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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븐랩스, 한국에 데이터 저장 거점 추진… 연구·제품 인력 늘린다

구아현 기자

유진 리앙 일레븐랩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이 9월3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에서 열린 ‘일레븐랩스 이그제큐티브 조찬 세션’에서 한국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구아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구아현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오디오 기업 일레븐랩스가 고객 데이터를 한국에서 저장·처리하는 데이터 현지 저장 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구체적인 투자액과 구축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국어 음성모델과 연구·제품·엔지니어링 인력을 확대해 인공지능컨택센터(AICC)와 방송·콘텐츠 등 국내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유진 리앙 일레븐랩스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은 3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에서 열린 ‘일레븐랩스 이그제큐티브 조찬 세션’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이라며 “현지 조직뿐 아니라 연구와 제품, 엔지니어링 지원, 한국어 기술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리앙 총괄은 한국 데이터 저장 거점의 구축 시점과 투자·채용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한국을 데이터 현지 저장 로드맵에 포함하고 관련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 현지 저장은 고객 데이터가 특정 국가나 지역 안에서 저장·처리되도록 하는 체계다. 상담 과정에서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다루는 금융·통신·공공기관이 생성형 AI를 도입할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한국 내 저장 체계 구축은 일레븐랩스가 국내 AICC를 비롯한 기업용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일레븐랩스는 현재 싱가포르와 인도에서 데이터 현지 저장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거점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고객의 음성·대화 데이터를 자사 서버에 보관하지 않는 ‘제로 리텐션’과 고객사 내부 서버에 시스템을 구축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기업의 보안 수요에 대응한다. 제로 리텐션은 데이터가 일레븐랩스 플랫폼을 통해 처리된 뒤 서버에서 삭제되는 방식이다.

일레븐랩스는 2022년 마티 스타니셰프스키와 피오트르 동브코프스키가 영국 런던에서 설립한 생성형 AI 오디오 기업이다. 사람과 유사한 목소리를 만드는 텍스트 음성변환(TTS) 기술로 출발해 음성인식(STT)과 음성복제, 다국어 더빙, 음악·효과음 생성, 음성·채팅 AI 에이전트로 사업을 확대했다.

주요 제품은 기업용 대화형 에이전트 플랫폼 ‘일레븐에이전츠’, 방송·광고·콘텐츠 제작과 현지화를 지원하는 ‘일레븐크리에이티브’, 개발자가 서비스에 음성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일레븐API’다.

회사는 이날 연간반복매출(ARR)이 6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 2월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10억달러다. 현재 일레븐랩스 플랫폼에서 200만개 이상의 음성 에이전트가 만들어졌으며 포춘 500대 기업의 60% 이상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일레븐API를 통해 도달한 최종 이용자는 10억명에 달한다.

성장의 중심은 음성합성에서 대화형 AI 에이전트로 옮겨가고 있다. 리앙 총괄은 음성 에이전트를 회사의 신규 사업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꼽았다. APAC 음성 에이전트 사업은 최근 3개월 동안 7배 이상 성장했다. 신규 사업에서 에이전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4%에서 35%로 높아졌다.

한국에서는 AICC가 유력한 초기 시장으로 꼽힌다. 일레븐랩스는 음성 에이전트로 인바운드·아웃바운드 상담과 고객지원, 영업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다. 저출생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컨택센터 인력 부족도 국내 음성 에이전트 수요를 키울 요인으로 봤다.

리앙 총괄은 “AI는 인력 부족을 보완하고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때 대응 공백을 메울 수 있다”며 “AI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확대되면 사람은 복잡하고 감정적 가치가 높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3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에서 홍상원 일레븐랩스 일본·한국 GTM 총괄(왼쪽부터), 네이선 베나이치 에어 스트릿 캐피털 창업자, 유진 리앙 일레븐랩스 아시아태평양 총괄과 대담하고 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구아현 기자]

대담에서 네이선 베나이치 에어 스트릿 캐피털 창업자는 컨택센터가 AI와 인간 상담원의 이원화 구조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어스트리트캐피털은 일레븐랩스 투자사다.

베나이치 창업자는 “대부분의 통화는 AI가 처리하고, 진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대응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인간적인 연결이 필요한 고객은 사람에게 인간다운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과 콘텐츠 시장도 주요 공략 대상이다. 일레븐랩스는 음성합성·복제와 다국어 더빙을 결합해 방송·광고 제작비를 줄이고 한국 콘텐츠의 해외 현지화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국내에서는 MBC C&I, SBS, 이스트소프트, 크래프톤 등과 협력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모델은 70개 이상 언어, 실시간 대화형 모델은 32개 이상 언어를 지원한다.

차세대 TTS(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 모델 ‘일레븐 V4’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일레븐 V4의 정식 출시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레븐 V4는 기존 모델에서 불안정했던 장문 음성의 정확도와 안정성을 높이고, 감정뿐 아니라 대화 맥락까지 반영해 음성을 세밀하게 제어하도록 설계됐다.

리앙 총괄은 “기존에는 우는 목소리나 행복한 목소리 등 감정을 반영했다면 V4에서는 맥락까지 반영할 수 있다”며 “전문적이거나 차분한 상황 설정에 따라 단어의 발음도 달리해 한국어를 비롯한 아시아 언어를 더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레븐랩스의 경쟁력은 규정을 준수해 확보한 데이터와 폭넓은 다국어 지원, 실제 구현과 미세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예외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구아현 기자
ahye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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