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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거점 국립대 3곳 막대한 세금 지원,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어선 안 돼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교육부가 지난 1일 '2026년 서울대 10개 만들기 패키지 지원대학'으로 부산대, 전남대, 충남대를 선정했다. 이들 대학에는 올해 각각 700억원씩 지원되며, 이와는 별개로 학부교육 혁신을 위한 일반재정지원으로도 200억~300억원씩 추가 지원된다. 한 학교에 연간 최대 1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지원 기간은 오는 2030년까지 5년 간이어서 학교당 5000억원의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 성과 목표를 제시하고 평가 및 관리를 철저히 해 혈세가 허투루 쓰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당초 9개 거점 국립대학을 선정한다는 복안이었으나 예산 문제 등으로 3개로 줄였다. 이에 따라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나머지 6개 대학은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상황이다.

거점 대학이 아닌 다른 국립대와 신입생 등록금 전액 지원 대상이 아닌 지방 사립대는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3개 거점 국립대에 세금을 쏟아 붓는 정책이 지방대학의 서열화라는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배려가 있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수도권 집중을 막아 지방 균형 발전을 꾀하기 위한 전략으로, 일단 3개 대학 선정이라는 첫 단추를 뀄다.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 위상이 많이 떨어진 거점 국립대학들을 키워 우수한 인재들이 지방에서 배워서 정착하고, 기업들이 인재를 찾아 지방으로 내려오는 선순환의 기지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수도권 집중과 대학 서열화를 막기 위한 정책 아이디어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1990년대에는 과격하게 보이는 서울대 폐지론까지 나왔다. 그 이후에는 총선 또는 대선 공약으로 국공립대학 공동학위제, 국공립대 통합, 대학 서열화 폐지(서울대와 지방 국립대 공동학위제 도입) 등이 연이어 제시됐다. 하지만 서울대는 2012년 법인화되면서 국립대 공동학위제에서 빠졌고 일부 거점 국립대학은 공동학위제를 반대해 무산되기도 했다.

교육부가 거점 국립대 3곳을 선정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부산대는 계획서에서 2028년 3월 브랜드 단과대학(혁신제조융합대학)을 세워 조선해양, 기계시스템, 항공우주시스템 등의 부문에서 LG전자·한화 계열사 등과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로 운영하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는 반도체와 에너지·인공지능(AI) 특성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고, 충남대는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정부출연연구기관, 카이스트(KAIST)를 연결하는 중부권 국가 거점 모델을 제시했다고 한다.

3개 대학은 지역 성장을 이끌어 갈 대표 대학이라는 평가를 받은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계획서에서 밝힌 포부가 헛구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별로 특성화된 국가대표급 거점대학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서울의 한 대형 사설학원이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수험생과 학부모 6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더라도 지방 국립대에 진학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63.9%나 됐다. 등록금이 면제되면 지방 국립대에 다니겠다는 응답은 13.5%에 그쳤다고 한다.

대학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대학 인지도 및 위상이 59.1%로 가장 높았고, 등록금 및 장학금 혜택이라고 답한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냉혹한 현실인 것 같다.

돈을 많이 지원받는다고 해서 지역인재들이 수도권 대신 거점 국립대를 찾을 것이라고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교수 연구와 평가에서부터 수업 방식에 이르기까지 강도 높은 쇄신을 해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교원 승진이나 정년 보장 심사 기준 등을 수도권 주요 사립대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지역인재 양성은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다. 성과가 없는데도 막대한 국가 예산을 5년 동안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마냥 지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는 재정 투입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하고 미흡하면 지원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확실한 지침을 대학 측에 제시해야 할 것이다.

거점 국립대의 국제 경쟁력, 산학협력 노력, 지역인재 유출 방지 효과 등의 합리적 지표와 평가 방법을 만들어 매년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하는 길이라고 본다. 5년 뒤 국민 세금만 축냈다는 비판이 아니라 성공한 정책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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