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완성차 5개사 임단협 끝났지만…더 험난한 2027년 예고

윤서연 기자

8월12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오전조 근무자들이 4시간 부분파업으로 일찍 퇴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올해 임금·단체협약이 모두 마무리됐다.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던 현대자동차 노사의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를 통과하면서 완성차업계의 길었던 ‘하투’도 일단락됐다.

다만 정년 연장과 근로시간 단축 등 핵심 쟁점은 미해결 과제로 남으면서 내년 교섭에서 노사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한 생산 자동화에 따른 고용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내년 교섭의 난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임금은 합의했지만…정년·주 4.5일제는 남았다

올해 교섭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임금과 성과 보상에서는 접점을 찾았지만 근로 조건과 고용 구조를 바꾸는 문제에서는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정년 연장이다. 완성차 노조는 고령화와 국민연금 수급 시점 등을 이유로 현행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기아 노조 역시 올해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것을 요구했지만 최종 합의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함께 요구했던 주 4.5일제도 합의에서 빠졌다. 근로시간 단축은 올해 처음 등장한 의제가 아니라 완성차 노조가 수년째 제기해온 사안이다. 임금을 유지하면서 근로시간을 줄일 경우 생산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맞물리는 만큼 회사 입장에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올해는 기본급 인상과 성과금·격려금·주식 등 금전적 보상을 중심으로 타협점을 찾으면서 이들 구조적 쟁점은 뒤로 밀렸다. 문제가 해결됐다기보다 다음 협상으로 넘어간 성격이 짙은 셈이다.

정년 연장은 정부의 계속고용 정책과 법정 정년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와도 맞물려 있다. 제도 변화 방향에 따라 내년 교섭에서 노조의 요구 강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회사 측에서도 정년 연장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존 인력의 근속 기간이 늘어나면 인건비와 신규 채용 규모·인력 운영 계획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 주 4.5일제 역시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기존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생산성 향상이나 추가 인력 투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

◆ 아틀라스 투입 현실화…내년 임단협 '고용 안정' 새 변수로

생산 현장의 자동화 역시 향후 노사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우선 부품을 생산 순서에 맞춰 분류하는 서열 작업 등에 적용한 뒤 2030년에는 부품 조립까지 업무 범위를 넓힌다. 현대차·기아 생산 현장에 도입할 아틀라스는 2만5000대 이상으로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제도 구축한다.

생산 현장의 로봇 투입이 구체적인 일정에 올라오면서 고용 안정 문제도 향후 노사 협상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아틀라스의 실제 공장 투입이 시작되는 2028년을 앞두고 내년 교섭부터 기존 생산직의 역할과 고용 유지·직무 전환 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생산 자동화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필요한 직무와 인력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는 로봇을 도입할 것인지 자체보다 로봇과 기존 생산 인력이 어떻게 역할을 나눌 것인지가 노사 간 핵심 논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사가 올해 합의안에 기술직 500명 신규 채용을 담은 것도 고용 문제가 교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생산 자동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노조는 기존 일자리 유지와 신규 채용을 요구할 수 있고 회사는 생산 효율화와 인력 재배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내년 교섭에서는 임금 인상률을 넘어 정년과 근로시간·고용 안정·로봇 투입까지 협상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올해 가장 큰 진통을 겪었던 현대차의 노사 관계도 변수다. 잠정합의안은 가결됐지만 찬성률은 61.55%에 그쳤다. 투표 참여 조합원의 38.17%가 반대표를 던진 만큼 합의안을 둘러싼 내부 이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반영되지 않은 요구가 누적될 경우 내년 교섭에서는 합의안을 둘러싼 조합원 내부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 기아·한국지엠·르노코리아도 안심 못해…내년 파업 가능성 커지나

올해 전면 파업 없이 교섭을 마친 다른 완성차 업체도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수년째 반복된 정년 연장과 근로시간 단축 요구가 남아 있는 만큼 한국지엠·르노코리아·기아 등에서도 교섭 과정에서 노사 간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지엠·르노코리아·기아의 내년 전면 파업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정년 연장과 성과급 문제는 몇 년째 같은 요구가 반복되고 있어 내년에도 당연히 다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아틀라스 등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 현장 투입이 본격화할수록 고용 안정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로봇 투입에 대한 문제도 내년에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로봇을 투입하더라도 생산직 근로자의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부분을 노사가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는 조건이 더 까다롭고 협상도 올해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며 “결국 노조도 양보하고 서로 상생하는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서연 기자
yun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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