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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채용해서 조직도에 넣는다"…송호철 크루온AI 대표의 승부수

이안나 기자

- 송호철 전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문 대표 창업…기업·공공시장 겨냥

- ‘AI 크루’ 채용·교육부터 메일·ERP 연동, 견적·결재 수행까지

크루AI 워크 ‘에이전트 허브’ 화면. 기업은 업무별 AI 크루를 채용해 조직에 배치하고 필요한 지식과 도구, 담당 관리자를 설정할 수 있다. [사진=크루온AI]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AI 에이전트가 정말 직원처럼 일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송호철 크루온AI 대표가 회사를 시작하며 던진 질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이메일을 쓰고 문서를 요약하며 자료를 찾는 데 익숙해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AI 업무는 여전히 사람이 질문하거나 일을 지시해야 시작된다.

송 대표가 만들려는 것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AI다. 회사 업무를 이해하고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맡은 일을 끝까지 처리하는 진짜 ‘AI 동료’다.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문 대표를 지낸 그는 기업용 업무 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실제 업무는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직원들은 메일과 메신저, 문서, 전자결재,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오가며 하나의 일을 완성한다.

반면 현재의 업무용 AI는 특정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질문에 답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기능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송 대표는 “AI를 잘 사용하는 것과 AI와 함께 일하는 것은 다르다”며 “진짜 사람처럼 동작하는 AI 에이전트의 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원이 일을 하려면 자신이 맡은 역할을 알고 관련 업무지식과 회사 규정을 익혀야 한다. 메일이나 ERP 등 필요한 업무시스템을 사용할 권한도 있어야 한다. 일하는 순서를 이해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상급자에게 보고도 한다. 송 대표는 AI가 실제 직원처럼 일하려면 이 같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봤다.

[사진=크루온AI]

◆ 사람과 한 팀 된 AI…‘채용’ 거쳐 조직도에 자리 잡는다

송 대표가 노트북으로 직접 시연한 화면에는 비서·회계·영업·법무 역할을 맡은 AI가 사람과 나란히 조직도에 배치돼 있었다. 필요한 AI를 선택해 채용하고 부서에 넣는 방식이었다.

크루온AI의 서비스는 두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크루AI 워크(crewai.work)’는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업무공간이다. 메일과 메신저, 일정, 회의, 문서, 전자결재 기능을 갖췄다. 기업은 비서와 영업, 회계, 인사, 홍보, 법무 등을 담당하는 ‘AI 크루’를 채용하듯 조직에 추가할 수 있다.

시연에 등장한 비서 AI는 받은 메일에서 회신할 내용과 일정, 할 일을 구분했다. 외국어 메일을 번역하고 답장 초안을 작성했다. 회의를 잡아달라는 요청에는 참석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가능한 시간을 조율했다.

‘크루온AI(Crewon.ai)’는 그 뒤에서 AI 직원을 만들고 운영하는 기반이다. AI 크루마다 역할과 지식, 지침, 기술, 사용할 도구, 권한과 기억을 설정한다. 어떤 순서로 업무를 처리하고 어느 단계에서 사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는 ‘플레이북’으로 가르친다. 송 대표는 이를 ‘기업용 AI 에이전트 런타임’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크루AI 워크가 AI 직원이 출근해 사람과 함께 일하는 ‘사무실’이라면, 크루온AI는 AI를 채용하고 가르치며 역할과 권한을 관리하는 ‘운영체계’다.

구매 담당 AI를 채용한다고 가정해보자. 단순히 “너는 구매 담당자야”라고 지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회사의 구매규정과 계약지침을 학습시키고 ERP와 메일, 문서시스템을 사용할 권한을 준다. 견적 요청과 비교, 검토, 계약, 발주로 이어지는 업무 순서도 설정한다. 일정 금액을 넘는 구매는 반드시 사람의 승인을 받도록 제한할 수 있다.

◆ “A 프로젝트 예산 증액안 올려줘”…관련 규정·권한까지 확인

직원이 “A 프로젝트 예산 증액안을 작성해 결재 올려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직원은 먼저 프로젝트와 현재 예산을 확인하고 관련 규정을 찾아 적절한 결재 양식을 고른 뒤 필요한 승인자를 결재선에 넣어야 한다. 사람은 짧은 지시 뒤에 숨어 있는 회사의 맥락을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일반적인 AI는 별도의 설정 없이는 회사 내부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 크루온AI의 AI 크루는 프로젝트와 예산의 관계, 예산 변경 규정과 결재 절차, 요청자의 권한을 차례로 확인한다.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으면 담당자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요청한다. 반복 작업은 AI가 맡고 중요한 판단은 사람이 담당하는 ‘휴먼 인 더 루프’ 방식이다.

견적 업무도 같은 흐름으로 진행된다. 고객이 “제품 100개를 사고 싶으니 견적을 보내달라”고 메일을 보내면 영업 AI는 이를 견적 요청으로 파악한다. 이어 고객 이력과 제품, 가격정책을 확인해 견적서 초안을 만든다. 할인이나 계약조건에 승인이 필요하면 내부 결재를 거쳐 고객에게 회신한다.

송 대표는 이러한 처리 방식을 ‘시맨틱 퍼스트, 벡터 세컨드’라고 부른다. 핵심은 정보를 찾는 순서다. 비슷한 문서를 먼저 검색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크루온AI는 사용자의 의도와 해야 할 업무부터 파악한다. 이후 적용할 규정과 절차, 접근권한을 확인하고 허용된 범위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

업무 완료 여부도 실제 결과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전자결재 시스템이 정상 응답하면 실제 결재 문서가 생성됐는지까지 점검한다. 송 대표는 “도구를 호출한 것과 실제 업무가 완료된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크루AI 워크의 전자결재 화면. AI 크루가 결재 문서 작성을 돕고 처리 과정에 필요한 AI와 사람의 검토·승인을 연결한다. [사진=크루온AI]

AI 크루의 활동 범위는 여러 업무시스템으로 이어진다. 사람이 메일을 확인하고 ERP에 내용을 입력한 뒤 전자결재를 올리듯 AI 크루도 시스템을 오가며 하나의 일을 처리한다. 사용하는 시스템이 달라져도 맡은 역할과 권한, 이전 업무에 대한 기억은 그대로 유지된다.

업무를 계속할수록 AI 크루에는 조직의 지식과 경험이 쌓인다. 송 대표는 “사람은 퇴사할 수 있지만 AI 크루는 퇴사하지 않는다”며 축적된 업무지식과 절차가 기업의 디지털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가 늘어나면 관리해야 할 대상도 많아진다. 각 AI가 어떤 데이터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지 정해야 한다. 판단 근거와 실행 기록을 남기고 중요한 업무에는 사람의 승인 절차를 두는 것도 필요하다. 데이터의 소유와 보안, 오류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 범위는 실제 도입 과정에서 검증해야 할 과제다.

송호철 크루온AI 대표

크루온AI는 AI 에이전트의 역할과 권한, 업무 수행 과정을 한곳에서 관리하는 ‘AI 워크포스 런타임’을 표방한다. 단순히 에이전트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에 배치한 뒤 업무를 부여하고 관리하는 과정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사업 초기에는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구축형 사업에 집중한다. 크루AI 워크와 크루온AI 플랫폼을 고객사 환경에 구축하고, 법무·회계·연구개발 사업관리 등 특정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절차를 담은 ‘전문 AI 크루팩’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향후 필요한 AI 크루를 추가하는 구독형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

송 대표는 “고객이 구매하는 것은 AI 모델 자체가 아니라 그 모델이 실제로 일하는 환경”이라며 AI가 조직 안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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