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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기] 가전제품에도 주민등록증이 있다?…우리집 보안 어떻게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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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기자

알쓸신기 :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박한 기술 사전 [사진=생성형 AI 활용]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현관문을 열 때 누르는 전자 도어락, 거실 벽면에 붙어 조명과 난방을 켜는 네모난 화면인 '월패드', 그리고 집을 비웠을 때 반려동물을 지켜보는 '홈카메라'까지.

현재 우리 집은 온갖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이 서로 연결된 똑똑한 '스마트홈'으로 진화했다.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집안의 모든 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다.

하지만 가끔 텔레비전 뉴스나 인터넷 기사를 보면 등골이 서늘해지는 소식이 들려온다. 해커가 아파트 월패드망을 뚫고 들어와 집안 내부 카메라를 훔쳐보거나, 스마트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려 했다는 이야기다.

인터넷과 연결된 우리 집 가전제품들은 도대체 어떻게 외부의 나쁜 침입자(해커)를 구별해 내고, 우리 가족의 사생활을 철통같이 지켜내는 것일까.

스마트싱스 전용 싱스원 스마트홈 허브(V4) [사진=삼성전자]

◆ 엉뚱한 번호를 섞어 눌러라, "지문 자국과 훔쳐보기를 막는 허수 암호"

매일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때 누르는 현관문 전자 도어락부터 살펴보자. 복도나 엘리베이터 근처에 낯선 사람이 서성이고 있을 때 비밀번호를 누르기 불안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은 비밀번호 자리에만 손가락 지문 자국이 반질반질하게 남아있어, 도둑이 그 번호들만 조합해 문을 열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이 불안을 완벽하게 해결한 수학적 원리가 바로 '허수(가짜 숫자) 암호 기술'이다.

우리가 도어락을 누를 때 진짜 비밀번호가 '1234'라고 해보자. 문을 열기 전에 아무 의미 없는 엉뚱한 가짜 숫자들을 마구 누른 뒤 - 예를 들면 8, 9, 5, 7 - 마지막에 진짜 비밀번호 '1234'와 별표를 누르면 문이 철컥 열린다. 반대로 진짜 비밀번호를 먼저 누르고 뒤에 가짜 숫자를 마구 쳐도 문이 열린다.

도어락 내부의 마이크로컴퓨터(MCU)가 연속으로 눌린 숫자 신호들 사이에서 '진짜 비밀번호 조합이 중간에 올바르게 포함되어 있는가'만을 똑똑하게 골라내어 인식하기 때문이다.

뒤에서 누가 지켜보더라도 어떤 숫자가 진짜인지 절대 알 수 없고, 키패드 전체에 손자국이 골고루 묻어 특정 번호만 닳는 현상을 완벽하게 방지하는 영리한 방어 기술이다.

◆ 가전제품의 주민등록증, "물리적 복제가 불가능한 보안 반도체(PUF)"

스마트폰 앱으로 거실 에어컨을 켜거나 로봇청소기를 돌릴 때, 해커가 중간에서 가짜 신호를 보내 우리 집 기기를 마음대로 조종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안의 가전제품들이 명령을 보낸 사람이 진짜 가족인지, 아니면 가짜 해커인지 0.001초 만에 확인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최신 가전제품 메인보드 속에는 '하드웨어 보안 칩(보안 반도체)'이 탑재돼 있다. 사람마다 손가락에 복제할 수 없는 고유한 지문이 있는 것처럼, 반도체도 제조 과정에서 미세한 먼지나 공정 오차 때문에 칩마다 고유한 물리적 흉터(나노 지문)를 갖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를 'PUF(물리적 복제 방지 기능)'라고 부른다.

쉽게 비유하자면, 가전제품마다 '절대 위조할 수 없는 주민등록증'을 칩 깊숙한 곳에 새겨둔 것과 같다. 외부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조작 신호가 날아오면, 보안 칩은 보이지 않는 암호화된 비밀 도장을 대조해 본다. 등록된 가족의 스마트폰이 보낸 진짜 도장이 찍혀 있을 때만 문을 열어주고 전등을 켜며, 해커가 보낸 가짜 신호는 대문 앞에서 즉시 불태워 버린다. 소프트웨어가 뚫리더라도 단단한 하드웨어 칩 자체가 침입을 거부하기 때문에 철통 보안이 유지된다.

◆ 화면을 숫자로 쪼개라, "카메라 영상의 철저한 암호화 터널"

거실 홈카메라나 거실을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에 달린 카메라는 우리 집의 거실 구조와 가족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촬영한다. 만약 해커가 이 영상 전송 선로를 가로챈다면 우리 집 사생활이 고스란히 털릴 위험이 있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은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날것 그대로 인터넷망에 보내지 않는다. 영상이 스마트폰으로 전송되는 통로 전체에 보이지 않는 '암호화 비밀 터널(종단간 암호화)'을 뚫어놓는다.

카메라 렌즈로 들어온 가족들의 얼굴과 거실 풍경은 촬영되는 즉시 수조 개의 무작위 숫자와 알파벳 암호문으로 갈기갈기 쪼개진다. 설령 해커가 중간에서 인터넷 전선을 해킹해 데이터를 훔쳐 가더라도, 화면을 열어보면 사람이 아니라 의미 없는 외계어 암호 문자들만 가득 차 있어 무슨 영상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다. 이 쪼개진 암호문은 오직 비밀 열쇠를 나눠 가진 우리 가족의 스마트폰 화면에 도착했을 때만 다시 원래의 영상으로 복원된다.

태국 방콕에 위치한 삼성전자 비즈니스 익스피리언스 스튜디오(BES)를 찾은 방문객들이 '스마트홈' 콘셉트의 전시 공간에서 스마트싱스로 연결돼 한층 쉽고 편리해진 개인 맞춤형 공간을 경험하고 있다.

▶ '알쓸신기' 토크 어바웃…초연결 시대의 스마트홈, 가장 중요한 보안 수칙은

현재 전 세계 IT 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매터(Matter)'라는 새로운 스마트홈 표준이다. 삼성이 만든 냉장고, 애플이 만든 스피커, LG가 만든 세탁기가 제조사를 가리지 않고 하나의 언어로 소통하는 '초연결 시대'가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기들이 서로 연결되는 통로가 넓어질수록 보안의 문단속 역시 훨씬 더 중요해졌다. 아무리 뛰어난 암호화 칩과 방화벽을 깔아두어도, 사용자가 집안 와이파이 공유기의 비밀번호를 '12345678'처럼 너무 단순하게 설정해 두거나 초기 비밀번호를 그대로 방치해 둔다면 대문을 활짝 열어두고 외출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우리 집 스마트홈을 안전하게 지키는 가장 쉬우면서도 강력한 비결은 바로 '정기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다.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 화면에 "새로운 보안 업데이트가 있습니다"라는 알림이 떴을 때 미루지 않고 즉시 설치해 주는 것만으로도, 해커들이 파고드는 새로운 구멍을 99% 이상 완벽하게 틀어막을 수 있다.

기계의 하드웨어 기술과 사용자의 작은 실천이 함께 맞물릴 때, 우리 집은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디지털 요새가 된다.

알쓸신기 :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박한 기술 사전 [사진=생성형 AI 활용]

▶ 알쓸신기 키워드 번역기

·월패드(Wallpad): 아파트나 주택의 거실 벽면에 부착되어 조명, 난방, 가스, 현관문 등을 원격으로 통합 제어하는 메인 홈 네트워크 화면 장치다.

·허수 암호 : 진짜 비밀번호 앞이나 뒤에 가짜 숫자를 무작위로 섞어 눌러도 문이 열리도록 만들어, 비밀번호 노출과 지문 흔적을 방지하는 보안 기술이다.

·PUF (물리적 복제 방지 기술) :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생기는 미세한 차이를 이용해, 마치 인간의 지문처럼 칩마다 고유한 암호 키를 부여하는 위조 불가능한 하드웨어 보안 기술이다.

·종단간 암호화 (E2EE) : 데이터를 보내는 기기에서 암호화하고 받는 기기에서만 복호화(해독)할 수 있도록 만들어, 전송 중간 과정에서 데이터를 가로채도 내용을 볼 수 없게 만드는 암호 기술이다.

김문기 기자
mo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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