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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91조 매출 등에 업고 IPO 속도… 아모데이 ‘경영권 방어’ 나섰다

구아현 기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구아현기자]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약 91조원에 달하는 연간 환산 매출을 등에 업고 기업공개(IPO)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연간 환산 매출은 650억달러(약 90조9350억원)로 지난해 말보다 7배 이상 늘었다. 대규모 신용한도 조성에 이어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공동창업자의 차등의결권 도입까지 검토하면서 상장 이후 경영권 방어에도 나선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인포메이션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앤트로픽이 아모데이 CEO 등 공동창업자에게 일반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별도 주식을 부여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장으로 외부 주주가 대거 유입되더라도 창업진이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다. 아모데이 CEO가 보유한 앤트로픽 지분은 약 2% 수준으로 전해졌다. 잇단 대규모 투자 유치로 창업자 지분이 희석된 만큼 지분율과 의결권을 분리해 경영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당 몇 표의 의결권을 부여할지 등 구체적인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더인포메이션은 논의 과정에서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 연환산 매출 91조원… 2분기 오픈AI 첫 추월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WSJ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연간 환산 매출은 지난 7월 말 기준 650억달러(약 90조9350억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90억달러(약 12조5910억원)에서 7개월 만에 7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지난 5월 470억달러(약 65조7530억원)를 넘어선 데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180억달러 증가했다.

연간 환산 매출은 최근 일정 기간의 매출 실적을 1년치로 환산한 지표다. 실제 연간 확정 매출과는 다르지만 최근 사업 성장 속도를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앤트로픽의 최근 분기 잠정 매출도 115억달러(약 16조885억원)를 넘어 전년 동기 7억8700만달러(약 1조1010억원)보다 1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경쟁사 오픈AI와의 격차도 벌어졌다. 오픈AI의 2분기 매출은 67억달러(약 9조3733억원)로 전분기보다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앤트로픽은 같은 기간 매출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며 분기 매출 기준 처음으로 오픈AI를 앞질렀다.

수익성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오픈AI의 영업손실은 1분기 93억달러(약 13조107억원)에서 2분기 123억달러(약 17조2077억원)로 확대됐다. 반면 앤트로픽은 조정 기준 소폭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앤트로픽은 투자자들에게 컴퓨팅 자원을 사용하는 효율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앤트로픽의 조정 영업이익 산정 방식이 공개되지 않았고 과거에는 주식보상비용 등을 제외한 수치를 사용한 만큼 두 회사의 수익성을 같은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매출 집계 방식도 다르다. 앤트로픽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클라우드 등 재판매 채널에서 발생한 매출을 총액에 가깝게 인식하는 반면 오픈AI는 파트너 몫을 제외한 순액에 가까운 방식으로 집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로픽의 성장세는 기업용 AI와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가 이끌었다. 챗GPT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둔화한 사이 클로드 코드가 개발자와 기업 고객을 빠르게 끌어들이면서 올해 들어 두 회사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실적 성장과 함께 몸값도 빠르게 뛰었다. 앤트로픽은 지난 5월 28일(현지시간) 650억달러(약 90조935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며 투자 후 기준 9650억달러(약 1350조35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시 기준 오픈AI의 기업가치를 넘어선 수준이다.

앤트로픽은 이어 6월 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관련 서류를 비공개 제출했다. 기업가치가 1조달러에 육박한 가운데 실적과 투자 유치를 발판으로 실제 상장 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 100억달러 신용한도 추진…월가도 IPO 주관 경쟁

실적과 기업가치 상승은 실제 IPO 준비로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이 추진 중인 회전신용한도가 당초 목표인 약 100억달러(약 13조9900억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확보한 25억달러(약 3조4975억원) 규모의 5년 만기 신용한도보다 4배 이상 큰 규모다. 다만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최종 한도는 100억달러 수준이나 이보다 낮게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주요 투자은행들도 대출 참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신용한도 조성을 주도하는 핵심 은행에 약 12억5000만달러(약 1조7488억원), 다음 단계 은행에 약 10억달러(약 1조3990억원)의 대출 약정을 요청했다. 참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에는 약 7억5000만달러(약 1조493억원) 이하의 약정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이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향후 IPO 주관사 선정 경쟁이 있다. 통상 대규모 자본시장 거래를 앞둔 기업에 더 많은 자금을 제공한 은행일수록 이후 거래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앤트로픽은 현재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과 상장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5억달러 규모 신용한도에도 이들 은행을 비롯해 바클레이스, 씨티그룹,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등이 참여했다.

블룸버그는 앤트로픽이 이르면 올가을 미국 증시에 상장해 오픈AI보다 먼저 증시에 입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상장 시점과 공모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비공개 IPO 서류 제출과 투자자 미팅, 대규모 신용한도 조성까지 이어지며 상장 준비는 한층 구체화하고 있다.

◆ ‘AI 안전’ 지배구조에 창업자 의결권까지

자금 조달과 주관사 경쟁에 이어 앤트로픽은 상장 이후의 지배구조까지 손보고 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가 실제 보유 지분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상장 이후에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앤트로픽은 이미 일반 기술기업과 다른 지배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공익목적법인(PBC)으로 설립됐으며 독립기구인 장기이익신탁(Long-Term Benefit Trust·LTBT)이 이사회 구성원을 선임할 권한을 갖는다.

앤트로픽은 지난 4월 14일(현지시간) LTBT가 선임한 이사들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LTBT는 앤트로픽에 직접적인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는 수탁자들로 구성돼 단기적인 상업적 압력이나 주주 이익보다 AI의 장기적인 안전성과 공익적 목표를 우선하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아모데이 CEO를 비롯한 공동창업자의 차등의결권까지 도입되면 앤트로픽은 상장 이후 외부 주주의 영향력이 커지더라도 기존 ‘AI 안전’ 중심 지배구조와 창업진의 경영 통제력을 함께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이번 IPO의 관건은 높은 성장성뿐 아니라 이 같은 독특한 지배구조가 공개시장에서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여질지다. 앤트로픽이 빠른 매출 성장과 오픈AI 추월을 기업가치로 이어가는 동시에 창업진의 통제력과 AI 안전이라는 기존 원칙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가 상장 이후 평가를 좌우할 전망이다.

구아현 기자
ahye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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