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전 빵 키티 구해요”…품절·리셀 부른 ‘로컬 굿즈’ 열풍

장주영 기자

[사진=당근마켓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대전에서는 빵을 든 헬로키티, 김천에서는 김밥으로 변신한 헬로키티가 인기다. 특정 지역을 상징하는 먹거리와 인기 캐릭터를 결합한 상품이 출시 직후 품절되는가 하면 원하는 지역 상품을 구하기 위한 교환과 리셀까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어디서나 살 수 있는 획일적인 상품 대신 특정 지역에서만 만날 법한 상품을 찾는 소비가 늘면서 유통업계도 ‘지역성’ 을 새로운 상품 경쟁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역 농산물과 특산물을 활용하던 기존 로코노미(Local+Economy)가 인기 캐릭터와 지역 축제, 맛집 등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상품화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과 텐바이텐이 지난달 30일 선보인 지역 특색 헬로키티 키링이 출시 직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해당 상품은 전국 각 지역을 상징하는 먹거리와 특색을 헬로키티에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빵의 도시’로 알려진 대전을 표현한 빵 모양 키티와 김천 김밥축제에서 착안한 김밥 모양 키티 등이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

출시 사흘 만에 공식 판매처에서는 품절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올리브영 온라인몰에서는 판매가 5만9800원인 식사·간식 세트가 일시 품절된 상태다.

공식 판매처에서 상품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수요는 중고거래 시장으로 옮겨갔다. 출시 당일부터 관련 상품 거래가 시작됐으며 지난달 30일과 31일을 비교하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올리브영 헬로키티’ 검색량은 24%, ‘지역키티’는 17% 각각 증가했다.

품절과 함께 일부 상품에는 웃돈도 붙었다. 판매가 5만9800원인 키링 세트 2종을 21만원에 판매한다는 게시물도 등장했다. 두 세트의 정가는 총 11만9600원으로 약 9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인기 지역 상품의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뛰었다. 정가 1만1900원인 '대전 빵 키티'는 중고거래 시장에서 4만8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정가의 4배가 넘는 가격이다.

돈을 주고 사고파는 것만이 아니다. 자신이 보유한 지역 키링과 원하는 지역 키링을 맞바꾸려는 게시물도 잇따르고 있다. 랜덤 구매 등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얻지 못한 소비자들이 특정 지역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교환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지역 특색을 상품 경쟁력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과거 로코노미가 지역 농산물이나 특산물을 상품화해 지역경제와 소비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지역 먹거리와 축제, 캐릭터 등 지역 고유의 콘텐츠 자체가 상품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지역 맛집과 소도시 미식을 편의점 간편식으로 구현한 춘천 닭갈비, 안동 찜닭, 대구 불막창 등 지역 미식 냉장 안주 3종을 선보였다. CU는 지역 축제를 상품 개발로 연결했다. 지난 7월 ‘2026 대구 치맥페스티벌’ 신메뉴 경연대회에서 최고상을 받은 ‘아보 트러플 치킨’을 전국 매장에서 출시했다.

[사진=올리브영]

캐릭터 시장에서는 지역성이 희소성과 결합한다. 글로벌 캐릭터 ‘미피’는 서울과 경주, 부산, 제주 등 지역별 특징을 반영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경주에서는 석굴암 보살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부산에서는 자갈치시장 상인과 세일러 복장을, 제주에서는 해녀를 모티브로 한 코스튬을 적용하는 식이다.

특히 미피나 헬로키티 같은 캐릭터 상품은 동일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옷과 소품, 디자인이 달라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상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지역 제품을 모아야 컬렉션이 완성되는 셈이다. 특정 지역 제품에 웃돈이 붙거나 소비자 간 교환이 활발해지는 것도 지역별 희소성과 캐릭터 수집 심리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 정체성이 소비자의 구매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김민수·윤상필 경상국립대 교수가 지난 6월 공개한 ‘지역 마스코트의 브랜드 진정성이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는 지역 정체성과 긴밀하게 연결된 캐릭터일수록 소비자의 구매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역 마스코트는 실용성이나 사업성보다는 지역 정체성과 시민의 정서, 문화적 친숙함 등 정서적 애착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지역 마스코트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 만큼 글로벌 캐릭터 상품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소비자에게 익숙한 지역 문화와 상징이 상품의 매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맥락이 맞닿아 있다.

대전의 곡창지대 특성과 유명 빵 가게에서 착안한 빵 모양 키링, 김천의 김밥 축제를 모티브로 한 김밥 모양의 키링 등 유명하면서도 익숙한 문화적 요소가 구매 의도를 향상시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 차별화 요소를 찾는 가운데 지역 고유 콘텐츠를 활용한 상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역별 디자인과 한정 판매가 결합하면 ‘어디서나 살 수 없는 상품’ 이라는 희소성이 생긴다. 지역성이 구매와 수집, 교환, 리셀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소비 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전문대 교수는 이러한 로코노미 상품 출시가 유통 기업들의 사회공헌(CSR)의 일환으로도 여겨질 수 있다고 짚는다. 그는 “지역 특산물이나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거나 광고하는 등의 활동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상생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주영 기자
jyjang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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