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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라이프] 초가을 풀숲의 복병…‘검은 딱지’ 보이면 쯔쯔가무시증 의심

이안나 기자

8월27일 세종시 제천 둔치에서 제초작업자들이 한낮 무더위와 소나기를 피해 이른 아침부터 풀을 깎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9월에 접어들면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초가을이 시작됐다. 농작업과 벌초, 등산, 캠핑 등 야외활동도 늘어나는 시기다. 그러나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건강까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풀숲에서 사람을 기다리는 털진드기 유충의 활동은 오히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한다.

질병관리청은 가을철 쯔쯔가무시증 유행에 대비해 지난 8월26일부터 전국 18개 지점에서 털진드기 발생 감시를 시작했다. 감시는 12월16일까지 16주 동안 이어진다. 논과 밭, 초지, 수로 등 사람이 털진드기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을 중심으로 발생밀도와 종별 분포를 살핀다.

◆초가을부터 늘어나는 털진드기…환자는 10~11월 집중=쯔쯔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균(Orientia tsutsugamushi)을 가진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발생하는 급성 발열성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해마다 약 3000~6000명 환자가 발생한다. 털진드기 유충 활동이 활발해지는 10월과 11월에 환자가 집중되는 특징을 보인다.

문제는 유행 시작점이 초가을이라는 데 있다. 털진드기는 유충 시기에만 사람이나 동물에 붙어 체액을 섭취한다. 여름에 산란된 알에서 부화한 유충이 초가을부터 나타나며 가을철 기온 변화와 함께 발생밀도가 증가한다. 농작업과 추수뿐 아니라 단풍철 등산이나 나들이가 늘어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사람과 진드기의 접촉 가능성도 커진다.

몸속으로 들어온 쯔쯔가무시균은 혈액과 림프액을 통해 퍼지면서 전신 혈관에 염증을 일으킨다. 털진드기 유충은 팔·다리·머리·목처럼 노출된 곳뿐 아니라 사타구니와 겨드랑이, 목덜미, 엉덩이처럼 습하고 피부가 접히는 곳에도 달라붙을 수 있다. 유충의 크기가 0.3㎜ 이하라 맨눈으로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감기 같은 발열 뒤 ‘검은 딱지’…몸 구석구석 확인해야=초기 증상은 감기와 혼동하기 쉽다.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린 뒤 일반적으로 10일 이내 갑작스러운 발열과 오한, 두통이 나타난다. 근육통과 기침, 구토, 복통, 인후통이 동반될 수 있으며 발진과 림프절 종대도 나타날 수 있다.

쯔쯔가무시증을 의심할 중요한 단서는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생기는 ‘가피’다. 처음에는 작은 구진이나 물집처럼 보이다가 궤양을 거쳐 중심부가 검게 굳은 딱지 형태로 변한다. 가피 크기는 대체로 지름 5~20㎜이며 우리나라 환자의 약 50~93%에서 확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기준 진드기에 물린 자국인 가피 발견율은 약 83.1%였다.

가피는 눈에 잘 띄는 팔과 다리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속옷 안쪽이나 겨드랑이, 무릎 뒤쪽, 배꼽, 귓바퀴 뒤, 항문 주변, 머리카락 속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 야외활동 뒤 발열이 시작됐다면 평소 살펴보기 어려운 신체 부위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쯔쯔가무시증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독시사이클린 등 항생제로 치료하며 대부분 항생제 투여 뒤 48시간 이내 열이 떨어진다.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간질성 폐렴과 급성호흡곤란증후군, 심근염, 급성 신부전, 수막뇌염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쯔쯔가무시증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독시사이클린 등 항생제로 치료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빠르게 회복하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간질성 폐렴과 급성호흡곤란증후군, 심근염, 급성 신부전, 수막뇌염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가을철에는 참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도 함께 주의해야 한다. SFTS는 주로 4~11월 발생하며 고열과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방백신이나 특정 치료제가 없고 치명률도 약 20%로 높은 만큼, 두 질환 모두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풀밭에 그냥 앉지 말고 긴 옷…귀가하면 바로 샤워=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진드기와 피부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발목보다 높은 풀밭에는 가급적 들어가지 말고 풀밭에 앉거나 누워야 할 때는 반드시 돗자리를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야외활동 때는 긴팔과 긴바지, 목이 긴 양말, 장갑, 모자를 착용해 피부 노출을 줄여야 한다. 신발과 양말, 바지에는 진드기 기피제를 제품에 표시된 용법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집에 돌아온 뒤 관리도 중요하다. 귀가하면 옷을 바로 털어 세탁하고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서 몸에 진드기가 붙어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검은 딱지와 같은 벌레 물린 흔적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야외활동 뒤 10일 이내 가피가 발견되거나 발열·발진 등이 나타나면 쯔쯔가무시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료기관을 찾아 야외활동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초가을 선선한 날씨는 야외활동을 즐기기에 좋은 조건이지만 진드기에게도 활동하기 좋은 계절의 시작이다. 특히 작은 털진드기 유충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물린 뒤 대응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피부에 닿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하다. 긴 옷과 돗자리, 기피제, 귀가 후 즉시 샤워와 세탁이라는 기본수칙만 지켜도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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