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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G 앞두고 지갑 닫은 통신사에…에릭슨 “향후 3년이 AI 시대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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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현 기자

시벨 톰바즈 에릭슨코리아 대표이사(CEO)는 1일 서울에서 초청 고객사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에릭슨 이노베이션데이 2026 코리아’의 일환으로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에릭슨이 인공지능(AI) 시대를 앞두고 통신사에 기존 5G망의 선제적 고도화를 주문했다. 5G 투자 이후 추가 설비투자(CAPEX)에 신중해진 통신사들을 상대로, 지금의 투자가 5G 어드밴스드와 AI 네이티브 6G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한 것이다.

에릭슨이 내세운 해법은 기존 장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AI-RAN’이다. 자체 실리콘과 AI 소프트웨어로 망 성능과 운영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5G 단독모드(SA)를 기반으로 품질 차별화 서비스를 만들어 투자 회수 가능성까지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시벨 톰바즈 에릭슨코리아 대표이사(CEO)는 1일 열린 ‘에릭슨 이노베이션데이 2026 코리아’ 미디어 브리핑에서 “앞으로는 단순히 기기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능을 연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 AI 트래픽 바뀐다…업링크·저지연 대응이 새 과제

에릭슨이 망 고도화를 요구하는 근거는 AI 확산에 따른 ‘트래픽 변화’다. 스마트폰 중심의 기존 망이 콘텐츠를 내려받는 다운링크에 최적화됐다면, AI 글래스와 로봇, 확장현실(XR)은 영상과 센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올려 보내야 한다.

에릭슨은 2030년까지 업링크 트래픽이 현재보다 3~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글로벌 5G 네트워크의 약 40%는 향후 AI 서비스에 필요한 최소 수준의 업링크 성능에도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고 봤다.

AI 서비스마다 요구하는 지연시간도 다르다. 로봇 등 물리 AI는 10~30밀리초 수준의 응답속도가 필요한 반면, 무선망 최적화처럼 실시간 제어가 필요한 기능은 마이크로초 단위의 처리가 요구된다.

이에 에릭슨은 AI 연산을 중앙 데이터센터 한곳에 집중하지 않고 엣지와 베이스밴드, 라디오까지 분산하는 구조를 적용하고 있다. 대규모 AI 처리는 중앙이나 엣지에서 맡고, 즉각적인 무선망 제어가 필요한 기능은 기지국에 가까운 영역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특히 최신 매시브 MIMO용 시스템온칩(SoC)에 신경망 가속기와 텐서 연산 기능을 넣어 AI 추론을 라디오 단에서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이후 출시된 상당수 베이스밴드는 일부 AI 기능을 별도 하드웨어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AI-ready 라디오 제품은 160종이며, 이 가운데 국내 적용 가능 제품은 12종이다.

마테오 피오라니 네트워크 포트폴리오 동북아 총괄은 “한국에서 지난 6년간 구축해온 5G망은 올해 소프트웨어가 출시되면 전국의 5G 기지국이 SA를 지원할 수 있게 된다”며 “현장 방문이나 케이블링 작업 없이 순수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GPU 대신 자체 실리콘…에릭슨이 택한 AI-RAN 해법

AI-RAN을 구현하는 장비업계의 접근 방식은 갈린다. 노키아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GPU에서 RAN과 AI 워크로드를 함께 처리하는 통합 컴퓨팅에 힘을 싣는 반면, 에릭슨은 RAN에 최적화한 자체 실리콘을 중심으로 AI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통신사 입장에선 성능만큼 비용과 전력소비가 중요하다. 5G 투자 회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AI와 6G를 이유로 다시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에릭슨은 이 지점을 자체 실리콘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대규모 AI 학습과 범용 추론에는 GPU를 활용하되, 초저지연과 높은 전력효율이 중요한 RAN에는 전용 실리콘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날 에릭슨은 20년 이상 RAN용 실리콘을 직접 개발해왔으며 최근 5년간 관련 투자를 약 세 배 늘렸다고 강조했다. 또 최신 매시브 MIMO용 SoC의 AI 연산 능력은 이전 세대보다 약 10배 높였다.

이는 통신사의 투자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성능뿐 아니라 비용과 전력효율까지 함께 설득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5G SA로 ‘품질’ 팔고 ISAC까지…새 수익모델 제시

이 같은 에릭슨의 셈법에는 통신사의 신규 매출도 포함됐다. 망 고도화를 요구하려면 장비 투자 이후 통신사가 무엇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까지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릭슨은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속도와 지연시간, 신뢰성 등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고 대가를 받는 구조를 제시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QoS·QoD API를 활용해 로봇과 클라우드 게임, 공공안전 등 서비스별로 서로 다른 망 품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지현 에릭슨코리아 네트워크 총괄은 “마라톤 중계 드론이나 유튜버, 경찰·소방 등 서비스마다 필요한 처리량과 지연시간이 다르다”며 “네트워크가 각각에 필요한 성능을 일정 수준으로 보장하는 것이 차별화된 연결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할 때마다 ‘퀄리티 온 디맨드(Quality on Demand)’를 API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통신사와 애플리케이션 사업자 간 새로운 수익 흐름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전제는 5G SA다. 비단독모드(NSA)에서는 5G 코어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차별화된 연결 기능을 온전히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신과 센싱을 결합한 ISAC(Integrated Sensing and Communication)도 새로운 수익화 수단으로 제시됐다. 이동통신망을 활용해 망에 연결되지 않은 드론이나 객체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기술로, 공항·핵심 인프라 보호와 공공안전, 물류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향후 3년이 분수령”…5G 투자, 6G까지 이어간다

다만 에릭슨의 구상이 실제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통신사들은 5G 투자 이후 뚜렷한 추가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AI와 6G를 이유로 다시 대규모 자본을 집행하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에릭슨은 이에 5G SA와 AI-RAN 투자를 6G와 별개의 비용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기존 장비에 AI 기능을 추가하고 망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고도화하면 현재 투자한 자산을 5G 어드밴스드와 6G에서도 이어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톰바즈 CEO는 “단순히 SA 아키텍처로 이동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정말 필요한 것은 차별화된 연결성이고, 우리가 SA와 5G 어드밴스드를 함께 이야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3년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전환은 5G에서 6G로 넘어가는 것보다 오히려 더 큰 변화”라며 “5G NSA에서 5G SA와 5G 어드밴스드로의 전환은 향후 3년 안에 이뤄져야 하고 비즈니스 모델도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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