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투자사 “韓 AI, 미스트랄 넘어… 추격 골든타임 놓치면 안 돼”

네이선 베나이치 에어스트리트캐피털 창업자 겸 제너럴 파트너가 3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에서 열린 ‘일레븐랩스 이그제큐티브 조찬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구아현 기자][사진=디지털데일리 구아현기자]
[디지털데일리 구아현기자] 한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제한된 예산에도 글로벌 프런티어 모델과 경쟁할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모델 개발 방법과 학습 환경이 축적되면서 후발주자에게 추격 기회가 열렸지만, AI가 스스로 더 나은 AI를 만드는 자기개선 단계에 진입하면 격차를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투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진단이다.
네이선 베나이치 에어스트리트캐피털 창업자 겸 제너럴 파트너는 3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에서 열린 ‘일레븐랩스 이그제큐티브 조찬 세션’ 이후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업스테이지와 모티프테크놀로지가 공개 벤치마크에서 구현한 성능은 가용 예산을 고려하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에어스트리트캐피털은 AI 전문 벤처캐피털(VC)글로벌 AI 오디오 기업 일레븐랩스의 투자사다. 베나이치는 AI 연구와 산업·정책·안전 동향을 분석한 연례 보고서 ‘State of AI Report’를 발간하고 있다. 투자 기업들의 한국·아시아태평양 사업 확대를 살피기 위해 3년 전부터 매년 한국을 찾았다. 이번이 세 번째 방한으로, 한국 언론인들과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처음이다.
베나이치는 모티프가 약 1800만달러의 제한된 예산으로 높은 모델 성능을 달성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자원이 부족하고 조금 늦게 시작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독창성이 발휘된다”며 “모티프는 고성능컴퓨팅(HPC)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연산 분야에서 출발해 프런티어 모델 개발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티프의 모델은 프랑스 미스트랄 모델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기업들의 성과는 AI 경쟁에 나선 대다수 국가보다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의 추격이 가능해진 배경으로는 프런티어 모델 개발의 ‘레시피’가 축적됐다는 점을 들었다. 3~4년 전에는 어떤 데이터와 학습 방식이 필요한지 몰라 시행착오를 반복했지만, 지금은 모델 개발 방법이 상당 부분 알려졌다는 설명이다. 학습 데이터셋과 강화학습용 소프트웨어 환경, 인프라 공급업체도 다양해져 처음부터 모든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없어졌다.
베나이치는 “업스테이지와 모티프 같은 기업이 적은 비용으로도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이유”라며 “이런 측면에서는 후발주자가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추격할 수 있는 시간이 무한정 남아 있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더 많은 추론 자원과 토큰을 투입할수록 모델의 복잡한 과제 수행 능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AI 스케일링의 한계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나이치는 미국이 프런티어 모델에서 여전히 앞서 있지만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큐원 계열은 오픈소스 파생 모델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누적 다운로드 10억건을 넘어섰다. 한국 역시 업스테이지와 모티프를 통해 글로벌 경쟁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모델·반도체·제조 역량을 실제 AI 서비스와 피지컬AI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AI가 더 나은 AI를 만드는 재귀적 자기개선이 작동하면 성장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때 상승곡선에 올라타지 못하면 다시는 따라잡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전략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제로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경쟁의 다음 전선으로는 피지컬AI를 제시했다. 베나이치는 가정과 공장, 전장에서 수행되는 인간의 육체노동을 AI의 새로운 시장으로 꼽았다. 기업들도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이동하고 작업하도록 가르치기 위해 대규모 영상과 작업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의 국가 AI 전략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국가대표 모델을 선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경쟁을 목표로 충분한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가조했다. 베나이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 하지 않으면서 국가 전략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가장 나쁜 선택은 국가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한 뒤 예산을 턱없이 부족하게 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보유한 산업 기반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은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지식과 제조 역량, 에너지,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인 메모리 반도체를 갖추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에서 영향력을 가진 국가로서 AI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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