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돌아서면 정체, 넘어서면 도약”…정재헌 SKT CEO가 말한 ‘AX의 J커브’

강소현 기자

SK텔레콤 정재헌 대표이사(CEO)는 지난 1일 서울대학교 제1공학관에서 대학(원)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익숙한 비효율을 넘어 벼랑 끝에서 극한을 마주할 때 비로소 'J 커브'의 초생산성 혁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SK텔레콤 정재헌 대표이사(CEO)는 지난 1일 서울대학교 제1공학관에서 대학(원)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번 특강은 SK텔레콤과 서울대학교가 10년째 이어온 AI 공동과정의 첫 수업으로 마련됐다. ‘AI 시대의 선택과 기회’를 주제로 진행됐으며, 1987년 서울대학교 공법학과에 입학한 정재헌 SK텔레콤 CEO는 약 40년 만에 강연자로 모교 강단에 섰다.

이날 특강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정 CEO가 지난 1년간 SK텔레콤의 AI 전환을 주도하며 직접 도출한 ‘AX의 J커브’다.

‘J커브’는 원래 환율과 무역수지의 관계를 설명하는 경제학 이론이다. 환율이 오르면 무역수지가 곧바로 개선될 것 같지만, 실제 수출입 물량이 조정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해 초기에는 오히려 악화된다. 이후 개선세가 나타나는 모습이 알파벳 ‘J’를 닮아 붙은 이름이다.

정 CEO는 이 개념을 AI 전환(AX)에 적용했다. AI를 도입하면 곧바로 효율이 높아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재교육과 업무 재설계, 데이터·조직 정비 등이 선행돼야 해 초기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구간을 견딘 조직은 이후 생산성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정 CEO는 AX 시대의 일하는 방법론으로 ▲낯설게 보기 ▲극한 마주하기 ▲불편해지기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낯설게 보기’는 “이 일은 꼭 사람이 해야 하는가”, “이 순서가 최선인가”처럼 당연하게 여겨온 전제를 의심하는 데서 출발한다. 정 CEO는 SK텔레콤의 모든 업무에 “AI를 전제로 한다면 이 일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극한 마주하기’는 기존 방식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를 스스로 설정해 한계를 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이 제한된 GPU 환경에서 6880억 파라미터급 초거대 독자 AI 모델 ‘A.X K2’를 개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불편해지기’는 AI 전환 초기에 발생하는 비효율을 견디는 과정을 뜻한다. 실제 SK텔레콤의 한 개발자는 고객 요청에 따른 시스템 수정 업무에 기존 약 50시간을 들였지만, 이를 AI로 전환하는 초기 과정에서는 500시간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AI 에이전트를 새로 만들고 수정하며 수백 차례 검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같은 업무를 약 1시간 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불편함의 골짜기 앞에서 돌아서면 영원히 곡선의 왼쪽에 머물지만, 이를 견뎌낸 조직은 어느 순간 J자로 꺾여 올라간다”며 “낯설게 보기, 극한 마주하기, 불편해지기가 바로 이 골짜기를 건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가 모든 것을 결정할 것 같은 시대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주도성을 가지고 스스로 방향을 정하는 통찰력과 공감 능력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AI 시대 인재의 4가지 조건’을 인용하며 ▲본질을 통찰하는 힘인 ‘생각 근육’ ▲변화에 적응하고 실패해도 다시 배우는 ‘적응 근육’ ▲AI가 끝내 갖기 어려운 ‘공감 근육’ ▲체화된 경험을 가치로 만드는 ‘신체 지능’을 강조했다.

정 CEO는 “네 가지 모두 코딩 능력이 아니다”며 “기술은 AI가 점점 더 잘할 것이기 때문에 사람만이 가진 근육이 인재의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치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은 끝까지 사람의 몫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10년 전 ‘AI가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가’를 물었다면 오늘 우리는 ‘AI와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묻고 있다”며 “10년 뒤 이 질문의 답을 만들게 될 여러분과 역동하는 AI 혁신 현장에서 동료로 다시 만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하며 특강을 마쳤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