 부사장이 9월3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2026 제17회 암참 보건의료혁신 세미나’에서 정밀의료 혁신을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왕진화기자]

같은 세션에서 디비아 메타 가던트헬스 AMEA 부사장은 혁신 기술이 규제 장벽으로 인해 한국 환자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가던트헬스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혈액 속 미세한 암 관련 신호를 분석하는 정밀진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 검사기관을 활용하는 현행 방식이 국내 제도상 인정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메타 부사장은 “혁신이 규제보다 빠르게 발전했지만 이를 연결할 경로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혁신 의료기술을 한국 환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AI와 정밀의료 등 혁신 의료기술을 실제 환자 치료로 연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논의됐다. 이기쁨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조직검사에서 확인되지 않은 유전자 변이를 액체생검으로 발견해 표적치료제를 투여했지만 해당 검사가 국내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급여를 인정받지 못한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AI와 정밀진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환자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외에서 검증된 혁신 기술을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인증·규제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이날 서울신라호텔에서 ‘2026 제17회 암참 보건의료혁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는 공공과 민간 부문의 전문가 및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미 보건의료 정책 협력과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암참 대표 연례행사다.

올해 세미나에는 BMS, 일라이 릴리, 에버사이트, 가던트헬스, 존슨앤드존슨, 모더나, MSD, 화이자가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이날 한·미 양국 정부 관계자와 산업계 리더, 보건의료 전문가 등 약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가제도 개편의 성공적인 이행과 한국 백신 생태계 강화, AI 기반 헬스케어 및 정밀의료 활성화 등을 논의했다.

디비아 메타 가던트헬스 AMEA 부사장이 9월3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2026 제17회 암참 보건의료혁신 세미나’에서 정밀의료 혁신을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왕진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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