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들 대신 며느리에게 상가 주면 되겠지!”…자식 간 유류분 분쟁 불씨 된다

김남규 기자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이미지.

제3자 증여는 원칙적으로 상속 전 1년 이내만 유류분 산입

며느리 명의라도 실질이 아들 증여라면 오래전 재산도 계산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부모가 생전에 아들에게 직접 상가를 주는 대신 며느리 명의로 넘겨두면 다른 자녀의 유류분 청구를 피할 수 있을까.

겉으로는 가능해 보일 수 있다. 며느리는 원칙적으로 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에 제3자에게 준 재산은 상속 개시 전 1년 이내 증여분만 유류분 계산에 들어간다. 하지만 명의만 며느리일 뿐 실제로는 아들에게 준 재산으로 인정되면 오래전 증여까지 유류분 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19일 법도종합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유류분은 특정 자녀에게 재산이 몰렸더라도 다른 상속인이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상속 몫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유류분을 계산할 때는 부모가 사망할 당시 남아 있던 재산뿐 아니라 생전에 증여한 재산도 일정 범위에서 함께 따진다.

민법 제1113조는 상속 개시 당시 피상속인이 가진 재산에 증여재산을 더하고 채무를 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관건은 누구에게 언제 증여했느냐다.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게 재산을 증여했다면 원칙적으로 상속 개시 전 1년 안에 이뤄진 증여만 유류분 계산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사망하기 5년 전 며느리에게 상가를 증여했다면 원칙적으로는 유류분 산정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다만 예외가 있다. 재산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모두 해당 증여로 다른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가 생길 것을 알고 있었다면 1년보다 앞선 증여도 계산에 포함될 수 있다.

아들에게 직접 준 재산은 기준이 다르다. 공동상속인이 생전에 받은 특별수익은 제3자 증여에 적용되는 1년의 기간 제한 없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아들에게 직접 재산을 넘기기보다 며느리나 손주 등 제3자 명의로 미리 증여하면 다른 자녀의 유류분 청구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명의만 바꾼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례는 상속인의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이라도 증여 경위와 실제 이용 관계 등을 따져 사실상 상속인에게 직접 준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인정되면 상속인에 대한 증여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엄정숙 변호사.

예를 들어 아버지가 며느리 명의로 상가를 넘겼지만 실제 임대료는 아들이 받아왔고 상가 관리도 아들이 해왔다면 법원이 재산의 실질적인 귀속 관계를 따져볼 수 있다.

서류상 소유자는 며느리지만 실제 이익을 누리고 재산을 관리한 사람이 아들이라면 다른 자녀 입장에서는 “명의만 며느리일 뿐 사실상 아들에게 준 재산”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한 증여는 원칙적으로 상속 개시 전 1년 안에 이뤄진 것만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들어간다”며 “며느리나 손주 명의 증여라도 실질이 상속인에 대한 증여로 평가되면 기간 제한 없이 계산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분쟁의 핵심은 상가가 누구 명의인지보다 실제로 누구에게 준 재산이었는지다.

가령 부친이 사망하기 여러 해 전 장남의 아내에게 상가를 증여한 뒤 상속이 시작됐다고 가정해보자. 차녀 등 다른 자녀는 해당 상가가 사실상 장남에게 준 재산이라며 유류분 계산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반면 장남 측에서는 “며느리는 상속인이 아니고 증여도 상속 개시 1년보다 훨씬 전에 이뤄졌다”며 산입 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맞설 수 있다.

이때 법원은 단순히 등기 명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임대료를 누가 받았는지, 상가를 누가 관리했는지, 증여가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하게 된다.

결국 자식 간 유류분 분쟁이 벌어질 경우 승패를 가르는 것은 자금 흐름과 재산 이용 기록이 될 수 있다.

유류분을 청구하는 쪽에서는 등기부와 금융거래 내역, 임대수익 입금 계좌, 실제 관리 주체 등을 보여주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재산을 증여하는 쪽도 며느리나 손주 명의로 바꿔두는 것만으로 유류분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청구 기간도 주의해야 한다. 유류분 반환 청구권은 상속 개시와 반환 대상이 되는 증여나 유증이 있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상속 개시일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엄 변호사는 “우회 증여 사건의 승패는 증여 명의가 아니라 기록에서 갈린다”며 “청구하는 쪽은 자금 흐름과 재산의 실제 이용 관계를 추적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어 “재산을 물려주는 쪽도 명의만 바꾸는 방식은 분쟁을 미루는 것일 뿐이라는 점을 알고 유류분까지 계산에 넣어 상속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규 기자
ng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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