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C만으론 부족…KT "해저케이블 확충 동반돼야"

전명준 KT 엔터프라이즈부문 본부장이 9월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피지컬AI 강국 실현을 위한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혜승기자]
[디지털데일리 정혜승기자] "AI를 생각할 때 데이터센터와 컴퓨팅만 떠올리지만 이를 연결하지 못하면 데이터센터는 비싼 창고에 불과합니다."
전명준 KT 엔터프라이즈부문 본부장은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피지컬AI 강국 실현을 위한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AI 데이터센터(AIDC)만으로는 AI 강국이 될 수 없으며, 데이터를 국경 밖으로 잇는 해저케이블이 함께 확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 본부장은 AI 인프라를 두 축으로 설명했다. AIDC가 학습·추론을 맡는 'AI 팩토리'라면, 해저케이블은 글로벌 연결을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한 AI를 해외로 보내고, 해외 트래픽을 국내로 들여오려면 해저케이블이라는 통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해저케이블은 대륙·국가 간 트래픽의 99%를 전송하는 인프라다. 한 번 구축하면 25년 이상 쓰는 장기 자산으로 케이블 하나당 약 290테라비피에스(Tbps)를 처리한다.
문제는 한국의 해저케이블 인프라가 경쟁국에 뒤진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운용·건설 중인 해저케이블이 미국 100여 개, 일본 50개, 싱가포르 46개인 반면 한국은 12개에 그친다. 국내는 운용 중 8개, 건설 중 4개, 계획 중 3개 수준이다.
수요는 급증할 전망이다. 정부는 2035년까지 AIDC를 18.4기가와트(GW) 규모로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를 수용하려면 약 1675Tbps의 전송 용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운용·건설 중인 해저케이블 용량은 200Tbps에 불과하다. 전 본부장은 "2035년까지 1500Tbps가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래픽 급증의 배경으로는 AI 워크로드 변화를 꼽았다.
사람이 AI를 쓰던 것을 넘어 스마트팩토리와 자율주행 등에서 사물이 직접 AI를 생성하고 주고받으면서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전 본부장은 '글로벌 허브 국가'를 제시했다. 해저케이블·육양국·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데이터 트래픽이 집중 교환되는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전 세계 트래픽의 99%가 미국·싱가포르·일본 등 허브 국가에서 오가는 반면 한국을 경유하는 트래픽은 3%에 불과하다.
다만 전 본부장은 한국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기존 허브들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서다. 싱가포르는 전력·토지·수자원 부족으로 데이터센터 신설 규제가 강화됐고, 일본은 비싼 전력비와 지진 등으로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값싼 전력과 부지, 반도체·IT 경쟁력을 갖춰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전 본부장은 한국과 아시아·북미 허브를 잇는 해저케이블 확충을 제안했다. 한국-일본-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을 직접 잇는 루트를 만들어 '싱가포르-한국-일본-미국' 핵심 루트를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해저케이블이 육지로 연결되는 육양국도 부산에 집중된 만큼 제주·서남권·동남권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망 고도화도 강조했다. 여러 지역에 흩어진 AIDC를 400기가급 초고속·초저지연 전용망으로 묶어 하나처럼 쓰는 'AI 하이웨이'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 본부장은 제도 개선도 주문했다. 해저케이블이 AI 핵심 연결 인프라인데도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해저케이블을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에 포함하고, 건설비와 육양국 구축비까지 세액공제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어민 보상 절차 표준화와 정부 주도의 협상 중재위원회 구성도 함께 제시했다.
전 본부장은 "해저케이블 확충은 통신사나 민간 기업만으로는 할 수 없다"며 "통신사와 정부, 민간이 힘을 모으면 빠르게 확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통신사가 컨소시엄을 꾸려 진행하다 보니 7년 이상 걸리고 비용 부담도 컸는데, 빅테크·재무적 투자자·정부가 협력하면 이를 앞당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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