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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힌다고 조선 아니다…넥슨게임즈 '우치'가 그리는 한국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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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범 기자

넥슨게임즈 '우치 더 웨이페어러' 티저 이미지. [사진=넥슨게임즈]

[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넥슨게임즈가 신작 '우치 더 웨이페어러'를 통해 익숙하면서도 게임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조선의 모습을 판타지 세계로 옮긴다.

한복을 입히고 전통 건축물을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인의 얼굴과 설화 속 요괴, 빛과 사계절까지 게임 언어로 재해석해 중국·일본 판타지와 구별되는 '한국의 색'을 구현한다.

목영미 넥슨게임즈 로어볼트스튜디오 아트 디렉터(AD)는 21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언리얼 페스트 서울 2026'에서 '게임 속 조선은 왜 조선처럼 보이지 않는가'를 주제로 이 같은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우치 더 웨이페어러는 넥슨게임즈가 개발 중인 AAA급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이날 목 AD는 조선 판타지를 구현하기 위해 세운 아트 방향과 이를 언리얼 엔진5로 실제 게임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소개했다.

목 AD는 '검은 신화: 오공',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 등 동아시아 판타지 게임을 예로 들며 각 작품이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했지만 시각적 요소만으로 중국·일본·한국 등 동아시아 문화권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고 짚었다.

이에 개발진은 '우치 더 웨이페어러'를 만들면서 단순히 조선시대 요소를 배치하는 것을 넘어 '무엇이 조선을 조선처럼 보이게 하는가'를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8월21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언리얼 페스트 서울 2026'에서 목영미 넥슨게임즈 로어볼트스튜디오 아트 디렉터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넥슨게임즈]

◆한복은 '재앙'이었다…고증과 판타지 사이 70대30

첫 번째 과제는 한복이었다. 목 AD는 "한복은 멋지고 아름답지만 게임 개발자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며 "고증을 그대로 따르자니 임팩트가 부족해지고 판타지 요소를 많이 넣으면 한국적인 실루엣에서 벗어나는 문제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게임에서 구현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여러 겹으로 구성된 한복은 캐릭터가 움직일 때 옷끼리 충돌하기 쉬웠다. 넓은 소매와 여유 있는 품 때문에 의상이 캐릭터 메시를 뚫고 지나가는 문제도 나타났다. 언리얼 엔진5의 카오스 클로스를 활용한 실시간 의상 시뮬레이션 역시 성능 부담으로 이어졌다.

개발진은 해법을 찾기 위해 직접 여러 한복을 구입해 착용하고 스캔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했다. 이후 갓과 도포처럼 한국적인 형태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요소를 기준으로 삼았다. 전체 실루엣은 간결하게 유지하면서 시뮬레이션에 영향을 덜 주는 부분에 여러 겹의 디테일을 더하는 방식이다.

의상 전체에 실시간 물리 연산을 적용하는 대신 큰 움직임은 본 시뮬레이션으로 처리하고 자연스러운 흔들림이 필요한 일부 영역에만 언리얼 엔진5의 '카오스 클로스'를 적용했다. 한복 특유의 움직임을 살리면서 성능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넥슨게임즈 ’우치 더 웨이페어러’ 한복 콘셉트 디자인. [사진=넥슨게임즈]

고증을 적용하는 기준도 별도로 마련했다. 주인공과 주요 논플레이어블캐릭터(NPC)는 판타지 70%, 고증 30%를 기준으로 잡았다. 일반 NPC는 판타지 30%, 고증 70%, 배경은 각각 50%씩 적용한다는 원칙이다.

목 AD는 "한국 역사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큰 책임감을 느꼈다"며 "많은 시행착오 끝에 고증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도구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복을 고증 그대로 게임에 옮긴다고 해서 반드시 조선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며 "중국과 일본 문화와 차이를 만들기 위해 한국에서 실제 사용된 것은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넥슨게임즈 '우치 더 웨이페어러' 사내 페이셜 3D 스캔 결과. [사진=넥슨게임즈]

◆"어딘가 본 얼굴"…개발자 100명도 조선 백성 됐다

캐릭터의 얼굴 역시 한국적인 인상을 만드는 주요 요소로 삼았다. 목 AD는 "기존 아시아 판타지 게임의 캐릭터를 보면 동양인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우리 얼굴은 아니라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우치 더 웨이페어러에서는 진짜 한국인의 얼굴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주인공 우치를 비롯한 주요 인물은 실제 배우를 캐스팅하고 얼굴을 3D 스캔해 제작했다. 캐스팅과 스캔 촬영을 거쳐 모델을 다듬고 피부 질감과 셰이더 반응 등을 확인한 뒤 실제 게임 화면에서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세계 곳곳을 채우는 관군, 양반, 주모, 대장장이 등 NPC 제작에는 넥슨게임즈 임직원도 참여했다. 회사 내부에서 3D 얼굴 스캔 지원자를 모집한 결과 짧은 기간에도 100명이 넘는 임직원이 지원했다. 프로그래머와 배경 아티스트, 애니메이터, 게임 디자이너 등 실제 개발진의 얼굴도 게임 제작에 활용됐다.

목 AD는 "어디에선가 본 것 같고 우리 주변에 실제 있을 법한 사람들의 얼굴이 더해지면서 공간의 현실감이 살아났다"며 "조선 판타지라는 게임의 정체성도 한층 뚜렷해졌다"고 강조했다.

넥슨게임즈 '우치 더 웨이페어러' 몬스터 콘셉트 이미지. [사진=넥슨게임즈]

한국 설화는 몬스터 디자인의 기반이 됐다. 개발진은 '그슨새'·'강철이'·'어둑시니'처럼 전승은 이어져 왔지만 대중적으로 정형화된 모습은 없는 존재들에 주목했다.

이미지가 명확하게 굳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오히려 게임 제작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설화를 토대로 특징을 가져오면서도 개발진이 새로운 형태를 자유롭게 상상할 여지가 컸기 때문이다.

도깨비도 우치 더 웨이페어러의 세계에 등장한다. 개발진은 한국 도깨비를 일본의 오니(鬼)와 구별되는 존재로 해석했다. 오니가 악귀에 가까운 이미지라면 한국 도깨비는 설화에서 장난스럽거나 인간적인 모습, 때로는 친근한 존재로도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목 AD는 "우치 더 웨이페어러에도 인간과 맞닿아 있는 존재로 도깨비가 등장한다"며 "추후 우리가 만든 도깨비의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선 일부 몬스터의 콘셉트 이미지도 처음 공개됐다. 제주도 설화에서 볏짚 도롱이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전해지는 그슨새를 비롯해 한국 사자탈을 모티브로 삼은 '광사족' 등이 소개됐다.

배경에서는 한국의 자연이 가진 밝은 색과 계절감을 살리는 방향을 택했다. 목 AD는 "채도를 낮추고 화면을 어둡게 만들면 단점을 가리면서 분위기를 만들기 쉽지만 한국의 빛을 어둠 속에 숨기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8월21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언리얼 페스트 서울 2026'에서 목영미 넥슨게임즈 로어볼트스튜디오 아트 디렉터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넥슨게임즈]

개발진은 언리얼 엔진5의 실시간 전역 조명 기술인 루멘을 활용해 시간과 환경에 따라 변하는 빛과 자연스러운 간접광을 구현했다. 메가라이트를 통해 다수의 광원을 배치하면서 계절과 대기의 느낌도 강조했다.

다만 게임이 진행되면서 요괴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구간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밝고 화사했던 공간에 어두운 색조를 적용하고 주변 환경도 점차 기괴하게 변하도록 구성해 이야기 진행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한국적 요소를 넓은 게임 공간에 효율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절차적 작업 방식(프로시주얼 워크플로우)도 활용했다. 단청은 꽃무늬와 선, 테두리, 오염 등 각 요소를 노드로 분리해 다양한 형태를 빠르게 만들도록 했다. 바위에 붙는 이끼 역시 경사와 방향을 계산해 자동 배치하면서 반복적인 모습을 줄였다.

개발진은 이를 위해 명승지와 조선시대 주요 건축물을 직접 찾아 실제 형태와 빛, 주변 자연환경을 조사했다. 특정 장소를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을 한국답게 만드는 공통점을 찾기 위해서다.

목 AD는 "특정 장소 하나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한 답사가 아니었다"며 "이용자가 봤을 때 이것이 진짜 한국의 풍경이라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우치 더 웨이페어러'가 택한 한국 판타지는 고증의 정답을 그대로 옮기는 방식이 아닌 셈이다. 실제 역사와 문화에서 한국만의 특징을 골라내고, 이를 게임이라는 매체에 맞게 다시 조립하는 방식에 가까워 보인다.

이학범 기자
ethic95@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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