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0.4% 오를 때 먹거리 최대 20%↑…장바구니도 유통사도 ‘부담’

[사진=식품업계 가격 인상 사례, 각 사 출처]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먹거리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는 반면 소비자들의 실질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면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올해 주요 식품업체들이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주요 제품 가격을 잇달아 올린 가운데 일부 품목의 인상률은 최대 20%에 달한다.
가격 인상분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려운 유통업체들도 부담을 떠안고 있다. 제조사로부터 오른 가격에 상품을 매입하면서도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을 고려해 할인 경쟁을 이어가야 하는 만큼 가뜩이나 낮은 수익성이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식품업계 가격 인상 잇따라…주요 먹거리 최대 20%↑=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근까지 가격을 올린 대형 식품 제조사 및 브랜드는 최소 12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식품 ‘인상 도미노’는 사이다와 펩시 등을 5.3% 올린 롯데칠성을 시작으로 지난 6월부터 본격화했다.
CJ제일제당은 햇반(12%), 만두(4.5%) 등 27종을 지난 7월부터 평균 8% 올렸고 오뚜기는 카레, 당면, 케첩 등 27종과 컵라면과 만두 수십종을 6.1~17% 인상했거나 인상을 앞두고 있다. 농심 라면과 스낵 40여종(5.8%), 코카콜라 등 52개 품목(7.2%), 풀무원 만두와 김치 등 30종(6.7%) 등이 이달 가격을 올렸다.
사조대림은 지난 7~8월에 걸쳐 참치캔과 햄, 소시지, 어묵, 맛살 등을 6~20%가량 올렸다. 이 밖에 동원F&B(유기농 우유 등)와 SPC삼립, CJ푸드빌도 인상에 나섰고 파리바게뜨와 하림은 하반기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식품사들은 인상 이유로 “올해 초 중동 사태로 폭등한 유가와 나프타 등을 비롯해 각종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저항 등으로 가격 인상을 억눌렀다가 최근 들어 올리게 됐다는 평가다.
12개 식품 브랜드 가운데 공시기업들인 풀무원·농심·CJ제일제당(대한통운 제외)·롯데칠성음료·오뚜기·사조대림·SPC삼립·동원·LG생활건강(음료부문) 등 9곳의 2분기 영업이익은 4331억원(3.93%), 상반기 기준 899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격을 올린 식품사들은 전반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원가 부담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적자를 낸 곳은 없다.
오히려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식품사도 적지 않다. 농심은 59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47.6% 급증했다. 이 밖에 풀무원 영업이익도 26% 오른 246억원, 오뚜기도 0.3% 늘어난 453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해외에서 실적을 개선하면서도 국내에서 가격을 인상했고, 최근엔 경영진 보수도 인상했다는 논란에 직면했다. 농심 신동원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3.4% 증가한 14억5000만원, 오뚜기 함영준 회장도 5.9% 늘어난 5억4000만원을 수령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소득 증가율이 식품 가격 인상률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실질 소득은 올 1분기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소비지출은 310만5000원으로 5.3%나 늘었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물가 인상으로 소비 지출이 늘어난 것이다. 가구당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등 장보기 비용은 2023년 81만4000원에서 올해 상반기 92만1000원으로 13.1% 급증했다.

[사진=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매입가는 오르는데 판매가는 ‘눈치’…유통사 수익성 부담=소득 정체로 최저가 소비가 확산되는 추세 속에 식품사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가격을 최저가 수준으로 팔아야 하는 국내 주요 유통사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직매입 비중이 높은 주요 유통업체들은 외형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2분기 이마트 할인점은 별도 기준 25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고 롯데마트는 3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쿠팡 역시 83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대규모 상품 매입과 물류망 운영에 더해 가격 경쟁을 위한 할인·판촉 비용까지 부담하는 사업 구조가 수익성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쿠팡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과징금 6247억원이 반영되면서 적자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약 21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고객 이탈을 만회하기 위한 마케팅과 할인 등에 투입되는 비용이 늘어난 영향도 있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격 인상에 나선 주요 식품 제조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호소하면서도 대부분 영업흑자를 유지했다. 농심과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오뚜기 등 주요 제조사와 비교하면 직매입 유통업체들의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특히 유통업체는 제조사의 공급가격 인상분을 부담하면서도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를 고려해 판매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거나 할인 행사를 병행해야 하는 만큼 식품 가격 인상이 이어질수록 수익성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품사들이 가격을 올려도, 유통업체들은 소비자 저항으로 당장 인상된 납품가만큼 최종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 못하거나 지연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유통사에 공급하는 제조사는 수익성이 좋아지지만, 유통사는 수익성이 축소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현재의 비용 부담이 아닌 향후 예상되는 원가 상승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나 수익성 확보 등을 위한 결정은 아니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며 “특히 시장 점유율이 높은 제품들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점에서 시장 지배력을 활용한 가격 결정은 아니었는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직매입 유통업체들은 자체적으로 할인 쿠폰 발행을 늘리는 등 식품 공급사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린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기 위해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상품 공급가 인상분을 감내하면서도 정작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는 가격 저항이 심해 가격을 낮추며 손실을 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 체감이 높고 소비자 구매가 많은 상품 매입이 늘어날수록 하반기 수익성은 점점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매입 상품은 팔리지 못하면 물류망 재고손실 가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며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류는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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