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AI 예산 9.4조 ‘가속페달’…프런티어·피지컬·모두의AI 3축 집중공략

전북 피지컬AI 실증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전북대학교 실증랩 현장 모습. [사진=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정부가 내년 인공지능(AI)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그간 추진해 온 대형 AI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을 잇는 ‘프런티어급 AI 모델 개발’부터 대국민 AI 서비스인 ‘모두의AI’ 제조·물류 현장으로 AI를 확장하는 피지컬AI까지 ‘모델-서비스-산업현장’을 잇는 세 축에 재정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7년도 AI 예산안은 9조4000억원 규모로 올해 5조1000억원보다 84.3% 늘었다. 과기정통부 전체 예산이 23조8000억원에서 29조6000억원으로 24.5%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AI 분야 증가폭이 두드러진다.
정부는 AI데이터센터(AIDC), 피지컬AI, 차세대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와 최상위 AI 모델·기술, AI 서비스·활용 등에 예산을 집중 배치했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전날(31일) 열린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독자적인 최상위급 AI 모델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GPU와 데이터 등 핵심 자원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초효율·경량화 AI와 온디바이스 기술 등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AI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독파모 다음은 ‘프런티어AI’…GPU 1만장·1조 토큰 데이터 승부
AI 예산 중 가장 큰 재정 투입이 이뤄지는 곳은 최상위 AI 모델·기술 분야다. 관련 예산은 올해 2조6146억원에서 내년 5조5937억원으로 113.9% 증가한다.
특히 AI 컴퓨팅 자원 확충 예산은 2조841억원에서 3조8500억원으로 84.7% 늘어난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이 예산은 최신 베라 루빈급 GPU 약 1만장을 확보하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프런티어급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 경쟁력 강화 지원 예산은 3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26배 이상 커진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약 1조 토큰 규모의 고품질 데이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기존 독파모 사업과 새 프런티어 AI 프로젝트 간 관계다. 독파모가 국내 기업의 독자 모델 개발 역량을 끌어올리는 초기 경쟁 체계였다면, 내년부터는 대규모 GPU와 데이터 투입을 전제로 글로벌 최상위 모델을 직접 겨냥하는 방향으로 사업 규모가 한 단계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두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프런티어 AI 모델 개발은 새로운 체계로 대규모 자원을 투입하겠다는 사업”이라며 “독파모와는 기술이나 인재들이 잘 연결돼 진행될 수 있도록 세부 추진방안을 향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지난 8월31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7년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디지털데일리 정혜승 기자]
◆‘모두의AI’ 2500억원 신규 투입…모델 개발 넘어 국민 서비스로
두번째 축은 AI 서비스 확산이다. AI 서비스·활용 예산은 올해 1조2067억원에서 내년 1조8611억원으로 54.2% 증가한다.
대표 사업은 ‘모두의AI’다. 내년 예산안에는 모두의AI 사업비 2500억원이 신규 반영됐다. 정부가 확보한 AI 인프라와 국산 모델을 활용해 전 국민에게 범용 AI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 등을 제공하고, 이후 다양한 특화 서비스를 플랫폼 위에 올리는 것이 골자다.
현재 SK텔레콤과 KT, 카카오 3개 주관사가 선정돼 연내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정책 무게중심이 ‘국산 모델을 만들 수 있는가’에서 ‘만든 모델을 얼마나 많은 국민과 산업이 실제 사용하는가’로 옮겨가는 대목이다. 독파모와 프런티어 AI가 공급 측 모델 경쟁력을 겨냥한다면 모두의AI는 정부가 대규모 초기 수요를 만들어 AI 서비스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맡게 된다.
2500억원에는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GPU 임차 비용도 포함된다. 정부는 B200 기준 약 2000장을 임차할 수 있는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B200 약 2000장 정도를 임차할 수 있고 일 사용자 기준 약 1000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서비스 규모나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모든 국민이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에서 물류까지…피지컬AI ‘연구→데이터→실증’ 연결
세번째 축인 피지컬AI도 연구개발 단계에서 실제 산업 적용으로 범위가 넓어진다.
내년에는 피지컬AI 트레이닝센터 구축에 400억원, 핵심기술개발에 550억원, 우정사업본부 물류 실증·확산에 260억원이 신규 투입된다. 올해부터 추진 중인 월드모델 연구를 기반으로 범용 피지컬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기업이 실제·합성 데이터를 확보해 로봇을 학습시킬 수 있는 기반까지 구축한다.
특히 물류가 첫 대규모 실증 무대로 꼽혔다.
박태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장은 “공공물류는 피지컬AI 기술을 적용해 빠른 시간 안에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라며 “국산 피지컬AI 기술과 휴머노이드 등을 적용해 성과를 보여주면 다른 분야로 확산하는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피지컬AI 정책을 개별 실증사업에 그치지 않고 범부처 공통 기반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월드모델과 파운데이션 모델, 트레이닝센터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범부처가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연계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이 과정에서 범부처 피지컬AI 정책의 ‘CTO’ 역할을 맡겠다는 방침이다.
박 국장은 “과기정통부가 선도적으로 1년이라도 앞서 하고 있는 것을 다른 부처에 빨리 적용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며 “각 부처가 실증을 담당한다면 과기정통부는 소프트웨어 모델과 방향을 제시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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